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림을 위해 생명을 걸었던 화가 [사람]

글 입력 2020.03.1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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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고흐의 이야기와 마주한 것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통해서였다. 그 전까지 내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자신의 귀를 자른 미치광이 화가라는 것뿐.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고흐가 얼마나 순박하고,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찼던 청년인지 보여준다. 극 중에서 그는 청년 예술가이고, 인정받고 싶은 아들이고, 동생 테오에게 부담이 되어 미안한 형일 뿐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의 진실한 삶의 태도를 보며, 나는 그의 인생에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고흐가 동생과 실제로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도서를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고흐가 화가이자, 작가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편지에는 나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그의 그림처럼.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관람하고 고흐가 생전에 쓴 편지들을 읽으며, 그에 대해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본다.
 
 
 
사람을 그리고 싶었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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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인간의 삶과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어 했다. 화려한 귀족이나 건축물보다는 흙 묻은 농부의 손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자연을 그린 그림에서 자연의 냄새가 나길 바랐고, 농촌을 그린 그림에서는 잘 익은 옥수수나 감자 냄새, 비료 냄새가 느껴지기를 원했다. 자연스러운 농촌의 삶을 그리려는 그의 소망에서, 진실한 그의 태도가 드러나는 것 같다. 소박하지만 숭고한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꾸준히 추구해온 그의 지향점이 인상 깊다.
 
 
 
희망을 품고 있었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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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예술에 대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을 빼앗아가는’ 이 냉혹한 행성에서 화가들이 꾸려가는 생활이 정말 초라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노란 집이 예술가들이 몰려드는 화가 공동체의 거점이 되기를 원했다. 자신의 그림 중 몇 점을 공동체에 기부하고, 누군가의 그림이 팔리면 그 돈을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나누어 쓰며 생활하는 화가 공동체. 무명 화가들이 더욱 안정적인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해낸 생각이다.
 
하지만 그의 집에서 머무른 화가는 폴 고갱뿐이었고, 그마저도 고흐와의 불화로 인해 두 달 만에 노란 집을 떠나게 된다. 고갱이 떠나자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른다.
 
고갱이 고흐에게서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동료와의 이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흐가 꿈꿔오던 화가 공동체에 대한 희망들이 무너져 내리고, 동시에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임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가져왔던 희망에 버림받은 괴로움에 귀를 자르는 고흐의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다.
 
 

치열하게 삶과 싸웠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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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그림을 그린 캔버스가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당연하면서도 참 처절한 문장이다.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그린 그림들이 단지 무(無)보다 가치가 있음을 주장해야 한다니.

이는 그림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좌절을 마주해야 했던 그의 삶에 대한 단상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가 존재하는 세상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보다는 더 가치가 있다. 단지 그 사실이 그가 좌절할 때 그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었으며, 그가 계속 살아가는 이유이지 않았을까.
 
 

묵묵히, 그리고 착실히 노력했던 열정적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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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울과 광기 속에서만 헤매던 예술가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예술가이며, 그것은 무엇인가를 온전하게 찾아낼 때까지 늘 노력하는 사람임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그 목적에 가장 빨리 도달하는 지름길이 아니겠니.” / “게으르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실패하는 쪽을 택하겠다.” /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이처럼 그의 편지에는 그의 묵묵한 노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문장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는 가난했고 그의 방은 작았지만, 그림을 향한 그의 열정은 누구보다도 강했던 화가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착실하고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일구려 했던 그가 미쳐버린 것은, 다른 도리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그를 비웃듯 그를 외면했기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애정 어린 가족들
세상의 온정과 안정
난 가질 수 없는가 봐.

 
살아보려 했는데, 살아보려 했는데
세상은 나에게 가질 수 없는 것만을 쥐여줘 놓고
다 빼앗아 가네, 빼앗아 가네.
내 무능을 비웃듯 다시 그걸 앗아가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中

 

 

그림을 위해 생명을 걸었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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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는 “그림을 위해 내 생명을 건다.”라는 말을 한다. 삶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자신의 생명을 걸겠다는 말은 정말 무겁게 다가온다. 이 대사가 허황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약 10년 동안의 그의 화가 생활이 정말 그림만을 위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밀밭을 그리던 그가 자신의 가슴에 쏜 총의 총성에 까마귀들이 날아들며 그의 마지막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완성된다. 이는 그가 진심으로 자신의 생명과 영혼을 다해 완벽한 그림을 완성해내고 싶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으로 자신의 마지막 그림을 그려낸 고흐의 인생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저릿하다.
 
*

화가는 그림 자체로만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나는 화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고흐의 그림 자체뿐만 아니라 고흐가 가졌던 삶의 태도가 굉장히 인상 깊다.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을 들여서 자신만의 예술을 완성해나가고자 한 그의 인생은 우리에게 진실한 감동과 교훈을 준다.
 
 
 

송진희.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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