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철가면은 주인공이 아니다: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 [공연]

글 입력 2020.01.1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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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는 뒤마의 소설을 배경으로 재창작한 동명의 영화를 옮긴 것이다. 소설 『삼총사』나 그 이후의 이야기를 읽은 독자가 있다면 위의 내용을 명심하고 뮤지컬을 봐야한다. 뮤지컬(영화) 「아이언 마스크」는 소설과 많이 다르다. 이에 대해 네이버 영화에서 참고한 줄거리를 바탕으로 뮤지컬의 포인트를 뽑아보았다.



포스터 편집.jpg

 

 


1막


 

[Story]

►1600년대 파리, 왕도 모르게 신하 달타냥과 왕비 사이에서 불륜으로 인한 쌍둥이가 태어난다. 극 중 인물들은 아무도 모른다.


1막은 왕비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다. 불안한 몸짓과 슬픈 표정을 짓는 그녀의 뒤로, 울부짖는 한 사람과 그에게 가면을 씌우는 간수들이 보인다. 왕비의 슬픔이 한 아들이 감옥에 갇히는 것 때문이었다면 불안은 자식들이 사생아라는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후에 2막에서 이를 깨닫고 『삼총사』에 갖고 있었던 어린 날의 동심이 깨졌다. 물론 이 설정은 원작소설과 다른 영화의 오리지널 설정이다. 뮤지컬은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 사실을 잊지 않고 후의 내용들을 보면 왜 달타냥이 왕을 포기하지 못하고, 필립 역시 포기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왕을 위한 충성심이나 친구들에 대한 우정, 왕비에 대한 연정에 앞서서 부정(父情)이 있었다.


[Number]

►은퇴한 삼총사는 각자 조용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아라미스는 신부로서, 포르토스는 술집을 운영하고, 아토스는 아들 라울에게 기대를 걸며 평범하게 살고 있다.


라울의 총사 취업 합격을 위해 오랜만에 삼총사와 달타냥이 만난다. 포르토스의 술집에서 춤을 추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씬이 모든 넘버를 통틀어서 가장 흥겹고 관객이 기대하는 삼총사의 모습이 진하게 남아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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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아토스는 아들이 루이 14세에게 약혼녀를 빼앗기고 전쟁터에 내몰려 죽임을 당하자 복수를 결심한다.


가장 인상 깊은 넘버이다. 삼총사와 달타냥의 대립, 이후의 화합 씬보다도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복수를 다짐한다는 점이 처절하고 압도적이었다. 이 넘버 이후의 관전 포인트는 루이와 필립을 향한 달타냥의 부정과 라울을 위한 아토스의 부정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살아있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달타냥은 우정을 등지고, 죽은 자식을 애도하기 위해 아토스는 친구를 모은다.


당시 관람했던 날짜에는 서범석 배우가 아토스를 연기했다. 복수의 다짐 이후 그는 탈출시킨 필립을 교육시키며 아들을 향한 정을 쏟아 붓는다. 이 지점에서 달타냥과 함께 할 수 있는 루트가 열린다.


[Story]

►아라미스, 아토스, 포르토스는 왕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지만 달타냥은 왕의 경호를 맡은 사람으로서 끝내 거부한다.


1막의 끝은 삼총사 vs 달타냥이다. 삼총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의, 신념, 백성을 위해 칼을 모아 올리고 달타냥은 충성(과 부정)을 위해 칼을 들어 내린다. 과거에 같은 꿈을 꾸었던 이들은 무대의 오른편과 왼편으로 나뉘어 서서,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칼을 든다. 달타냥의 칼이 아래를 향한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보통 정의를 위하는 편은 칼을 위로 치켜들지, 아래로 내리지 않는다.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의 주인공이 사실상 달타냥이라는 점도 이쯤 되면 눈치챌 수 있다. 1막이 끝날 때까지 철가면을 쓴 필립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첫 씬에서 감옥에 갇히는 장면을 제외하면 끝까지 언급도 되지 않는다. 어느 이야기에서도 극의 절반이 올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 주인공은 없다.

 



2막


 


Warning:

1막의 톤과 2막의 톤이 많이 다르다. 1막이 삼총사를 소개하고 그들이 달타냥과 갈라지는 과정을 묘사했다면, 2막은 장르를 넘치게 담는다. 멜로, 혁명, 우정, 부정, 권선징악, 반전, 해피엔딩 등 하나만 묘사하기에도 어려운 것들을 구겨 넣었다. 덕분에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 설득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Acting]

►삼총사는 왕의 쌍둥이 동생 필립을 탈출시키고 왕을 바꿔치기 위한 모든 계획을 진행시킨다.


