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속 꽃이 피어나는 순간 -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볼로냐에서 보내온 봄편지
글 입력 2020.03.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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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아니 수백 가지의 이미지들을 보게 된다. 여러 단편적인 사진들이나 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초점 없이 흐르는 나의 시선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무리 화려하고 독특한 이미지라도 별 의미 없이 무색하게 지나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잠시 시선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표현해낸 일러스트 작품들이 그렇다.

 

일러스트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림 실력과 상관없이 각자가 그려낸 고유의 매력들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림들을 보며 익숙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특별한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작가에서 나로, 즉 관찰자에게까지 확장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무엇을 보든지 그 어떠한 편견도 필요 없다. 그저 눈앞에 그려진 이미지를 받아들일 여유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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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일러스트 작품들이 반기고 있는 전시가 현재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월드 투어로 진행 중인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을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특별하다.


입구에서부터 장식된 일러스트 그래픽을 보니 괜히 나의 어린 시절의 감정이 떠오르기도 했고 입장 전 벽에 진열되어 있는 어린이 그림책들을 보면서 순수했던 동심이 다시 피어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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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시작 부분에는 볼로냐 일러스트 전에 대한 소개와 역사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옆쪽으로는 바로 지난 전시 때 우승을 했던 일러스트레이터 Vendi Vernic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중 벽면에 쓰인 글귀가 인상 깊었다.


책이 3차원적 매체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제안해 준다는 점에서 그가 그림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내가 꿈꾸고 있는 것들 혹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 직접 눈앞에 펼쳐질 수 있게 하는 것이 그림의 가장 큰 매력이자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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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di Vernic은 크로아티아 출신 아티스트로 2019년 'La casa de fieras'(동물원)이라는 책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5명의 어린 남매들이 그들의 애완동물을 야생동물로 만들고 놀기 위한 동물원을 만들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다. 다소 무모한 스토리지만 작가의 독특한 그림체를 따라가다 보면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재미난 계획에 나도 모르게 함께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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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upon a time / Imagine



전시는 총 3개의 테마로 이뤄지는데 그중 가장 첫 번째는 'Imagine', 상상에 관한 것들이다. 어렸을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이야기는 신화나 동화같이 실제가 아닌 상상에 기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야기들은 글자로서만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항상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가끔은 신비스러운 감정까지도 불러일으켰던 그림들이 함께 있었다. 그림이 없었다면 그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까? 상상 가득한 신화 속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오묘한 진실을 감추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특유의 고유한 세계관을 훔쳐볼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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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테마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었다. 바로 Jan bajtlik의 '그리스 신화와 미로' 라는 작품이다. 한 쪽에는 악랄한 파란 뱀들이 서로 뒤엉켜 꿈틀거리고 그 옆으로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바다의 이미지가 압도적이다.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실력에 감탄함과 동시에 작은 이미지들 속에 표현되고 있는 신화 속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제우스 신과 포세이돈, 그리스 신전, 그리고 기도드리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며 어렸을 때 접했던 그리스 신화가 다시 새롭게 떠올랐다.


마치 처음 접하는 이야기인 마냥 그림이 뿜어내는 기묘함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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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주는 매력은 바로 끊임없이 생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이 그림 속 상상의 세계에서는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스토리들이 더해지고 그럼으로써 그 작품이 더 큰 가능성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작가들의 독창적이고 신선한 그림들이 특별한 이유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또 다른 관점과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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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Story / Nature


 

두 번째 섹션은 'Animal Story / Nature'라는 주제로 주로 동물과 식물, 자연 풍경에 관한 그림들을 보여준다. 실제 작품 심사를 할 때에도 가장 많은 아티스트들이 다뤘던 주제였다고 할 만큼 동물과 식물은 우리에게 상당한 친근함과 애정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상이 친숙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준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작품들도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이다. 귀여운 캐릭터 일러스트뿐 아니라 여러 자연물을 대상으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관찰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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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일상적이고 친숙한 대상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줬던 재밌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감자, 호박, 콩, 대파, 고추, 과일과 같은 이미지들이 나열되어 있어 언뜻 보면 그냥 지나치게 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또 다른 그림들이 숨겨져 있다.


감자 속에서는 사람의 표정을, 대파의 줄기 끝에는 정교한 건축 양식을 볼 수 있고 작은 고추가 사실은 무당벌레 모습을 하고 있다. 독특하게 표현되어 있는 이 작품들을 보면서 결국 모든 자연물들은 서로 긴밀한 연결 관계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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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는 자신을 동물에 의인화하여 표현하기도 하고, 특정한 대상을 통해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끔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동물 캐릭터에 빗대어 표현하는 상상을 하다 보면 좀 우스워지기도 하면서 사랑스러운 애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와는 사뭇 다르게 인생의 고난과 슬픔, 질병, 죽음, 전쟁과 같이 심오하고 다소 폭력적인 주제들을 녹여내는 작품도 있다. 심각한 주제와 무거운 그림체에 진지해지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의도에 공감하게 되면서 인생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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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마지막은 'Life'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드라마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작은 일상들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애정이 느껴지면서 우리의 모든 삶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 복작대며 사는 우리네들의 삶에 애정 어린 웃음을 짓게 되고 가슴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이어지는 우리의 소소한 하루들에게 그림들이 작은 위로를 건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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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일러스트에 담긴 작가들의 애정과 정성, 그리고 사랑을 느끼며 오랜만에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쓰고 관람했지만 그 안에 담긴 표정만큼은 아마 다들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다양한 작품들을 눈앞에서 보고 느끼면서 오랫동안 움츠려 있던 내 마음속 꽃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마치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듯 말이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 세상을 담는 그림 -


일자 : 2020.02.06 ~ 2020.04.2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20분)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9,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씨씨오씨
 
주관: 메이크앤무브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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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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