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마림바와 함께 하는 신년 음악회: 퍼커셔니스트 한문경 독주회

글 입력 2019.12.2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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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고작 일주일 가량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다. 다가오는 새해, 시작하는 1월은 기분 좋게 음악회로 맞이하고 싶었다. 그래서 바빴던 2019년을 떠나보내고 새롭게 마음을 환기시켜 줄 음악회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여러 음악회 중에서 아주 흥미로운 음악회를 발견했다. 바로 퍼커셔니스트 한문경 리사이틀이다. 리사이틀 타이틀에 퍼커셔니스트라고 명시가 되어 있으니 타악기 연주자라는 것은 알 수가 있는데, 연주자가 어떤 타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어 타이틀만 보고 새삼 궁금해졌다. 그래서 자연스레 연주회 프로그램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리사이틀이 바로 마림바 리사이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림바라니! 유튜브에서나 몇 번 보던 악기였지, 단 한 번도 실제로 악기를 본 적이 없고 실제 소리를 들어본 적 조차 없는 악기였다. 그런 마림바로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한다니, 이건 정말 기대하게 되지 않을 수가 없는 무대라고 생각한다. 마림바 독주회, 그리고 이 무대를 꾸밀 연주자에 대한 배경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과거에도 퍼커셔니스트 한문경은 국내에서 무대를 여러 차례 가진 바 있었다. 마림바에 대해 관심이 부족했기에 이런 기회들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 같았다.

 

보통의 리사이틀은, 프로그램을 보면 어느 시대 음악가들의 어떤 작품을 선곡했는지가 눈에 들어오고 대략적인 느낌을 상상이라도 해볼 수가 있는데 마림비스트 한문경이 선곡한 이번 1월 2일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은 제목만 봐서는 도무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볼 수가 없었다. 마림바 작품들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도 공연에 가기 전에 사전숙지 차원에서 음악을 미리 들어보고 가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생소한 프로그램들이니만큼 미리 들어볼 수밖에 없었다.

 

 


 

P  R  O  G  R  A  M

 

Hyeon-min Kim (b.1966)
12 Etudes for Marimba (2013) 中
Ⅰ. Allegro leggiero
Ⅳ. Andante arioso
Ⅵ. Allegro semplice
Ⅻ. Allegro ma non troppo

 

Philippe Manoury (b.1952)
Le Livre des Claviers (1987-1988)
Ⅳ. Solo de Vibraphone

 

Joseph Pereira (b.1974)
Five Pieces for Solo Marimba (2011) *한국초연

 

Jaehyuck Choi (b.1994)
Self in Mind Ⅳ for Percussion Solo (2019) *세계초연

 

I N T E R M I S S I O N

 

Kevin Volans (b.1949)
She Who Sleeps with a Small Blanket (1985)

 

Mark Applebaum (b.1967)
Entre Funérailles Ⅱ. For Solo Vibraphone (1999) 

 

Akira Miyoshi (1933-2013)
Ripple for Solo Marimba (1999)
Ⅰ.  ... to the touch
Ⅱ. Risoluto-In Memoriam Gyorgy Ligeti
Ⅲ. Con Vibrato
Ⅳ. Slancio
Ⅴ. Sotto Voce

 


 

 

먼저 가장 첫 곡인 김현민의 마림바를 위한 12개의 연습곡은 2013년에 작곡된 최신 곡이다. 이 작품의 세계 초연은 2013년 7월 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이번 무대의 주인공, 마림비스트 한문경의 연주로 이루어졌다. 당시 연주했던 곡인 에튀드 3번은 유튜브에서도 들어볼 수 있다. 쏟아지는 듯한 수없이 많은 음들로 시작하는 3번은 짤막하지만 듣기만 해도 연주하는 손이 얼마나 바쁠지 상상하게 되는 곡이었다. 작곡가 김현민의 이 연습곡 작품은 마림바의 전통적인 연주기법에 더해 새로운 연주방식을 가미하여 마림비스트의 기교가 요구되는 곡이라고 한다. 이번 연주에서 퍼커셔니스트 한문경이 연주할 1번 알레그로 레지에로, 4번 안단테 아리오소, 6번 알레그로 셈플리체, 12번 알레그로 마 농 트로포는 비록 유튜브로 미리 들어볼 수는 없었으나 에튀드 3번 스케르초로 그 느낌을 조금이나마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필립 마누리의 작품이다. 건반악기를 위한 연주곡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이 작품 중에서, 한문경은 4번을 연주한다. 이 작품은 듣자마자 불레즈 소나타 1번이 생각났다. 첫 곡인 김현민의 연주곡에 비하면 확연히 현대음악의 느낌이 강렬하다. 추상화의 한 편이 연상되는 듯한 이 작품은 주선율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포기하고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림바의 둥글둥글한 음색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강렬함이 녹아 있는 작품인 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조셉 페레이라는 한문경의 스승이다. 그는 한문경이 줄리어드 음악원의 학부생이었던 한문경을 가르쳤던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한문경의 스승이라는 이력만 보고 당연히 그도 주전공이 마림바일 것이라고 생각해버렸던 것 같다. 그런데 조셉 페레이라는 놀랍게도 팀파니스트였다. 그는 팀파니스트인데도, 다양한 말렛들을 돌려가며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5개의 마림바 연주곡을 만들어낸 것이다.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여전히 팀파니스트로서 활동 중인 그가, 심지어 LA필 활동을 한창 하고 있던 2011년에 작곡한 작품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1부의 마지막 곡은 최재혁의 Self in Mind 시리즈 중 타악기 솔로를 위한 4번째 곡이다. 2019년에 작곡된 이 작품은 이번 무대에서 한문경이 연주하는 것이 세계초연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연주 영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저 최재혁의 다른 Self in Mind 3곡을 들어보며 그 분위기를 유추해보는 것이 전부일 듯하다. 그러나 분명 놀라울 것이다.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Self in Mind는 음원으로 들어도 전율이 이는 작품이었다. 2018년 11월에 '더스트링스'와 인터뷰한 최재혁은 Self in Mind 시리즈를 두고 본인이 그 악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담았다고 말했다. 과연, 그가 바라본 타악기는 어떨지, 이를 풀어낼 한문경의 연주는 또 어떨지 너무나 궁금하다.

