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글 입력 2019.12.0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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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것을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가난과 외로움 속에 살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운명의 친구 폴 고갱을 만난다. 그 마저도 자신을 떠나자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신이 준 선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몰두한다.

 

불멸의 걸작이 탄생한 프랑스 아를에서부터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 빈센트 반 고흐의 눈부신 마지막 나날을 담은 기록.

 

 

학창시절 '서양미술사'라는 수업을 교양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미술사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고흐라는 화가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는 몰라도, 그 이름만은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유명한 인물임에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수업을 들으면서도 눈이 갔던 것 같다. 그렇게 귀 기울여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것은 별거 없었다. 위인전을 펼쳐 읽는 것처럼 아주 피상적이고 전기적인 이야기 혹은 예술 기법에 관련한 이야기였다.

 

수업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냥 나에게는 그것들이 지루하고 불필요한 겉치레처럼 느껴졌을 뿐이니까. 난 화가라는 직업을 가진 고흐의 그림도 궁금했지만 고흐라는 인물 자체가 더 궁금했다.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주제와 무관하게 그것은 그림에서 선명하게 또는 희미하게 드러난다.

 

그림은 어쩌면 또 다른 언어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일관성 있는 그림체를 가지고 싶었다. 억지로 하나의 재료만 쓰고 하나의 주제를 그렸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불만족스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수업이 아예 끝나고 알게 된 사실은 우리가 칭송하는 그 많은 화가들도 평생을 한 가지 스타일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일생이 그림에 녹아서 그림은 조금씩 그 모양을 달리했다. '유명한' 그림들은 '유명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며 그것은 그들의 삶의 일부였고, 그들이 적어내려간 수많은 일기 중 한 줄이었다.

 

 

“그림은 어떤 면에서는 죽음에 대해 고심하는 연습인 것이, 삶에 관련돼 있긴 하지만 남은 삶과는 달라서 죽음으로의 통로를 열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이야기는 고흐를 사랑하는 팬들이 태어나기 전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사명을 멈추진 않는다. 예술은 죽음을 초월할 수 있다”

 

 

예술은 죽음을 초월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우리는 그림이 또 하나의 언어임을 확인한다. 글로 유언을 남기듯 그림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긴다. 물론 글보다 선명할 수 없다. 어느 정도의 추측도 필요하고 그 사람 자체를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 더 기대가 된다. 슈나벨은 그림보다 고흐의 내면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을지. 흔한 전기가 아닌 그 사람 자체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게다가 한 집에 살며 한동안 함께 그림을 그렸던 고갱과의 관계에도 집중했다.

 

아주 개인적인 나의 그림 취향은 사실 고흐보다는 고갱의 그림에 더 가깝다. 딱 여기까지였다. 나는 이 화가의 그림이 더 마음에 들어. 이게 다였다. 그 이상 그들의 어떤 사람이었는지 관심을 가져볼 생각은 해보지 못했기에 이 영화의 기획 의도가 너무 참신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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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히 고흐는 모델들을 그린 반면 고갱은 기억과 상상으로 그렸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사뭇 다른 두 개의 보는 방식이고, 우린 그 차이에 대해 둘이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상상해봤다"

 

 

나는 주로 혼자 그림을 그린다. 가끔 그림을 같이 그릴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의견 충돌이 두려워 이내 그 생각을 지운다. 그렇다면 고흐와 고갱은 어땠을까? 잘 알려져 있듯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이들은 너무나 달랐다.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온화한 성격의 고흐와 이성적이고 영리하며 가족을 두고 떠나 그림을 그릴 정도로 야망이 가득한 고갱.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이들이 그린 그림뿐이었다. 이들이 같은 대상을 그린 그림을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정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들의 의중을 알기란 쉽지 않다.

 

고흐는 살며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다. 그는 귀를 잘랐고, 사실 고흐가 스스로 귀를 잘랐는지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고갱은 노란 집을 떠났다. 고흐는 그렇게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병원을 한 후에도 고흐는 그림을 그렸으며 결국 그의 잘린 귀처럼 죽음까지 불분명하게 마무리되었다. 이리도 기구하고 미스테리한 고흐의 인생 가운데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을까.

 

영화를 보는 것이 기다려지는 것은 나에게 참 드문 일이다. 주로 킬링타임용으로 영화를 보고, 정말 보고 싶은 영화마저도 사전에 그 내용에 관심을 가져서 기대를 한다기보다는 배우나 단순하게도 그저 그 영화 포스터의 느낌이 좋아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가 기다려진다. 다른 시대를 살며 붓이 아닌 연필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또 그의 그림을 보는 또 다른 많은 이들에게 화가가 아닌 고흐라는 하나의 인물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아서, 그 이야기가 어쩌면 나와 닮았을지도 몰라서.

 





고흐, 영원의 문에서
- At Eternity's Gate -


연출 : 줄리언 슈나벨
 
각본
장 클로드 카리에
줄리언 슈나벨, 루이스 쿠겔버그
 

출연

윌렘 대포, 오스카 아이삭

매즈 미켈슨, 루퍼트 프렌드


장르 : 드라마(미국, 프랑스)

개봉
2019.12.26

등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111분
 
수입 : 찬란
 
제공/배급 : ㈜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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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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