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상과학 소설로 경험하는 사고의 확장 -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과학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진행자 원종우가 소설로 보여주는 SF의 세계
글 입력 2019.12.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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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귀여운 책 한 권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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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 표지의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였다.

 


몇 년 전부터 구독해놓고 호기심 가는 제목이 있으면 골라 듣던 팟캐스트 ‘과학과 사람들’ 채널의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원종우 진행자가 엮어낸 SF 단편 소설책이라고 해서 보자마자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SF소설은 이미 시중에도 많고 흔한 소재거리지만 그간 딱히 마음에 가는 책이 없었다. SF장르에는 관심이 많지만 소설을 지루해 하는 성격 탓이기도 한데 <슈뢰딩거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여덟 개의 짤막한 단편의 글로 엮어져 있어서 틈틈이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리고 화학, 생물학, 물리학과 같은 자연과학 분야와 같은 과학적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각 챕터에서는 소설이 시작되기 전 쉽게 읽을 수 있는 사전지식, 즉 인트로덕션이 있어서 좋았다. 또한 단편 소설이 끝난 후엔 저자가 과학적 지식으로 소설을 다시 한번 풀어주는 마무리 해설이 있다. 각 장마다 앞설-소설-뒷설로이어지는 과정에서 개념의 습득-적용-해석까지 가능한 구조로 되어있고 그 후의 독자의 개인적인 생각의 확장까지 돕는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챕터는 제목이 곧 내용이었던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였다. 현대 물리학에서도 가장 난해한 분야인 양자역학을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 사건으로 옮겨 고양이의 입장이 되어 서술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 대해 알아보자면 먼저 이중 슬릿 실험 (DOUBLE-SLIT EXPERIENCE)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설명보다는 그림이 이해하기 쉬우므로 그림을 첨부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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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은 구멍이 뚫린 장소에 무늬를 남기고 그 무늬에 또 다른 무늬가 생겨서 간섭무늬가 나타나게 되고 그것이 스크린에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파동이 아닌 입자라면 앞서 설명한 것과는 다르게 무늬 남김없이 그냥 통과해버리고 뒤쪽 스크린에 그대로 박혀버릴 것이라고 예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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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예상에 논란을 일으킨 실험 결과 발생했고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었다. 전자를 입자라 생각했지만 실험 후의 스크린을 확인해보니 파동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과학자들은 계수기를 설치해 다시 관찰했지만 이번엔 전자가 입자의 형태로 나타난 것임을 알아낸 것이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결과지만 입자 차원에서는 늘 일어난다. 양자역학에서는 미시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관측되기 전까지는 서로 다른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슈뢰딩거는 고양이 가설을 제시하며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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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는 밀폐된 상자가 있다. 이 물질은 1시간에 50%의 확률로 핵분열을 일으키는데, 그러면 알파입자가 방출된다. 상자 안에는 가이거 계수기가 들어 있어서 만약 알파입자가 검출되면 연결된 망치가 작동, 청산가리가 든 병을 깨뜨리고 그 가스를 맡은 고양이가 죽는다. 따라서 원리상 고양이의 생사 확률은 반반이 되고, 1시간 후의 상자를 열기 전까지 우리는 이 불쌍한 동물의 운명을 알 수 없다.


- p76

 

 

이중슬릿 실험에 따라 고양이의 상태는 Dead or Alive가 아니라  Dead & Alive에 놓여있다. 고양이는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싶은 황당한 결과에 슈뢰딩거는 고양이를 동원하여 양자역학을 비판하려 했지만, 지금은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예시로 활용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 동원된 고양이의 입장이 되어 내용이 전개된다. 과연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산타 신디케이트


 


일종의 비밀결사라고 할 바로 이 조직, 산타 신디케이트가 만들어진 바탕에는 산타클로스라는 존재의 역할과 그것이 어린아이들에게 주는 신비감과 경외감의 중요성이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산타클로스의 전설이 시작된 이래로 수 세기에 걸쳐 인류는 산타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가졌고, 이후 나이가 들면서 그것을 상실하는 경험을 범지구적 차원에서 공유해 왔다.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실망감은 크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산타클로스의 전설을 믿었던 어린 시절의 감정을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 결과로 어른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자발적으로 암묵적인 결사체를 결성하고 산타클로스 개인이 해야 할 역할을 자신들의 아이들을 상대로 대신하게 되었다.


강력한 밈meme이 형성된 것이다.


- p186~187


 

산타 신디케이트는 그야말로 사고가 이렇게까지 확장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챕터다. 우리는 모두 어렸을 적 산타를 믿다가 믿지 않는 어른이 되어간다. 그러나 산타가 없다는 것은 사실 그 무엇으로도 증명되지 않지 않았나. 우리가 너무 쉽게 산타가 없다는 것을 믿어버린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점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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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신디케이트에서는 산타를 찾는 사고의 여정을 보여준다. 더불어 실재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끝없이 던진다. 책의 마지막을 덮고 나면 산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열린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이 책의 8가지 챕터 중 첫 번째인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에서는 불멸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며 두 번째 챕터 ‘세대 차이’ 에서는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는 세대 우주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네 번째 챕터 ‘유로피언’에서는 외계 생명체, 다섯 번째 챕터 ‘인형들의 천국’ 에서는 인공지능(AI) 여섯 번째 챕터 ‘튜링 히어로’에서는 튜링 테스트를, 일곱 번째 챕터 ‘계몽의 임무’에서는 살아있는 개 라이카를 귀환 장치 없이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 죽음의 길로 보냈던 사건을 빗대어 인간의 무감각에 대해 비판하며 지구의 지배자가 아니며 서로 공존하는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챕터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분야의 과학 주제이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며 읽다 보면 흥미로워 자료를 더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나처럼 과학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했던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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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 SF 단편 모음집 -


지은이
원종우

출판사 : 아토포스

분야
SF소설

규격
128*188mm

쪽 수 : 196쪽

발행일
2019년 12월 06일

정가 : 13,600원

ISBN
979-11-85585-81-9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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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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