[Review] 진실을 말하는 이야기의 주인공, 뮤지컬 '최후진술'

글 입력 2020.03.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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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사랑한 대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
시를 사랑한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전 세계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던 동갑내기 두 인물이 천국 가는 길에서 만나다!
 
1633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지지한 이단이라는 명목으로 로마교회의 종교재판을 받게 된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살기 위해 자진하여 맹세한다. 지동설을 부정하고 천동설을 지지하는 내용의 '속편'을 저술하겠다고!
 
속편을 쓰기 위해 피렌체의 옛집으로 돌아온 갈릴레오는 생의 마지막 여행길에 오르고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만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의 최후진술은?

 

 

☆★☆★

 

극장 안에 불이 꺼지고, 죄인은 최후진술하라는 말이 울린다. 흰 옷을 입고 무릎을 꿇은,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신의 어리석은 죄를 고백하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철회한다고 밝힌다. 태양이 뜨고, 태양이 도는 것이다. 자신은 교회의 가르침을 믿으며 의심하지 않는다.


그 신앙을 증명하기 위해 갈릴레이는 자신이 썼던 문제작 대화의 속편을 저술하여, 지동설을 지지하였던 전작의 내용을 철회하고 교회의 영광을 찬미할 것을 맹세한다. 그리고 그 책을 끝마치지 못한 채 죽어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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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또 다른 최후진술을 향해 달려간다. 저승길의 여정, 그 끝에 예정된 항구에서 받는 재판을 향해 갈릴레오와 그 여정의 안내자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함께 길을 떠난다. 재판으로 향하는 저승의 여로라는 커다란 그림은 언뜻 우울하고 어두워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다수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와 노래는 사뭇 유쾌하기도 하다.


그 묘한 대비는 이야기 속의 두 인물, 갈릴레오와 윌리엄으로도 이어진다. 수학과 문학, 과학과 예술이라는 각자의 분야의 대표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동갑내기 두 인물은 언뜻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지만, 마지막 여행길을 함께하며 함께 별을 바라본다. 또한 둘 다 진심을 쓰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다.


결국은 그 한마디를 위해 달려 나가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막이 내리기 전에 진실을 말하는 그 순간을 위해 그들은 길을 걸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죄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거짓됨이었으니, 최후진술의 순간에서 그는 진실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돈다!

 

☆★☆★


단 두 명의 배우뿐이지만, 일인 다역으로 셰익스피어, 코페르니쿠스, 프레디, 밀턴 등 수많은 인물들이 제각각의 이야기로 무대를 채운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무겁고 또 때로는 부드러운 노랫말들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은 이야기의 주인공을 향한다.


갈릴레오의 동경과 두려움을 보여주는 브루노에 대한 이야기, 써내려가는 글에 담기는 진심을 이야기하는 밀턴, 갈릴레오의 생각에 영향을 주었던 선대 학자들인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 그런데 이 사이에 조금은 결이 다른 듯해 보이는 인물 하나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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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인물이기도한, 이 이야기 속의 신인 프레디다. 신, GOD, 노란 자켓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이 인물은 17세기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극 속에서 홀로 독보적으로 이질적이다.


그런데 이 신이 부르는 노랫말을 가만 듣고 있으면 그 안에 뼈가 있다. 갈릴레이의 노랫말처럼, 신께서 인간에게 이성과 감각, 수학과 철학을 주셨으니 보고 생각하고 증명하였을 뿐인데 그것이 죄가 되어 교회에 의해 처벌받는 시대다. 그런데 그 시대의 신이 노란 자켓을 입고 ‘프레디’라는 이름을 가진 채, 호텔 라운지에서 ‘Love is love', 어딘가의 피켓 구호 같은 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때가 어느 때 인데, 바야흐로 대망의 17세기에도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기면서 ’Love is love' 이것 하나 외우고 외치라는 신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혼란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에게는 뮤지컬 <최후진술>이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다. 2017년 초연 당시에도 이 뮤지컬을 관람했었는데, 당시의 기억을 끄집어 보자면 쉼 없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인물들이 조금 어지럽고 따라가기 벅찼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보았을 때 더 좋은 방향으로 감상이 달라졌다.


그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그 여러 노랫말들이 결국은 한 길로 수렴한다. 그래서 여러 번 보면 더 좋을 극이다. 여러 말들이 모여 그것으로 우리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결국 마침내 진실을 말하는 순간을 함께하게 되는 작품, 뮤지컬 <최후진술>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5월 31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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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진술
- Final Testimony -


일자 : 2020.03.13 ~ 2020.05.31

시간
화, 목, 금 오후 8시
수 오후 4시, 8시
토 오후 3시, 7시
일 오후 2시, 6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예스24스테이지 2관

티켓가격

R석 66,000원

S석 44,000원

 
기획/제작
장인엔터테인먼트 / 극단장인

관람연령
만 8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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