 

*

 

2부의 시작인 케빈 볼란스의 She who sleeps with a small blanket은 새로운 분위기 전환에 제격인 곡일 듯하다. 이 작품은 마림바로만 연주되는 곡이 아니라, 먼저 드럼을 통해 연주자의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짤막한 코다에서 마림바로 연주하며 마무리된다. 엄청난 리듬감의 끝에 만나는 코다는 크고 둥근 말렛을 활용해 아주 은은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홀에서 들으면 분명 더욱 아스라이 마무리지어지는 느낌일 것이다.

 

이어지는 마크 애플바움의 장례식 사이에서는 1부에서 두루 감상할 수 있었던 마림바 연주의 기교보다는, 어쩌면 마림바가 그려내는 환상적인 감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이름부터 해석하자면 Between Funerals인 이 작품은, 정말 장례식이 연상되는 듯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연상된다. 재즈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는 애플바움은 어떻게 이렇게 오묘한 곡을 만들었을까. 어쩌면 추운 겨울에 듣기엔 추위를 가중시키는 오싹한 곡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꼭 한 번 들어봐야 할 곡인 것 같다. 이 놀랍고도 오묘한 곡이 벌써 20년이나 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번 무대의 마지막 곡은 미요시 아키라의 솔로 마림바를 위한 리플(Ripple)이다. 4개의 말렛을 활용하여 연주되는 이 곡은 시종일관 맑고 청아하게 울려퍼지는 마림바의 음색이 마치 정말 파문(Ripple)처럼 느껴졌다. 마치 일본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물받이 대나무 홈통(일본어로는 '시시오도시')에서 나는 소리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일본에 이런 음악을 작곡하는 음악가가 있었구나 하고 새삼 놀랐다. 오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어서 현장에서 들으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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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커셔니스트 한문경은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학사를 졸업하고, 파리국립음악원에서 마림바과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뒤 다시금 줄리어드 음악원으로 돌아가 석사과정까지 졸업하였다. 그는 만 10세, 당시 우리나라 타악 연주자로서는 최연소로 리사이틀을 개최하였다. 중학생 시절에 서울시향과의 협연무대를 필두로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었다. 세계적인 마림비스트인 그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Grzegorz Nowak의 지휘로 류재준의 마림바 협주곡을 녹음하여 앨범을 발매한 바 있다.

 

제1회 일본 마림바 국제 콩쿠르에서 12세의 어린 나이에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한문경은 국제적인 마림바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수상자로 무대 위에 나섰으며, 그 뛰어난 연주를 인정받아 중국 탕공음악제, 뉴욕 포커스 현대음악제, 통영국제음악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등 다양한 실내악 및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 초대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퍼커셔니스트 김은혜와 함께 타악듀오 모아티에(moitié)로 활동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동시에 수익금의 절반을 기부하는 연주활동 역시 병행하고 있다.

 

종횡무진하며 국내외 무대를 꾸미고 있는 퍼커셔니스트 한문경은 현재 Ensemble TIMF의 단원인 동시에 한양대학교 강사로도 재직 중이며, 무엇보다 2019년 가을에 개교한 톈진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연주활동과 후학 양성, 그리고 사회 환원까지 병행하고 있는 퍼커셔니스트 한문경의 2020년 새해 첫 무대가 얼마나 아름다울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0년 1월 2일 (목)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퍼커셔니스트 한문경 독주회

 

전석 2만원 (대학생까지 50% 할인)
약 9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마스트미디어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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