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나의 소중한 친구, 빈센트 - 고흐, 영원의 문에서

글 입력 2019.12.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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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Look out on a summer’s day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별이 빛나는 밤

팔레트를 푸른색과 회색을 칠해요.

여름날에 밖을 내다보아요.

내 영혼의 어둠을 아는 그런 눈으로.

 

 

내가 반 고흐를 좋아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돈 맥클린의 노래 'Vincent' 다. 이 노래를 듣고 처음으로 화가 반 고흐가 아닌 인간 반 고흐를 바라보게 되었다.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 sanity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 listen now

 

이제 난 이해해요.

당신이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 위해 당신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자유롭게 해주려 얼마나 애썼는지.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듣는 방법도 몰랐죠.

어쩌면 이제 들을지도 몰라요.

 

 

이전까지 내가 봐왔던 수많은 기록 속 반 고흐는 유명한 화가, 단지 그뿐이었다. 그의 인생사와 그림에 대한 해석이 내가 접한 반 고흐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 노래는 아니었다. 노래 속 고흐는 세계적인 화가도, 찬양의 대상도, 비극의 주인공도 아니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였다. 먼저 떠나가 버린,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엔 너무나 아름다웠던 소중한 친구,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이 주로 부르는 성이 아닌 이름 빈센트를 제목으로 삼은 것도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고흐의 삶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예술 소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을 남겼지만, 정작 그는 생전에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다.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는 감동적이며 고갱과 절연한 일화는 가슴 아프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은 이미 너무 많이 들었다. 나는 이제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다. 미술 교과서 속 고흐가 아닌 나의 친구 빈센트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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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것을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가난과 외로움 속에 살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운명의 친구 폴 고갱을 만난다. 그 마저도 자신을 떠나자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신이 준 선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몰두한다.

 

불멸의 걸작이 탄생한 프랑스 아를에서부터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 빈센트 반 고흐의 눈부신 마지막 나날을 담은 기록.


 

대부분 유명 인물을 내세운 전기 영화는 충실하게 그의 삶을 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영화의 줄거리는 실존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고, 배우들은 인물의 원래 모습을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줄리언 슈나벨 감독의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일반적인 전기 영화와 궤를 달리한다.

 

"그림이 감정과 생생함의 강렬한 소용돌이를 거쳐 완성되는 과정을 영화가 그 자체의 동적이고

시간 속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방식으로 담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줄리언 슈나벨이 <고흐, 영원의 문에서>를 만들게 된 계기다. 영화는 창작의 행위가 어떤 것인지를 좇고 있으며, 그것이 속으로 어떤 느낌인지, 그림이 얼마나 육체적으로 힘든지, 예술가의 삶이 얼마나 헌신적이어야 하는지를 화가의 입장에서 보여준다고 한다.


줄리언 슈나벨은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반 고흐는 사람들이 기록했던 그가 아니라 그의 작품들에 대해 내가 느꼈던 그림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고흐의 인생사가 아닌 예술가로서의 그와 그의 그림, 그리고 그것을 감상한 감독 자신의 내면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나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전기 영화를 좋아한다. 데이비드 보위를 다룬 <벨벳 골드마인>, 밥 딜런을 다룬 <아임 낫 데어> 모두 내 인생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걸작이다. 내가 그 두 편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실존 인물에 대해서 기록 너머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두 작품에서 나타나는 데이비드 보위(보위의 항의로 그의 노래도 사용하지 못했지만, 주인공 브라이언 슬레이드는 너무나 명확하게 데이비드 보위다.)와 밥 딜런은 단순히 실존하는 뮤지션이 아닌 우리와 똑같이 방황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들을 위대하게 만드는 건 역사적 기록이 아닌 자신의 삶을 모두 예술에 바쳤던 진심이다. 그 진심은 토드 헤인즈만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무엇보다 아름답게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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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역시 그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록 속의 고흐가 아닌 누구보다 그림을 사랑했던, 별이 빛나는 밤을 캔버스에 담아낼 만큼 감성적이었던 소중한 내 친구 빈센트가 스크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슈나벨이 남긴 또 다른 말이 그 기대에 확신을 더한다.

 

“내가 화가란 사실이 아마도 나의 접근을 다르게 만든 것 같다. 나에게 이보다 더 사적인 주제는 없을 거다. 평생 생각해오던 거니까.”

 

*P.S : 고흐를 연기하는 배우가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의 훌륭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윌렘 대포라서 더 보고 싶은 영화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

- At Eternity's Gate -


연출 : 줄리언 슈나벨
 
각본
장 클로드 카리에
줄리언 슈나벨, 루이스 쿠겔버그
 

출연

윌렘 대포, 오스카 아이삭

매즈 미켈슨, 루퍼트 프렌드


장르 : 드라마(미국, 프랑스)

개봉
2019.12.26

등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111분
 
수입 : 찬란
 
제공/배급 : ㈜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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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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