정반대의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고난도의 역할은 그날의 노태현 배우에게 힘겨웠던 것 같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연기와 넘버 모두 흔들거렸다. 복장과 이야기 흐름으로 현재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있었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Story]

►마침내 필립과 루이를 바꿔치기 하는 날, 성공직전에 달타냥에 의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필립은 다시 감옥으로 보내진다. 분노한 루이 14세는 삼총사를 잡아올 것을 명령하지만 필립에 대한 삼총사의 모든 계획을 뒤늦게 안 달타냥은 삼총사와 함께 다시 필립을 구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아직도 그들의 감정선과 생각이 잘 이해되진 않는다. 달타냥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다시 삼총사와 합친 것인지, 삼총사는 무슨 생각으로 총사대장인 달타냥을 믿고 받아들인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멋진 노래와 우리는 하나라는 표어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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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그러나 계획이 탄로나 루이에 의해 죽음을 앞둔 5인의 사나이들은 결사 항전을 다짐한다. 전설적인 삼총사에 대한 경의와 총사대장 달타냥에 대한 충심 때문에 총사대는 제대로 싸우지 않고, 분노한 루이 14세는 직접 필립을 죽이려다 달타냥을 찌르게 된다.


작품의 클라이막스이자 이야기의 기승전결 중 ‘전’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론 가장 지루한 씬이었다. 스토리에는 ‘전설적인 삼총사에 대한 경의와 총사대장 달타냥에 대한 충심’이라고 적었지만 관람 당시에는 그 부분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삼총사와 달타냥이 총사대의 총을 맞고도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며 지나친 영웅물이 아닌가 싶었다.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


더불어 삼총사를 살리기 위한 연출이라고는 하나 왕의 휘하에 있는 총사대가 명령을 코앞에서 무시하는 부분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등불 밑이 어둡다고, 반역자는 정말 가까운 곳에.


[Story]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달타냥은 필립이 자신의 아들임을 밝히고, 부대장 마르끄에 의해 루이는 철가면을 쓰고 지하감옥에 갇히게 되고 필립은 왕이 된다. 삼총사는 왕실과 백성들의 경의를 받으며 끝이 난다.


다스베이더, ‘스타워즈’가 여기 있다. 극 중 누구도 몰랐던 비밀이 드러나며 사실 가면을 쓰고 살아왔던 것은 달타냥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영웅의 비극적 죽음으로 스토리의 결점들을 덮으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얼마 남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사건을 수습해야 하기 때문에 부대장이 왕을 끌고 가라고 쉽게 명령하는 점, 갑자기 왕이 된 필립, 왕비와의 불륜과 사생아를 터뜨린 달타냥 등 해피엔딩 후엔 관객의 내적 혼란만 남았다.

 

 


총체적 감상평


 

[Story]

1막까지는 좋았지만 2막부터 과도한 비장미가 폭발하고 스토리와 캐릭터도 폭발했다. 2막에선 루이의 넘버 중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를 따라한 것도 있었다. 이때 노래도 폭발해버렸다. 1막에서 가난한 백성들과 아라미스가 등장하는 씬은 나름 「레미제라블」을 따라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애초에 뒤마의 소설부터 톤이 다른지라(오늘날로 치면 웹소설) 각색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1막의 백성들의 분노가 2막에서 이어지지 못했다. 백성의 기여는 하나도 없이 소수 영웅들의 희생으로 해피엔딩이 열린다.


2막에서의 이야기 실패는 너무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삼총사, 달타냥, 루이, 필립, 앤 왕비 등 각각의 캐릭터가 이끌 수 있는 플롯은 달랐다. 혁명서사로 가고 싶었다면 루이와 필립에 집중했어야 했고, 멜로물이었다면 앤 왕비와 달타냥의 이야기를 추가로 더 풀었어야 했다. 현실을 배경으로 한 우정물이라면 1막에 이어 2막에서도 삼총사와 달타냥이 중심이었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더 보고 싶었던 것은 현실의 어두운 면을 풀어가는 우정물이었다. 아토스가 느끼는 아들의 죽음과 복수, 포르토스가 느끼는 육체와 영혼의 노화는 모험기 『삼총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여전히 그때의 패기를 간직하고 있는 아라미스는 원작소설에선 역설적으로 삼총사를 죽음으로 이끌고 가는 인물이었다. 모험소설을 보며 자랐던 세대들이 현실에 부딪히며 느꼈을 지점들을 이들을 통해 잘 풀어주었으면 괜찮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Production]

스토리 대신 LED 영상을 사용하여 다양한 공간을 연출한 무대가 인상 깊었다. 약간 촌스러운 배경도 몇몇 군데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웠다. 1층과 2층을 나누어 공간감을 주고 캐릭터 별로 이야기 진행을 다르게 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1막에서는 왕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 2층의 태양과 1층의 바닥이 대비되었으며 2막에서는 주인공들의 도주씬이 속도감 있게 전개될 수 있었다.


씬 별 인물/사물의 이동 방법 중 기계장치를 이용하는 것이 특이했다. 마치 영화를 찍을 때 달리에 카메라를 태우는 것 마냥 움직였다. 연극 무대에서 영화처럼 움직이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아트인사이트_리뷰단 명함.jpg

 




[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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