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반복된 일상에 지친 이들이여, 창문을 넘자!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리뷰

글 입력 2019.12.2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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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창문넘어도망친100세노인.jpg



연극을 보기 전 서재에 묵혀두었던 노트를 폈다. 예전에 도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고 정리한 글을 읽기 위해서다. 없는 시간을 쪼개 정리본을 읽고 갔다만, 그래도 맘이 놓이지 않았다.


책과 달리 연극은 5명의 배우들이 배역을 바꾸는 ‘캐릭터 저글링’을 하는 건 물론-5명이서 무려 50여 개의 배역을 소화한다-, 내용을 앞뒤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할 것 같았다.


기우였다. 극 중간중간 설명도 하고, 무엇보다 배우들이 이름표를 붙이고 있어 어떤 역을 연기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라가 바뀔때 마다 무대 소품에 나라이름이 적힌 조명이 들어오고, 그 나라을 나타내는 소품을 착장하고 나라별 전통 춤을 춘다. 뒷부분에 한 사람이 이름표를 2개-3개씩 붙이고 동시에 연기하는데 너무 웃겼다. 경찰도 했다가, 경찰견도 연기했다. 개 연기를 하기 싫어서 서로 이름표를 미루는 배우들의 모습도 웃겼다.


배우들이 모든 역할을 재미있게 잘 소화해서 보는 내내 웃음이 계속 나왔다. 당연히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대사가 잘 들렸다. 매번 이런 에너지를 낼까 싶을 정도로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냈다. 종종 관객과 눈을 맞추며 소통하기도, 역에 푹 빠져 빛나기도 했다.

 

 

1. 100살 생일날, 양로원 창문을 넘어 도망치는 100세 노인.jpg

 

 

<시놉시스>
 
100번째 생일,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로원 창문을 넘은 노인, 알란!
 
남다른 배짱과 폭탄 제조 기술로 20세기 역사를 뒤바꿔놓은 그가 이번엔 갱단의 돈가방을 훔쳤다. 시한폭탄 같은 그의 여정에 알란 만큼이나 황당한 무리들이 합류하고 이제 경찰까지 그들을 뒤쫓는데…
 
스페인, 미국, 중국, 이란, 러시아, 그리고 북한까지, 세계를 종횡무진한 100년의 모험! 본의 아니게, 지난 20세기 역사적 사건을 좌지우지했던 '알란'. 시한폭탄보다 위험하지만 언제나 유머와 침착함을 잃지 않는 100세 노인의 예측불허 모험담이 펼쳐진다.

 


책을 읽을 땐 “창문 넘어”라는 문장에 주목하지 않았는데,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보고 그는 왜 하필 “창문”으로 넘어갔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필이면 태어난지 100년이 되는 날, 뒷문도 아닌 창문으로 도망치는 알란. 요양원 창문으로는 밖을 볼 수 있다. 정확히는 요양원 밖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중한 이들이 하나 둘 떠나는 요양원이 아닌, 모험과 생이 가득한 창문 너머. 알란이 창문을 넘은 이유는 안락한 삶을 등지고 모험에 뛰어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알란은 당연하게도 요양원을 탈출하자마자 조직의 돈이 든 캐리어를 가져간다. 모험이 진행되는 동안 알란은 회상한다. 자신의 어릴 적, 청년, 그리고 중년과 노년의 자신. 관객은 알란의 의식의 흐름을 함께 따라간다.


우연히 폭탄 제조 기술을 배워 실험을 하다 이웃을 죽이게 되고, 정신병동에 수감되어 거세까지 당한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스페인 독재자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하고, 미국의 핵 개발에 기여한다. 이란에 구금되었다가 풀려나 러시아에 가고 또 감금되는 등 한시도 한 장소에 있던 적이 없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거짓말이 심하다고 평가될 알란의 인생. 그가 이런 정신없는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어머니의 말 덕분일 것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갱단의 돈가방을 가지고 달아나도 알란은 이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7. 핫도그 장수 베너, 좀도둑 율리우스, 농가주인 구닐라, 코끼리 소냐와 행복한 시간.jpg

 


“누울 수 있는 침대, 술 한 잔, 식사 한 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만 있다면 괜찮아”라는 명대사는 그의 인생관을 대표한다. 어떤 일이든 그대로 받아들이기, 조급하지 않기. 연극을 보며 알란의 삶의 자세를 배웠다.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내게 주어진 일이 많아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조급함을 가질 때가 많았다.


분명 시간이 걸리는 일임에도, 이메일을 보낸 지 5분이 채 안됐음에도 조급증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침착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끝내 상대방에게 이메일을 봤냐는 카톡을 보내곤 했다. 일을 하는 이유는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서인데, 일이 외려 나를 삼킨 느낌이 들었다.


알란이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문을 넘었던 것처럼, 나도 지금의 상태를 넘기 위해 창문을 하나 넘어야겠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백세 노인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웃음! -


일자 : 2019.11.26 ~ 2020.02.02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요일 및 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 없음
 
*
12월 매주 수요일 4시, 8시 공연
12월 25일(수) 2시, 6시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티켓가격
R석 55,000원
S석 40,000원
  
주최/기획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1세 이상

공연시간
140분 (인터미션 : 15분)



 


[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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