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네, 제가 좀 예민해요 :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도서]

글 입력 2020.02.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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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을 떤다고 생각했다.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쉽게, 크게 기뻐했고 또 슬퍼했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을 오르내리는 감정들에 차라리 감정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예민함은 안팎으로 촘촘히 뻗어 있는 아주 날카로운 가시와 같은 것이었다.

 

내가 너무 미웠고 또 원망스러웠다. 남들보다 예민하다는 사실이 나에게 주는 것은 더 많은 걱정, 불안, 분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울러 끝이 없는 생각들이었다. 그렇게 건강하지 못한, 아니 곪을 대로 곪아버린 상처를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었기에 해결책을 찾기에 나섰다. 그렇게 나는 예민함에 관련한 책을 하나 둘 찾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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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 씨의 하루


 

예민하다(혹은 민감하다)는 것은 온 정신과 감각이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과 같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에 들기 직전까지, 어쩌면 잠을 자는 순간까지도 머리는 걱정을 하느라 쉬지 않는다. 자려고 누우면 드는 더 집요하게 몰려드는 걱정에 잦은 불면을 경험한다. 하루의 시작 즈음 혹은 가운데에 무언가 부정적인 생각 혹은 사건이 등장하는 순간 예민 씨의 하루는 산산조각이 나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민 씨는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높은 확률로 커피를 마신 날 밤은 해가 뜨기 직전에서야 잠에 들 수 있다. 생활 소음 수준의 작은 소리들이 조금이라도 반복되면 미치기 시작한다. 온 정신이 소음을 따라가느라 다른 일들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입는 옷의 질감과 무게를 더 선명히 느끼고 온도, 조도, 습도 등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예민 씨의 이야기는 사실 나의 이야기이다. 이는 주관적인 예시일 뿐 예민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특징을 가지지는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나와 유사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다른 경험을 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성격 또한 그렇다. 저자는 예민한 사람의 특징을 열한 가지로 정리했다. 아래 항목들의 대다수가 본인의 모습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예민한 사람이라고 해서 아래의 모든 항목과 일치한다는 것은 아니다.

 

 

예민한 사람의 열한 가지 특징

 

1. 자연을 상당히 민감하게 느낀다.

2. 타인의 감정에도 민감하다.

3. 상당히 너그럽지만 한순간 돌아선다.

4. 본인의 감정과 애증관계에 놓여 있다.

5. 거절에 민감하다.

6. 정신적 피로를 자주 느낀다.

7. 의사결정을 어려워한다.

8. 직관적인 사고가 발달해 있다.

9. 창의력이 뛰어나다.

10. 정의감이 투철하다.

11. 정체성이 흔들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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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뭘 하면 될까요?



책의 서문에는 정서적 민감성을 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가 있다. 이 테스트로 자신의 민감성의 정도를 알아볼 수 있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면 1장의 민감한 사람들의 특징을 시작으로 2장부터 9장까지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는 8가지 방법을 알 수 있다. 책의 제목처럼 민감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감정' 한 가지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다.

 

물론 주야장천 감정으로 시작해서 감정으로 끝난다는 것은 아니다. 예민함을 다룬 다른 책들에 비해 감정으로 귀결되는 문제들의 다양한 원인을 다루었으니 오히려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또 단순하게 이론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상생활 중 이러한 훈련법들을 기록하며 실천해볼 수 있도록 마련해둔 페이지가 상당히 많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읽으며 단계별로 실천해보려고 한다.

 

인상 깊어서 사진으로 남겨둔 부분이 참 많지만 그럼에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장과 6장 그리고 8장이었다. 1장은 예민함을 다룬 책을 읽을 때마다 동일하게 느끼는 것인데, 놀랍도록 나의 특징을 잘 적어놓은 것이었다. 내가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예민함을 분석해놓은 것에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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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겠어요!



모든 챕터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6장과 8장이 유난히 인상 깊었던 것은 나와 타인에 대한 판단을 다루었기 때문이었다. 위 사진의 내용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이로 인해 의식하지 못했던 고질적인 문제를 마주하도록 도운 부분이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항상 나를 깎아내렸다. "근데 나는 너무 예민한 것 같아", "나는 사람이 좀 별로이긴 해", "나 정말 소심하잖아" 등의 말을 서슴없이 했다. 항상 돌아오는 것은 (진심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나 자신을 낙인찍고 있었다.

 

천천히 생각했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더 이상 나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는가. 생각보다 답은 간단했다.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내가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쉽게 화내거나 소리 지르지 않았고 필요에 맞게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으며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게 되었다.


내 자아상은 떠올려보니 결국 아주 오래전에 이미 바래서 지워져 버린 내 모습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는 다시 나를 하나씩 천천히 그려보기로 했다. 어떤 밑그림도 없는 백지에서부터 말이다.


 

예민한 사람은 다소 의심이 많고, 아무런 위험이 없는 상황도 위협으로 느끼곤 한다. 이 때문에 감정의 폭풍을 경험할 때가 많다. 가령, 파티에 간 당신에게 친한 친구가 말을 걸지 않는다.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기분이 상해 친구가 당신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추측한다.


- 219p

 

 

타인에 대한 판단도 같다. 놀랍게도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라는 말은 나를 포함해 예민한 이들이 즐겨 하는 말은 절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것을 알지만 그중 희망적인 것들은 온통 뒤로 한 채 최악의 상황만 그리곤 한다. 아무리 첫인상이 중요하다지만 나는 그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다. (직관적인 사고가 발달해있는 것은 예민한 사람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사람을 나랑 정말 잘 맞을 것 같다거나 반대로 절대 함께 어울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습관적으로 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현재 가깝게 지내는 이들은 나에게 좋은 첫인상을 준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 오래 볼 수 있겠다 싶은 이들은 곁을 떠난 지 오래다. 어쩌면 극단적인 예시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다짐하며 새기는 것은 무엇이든 판단하는 습관을 버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의식적으로 훈련법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 책은 민감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가끔 나의 배우자가 연인이 혹은 가족, 동료 등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유난히 예민한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 그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분명히 예민한 이들은 그런 당신의 배려에 더 크게 감동하고 감사함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들과 당신은 한 발짝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정두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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