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으로 읽는 마음 - "그림 처방전"

글 입력 2019.12.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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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처방전>은 그림과 그림이 마음에 끌리는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 반복되어 나오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처음엔 글을 읽지 않고 그림만 넘겨보았다. 그리고 마음에 끌리는 그림이 어떤 게 있는지 골라 글을 나중에 읽었다.

 

물론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면 책에 수록된 그림은 모두 마음이 끌리는 작품들이었지만, 이 중에서도 유독 좋다고 느껴지는 그림이 몇 개 있어 글을 읽으니 설명도 공감이 갔다. 아래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그림과 내용을 적어본다.

 

 

 

1. <스튜디오에서의 점심식사(Studio Lunch)> _ 헨리 시돈스 모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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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앞에서 눈길이 멈췄다면 당신은 지금 관계에서 도망치고 싶은, 무척 지친 상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어떤 사람에게 관계가 피곤하다는 고백을 했다.

 

딱히 누군가 괴롭히거나 낙담할만한 상황이 있는 건 아니었다. 친한 사람들과 즐거운 연락을 주고받다가도, 문득 다 그만두고 싶다는 바람이 차올랐다.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는 그 감정은 아이러니하게 다시 더 시간이 흐르면 약속했다는 듯 익숙한 느낌으로 얼굴을 내밀곤 했다.

 

그림 속 여자가 편해 보였다. 표정이라든지 탁자에 편하게 팔을 올린 자세와 전체적으로 따뜻한 색감으로 칠해진 아늑한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물리적인 공간이든 쉬게 해줄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든, 지친 상태를 회복시켜줄 쉼이 필요하다.

 

 

 

2. <갇혀버린 봄(Imprisoned Spring)> _ 아서 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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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 눈길이 멈췄나요? 지금 당신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겠군요."

 

 

단지 여자의 눈빛과 따뜻한 색감이 좋았던 것 같은데. 그림을 볼 때 구체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은 아니어서 설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았다. 손꼽아 기다리는 게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있었다.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싶고,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쯤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러나 솔직히 이 기다림은 꼭 기쁜 건 아니어서, 기다림에 머무르는 시간은 갈수록 줄여야지 생각했다.

 

 

 

3. <스트란데 거리의 햇빛이 바닥에 비치는 방(Interior from Strandegade with Sunlight on the Floor)> _ 빌헬름 함메르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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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 눈길이 멈춘 당신,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거나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나요?"

 

 

그림 자체는 아주 차분한 분위기인데 어떤 일을 결정하느라 골머리를 앓는 건 전쟁과도 같아서 이 해석이 좀 의외긴 했는데, 글을 읽고 금방 이해가 됐다. 그런 상황에 놓여있을수록 마음의 평정을 바라기 때문.

 

계속 결정할 일이 늘어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만 같아서 힘겹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책의 조언을 따르는 게 상책이겠다. 이 시간은 분명 지금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의 나를 선물할 거라는 믿음을 주면서.

 

 

 

4. <한가로운 한때(An Idle Moment)> _ 존 화이트 알렉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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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 눈길을 빼앗긴 당신,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만의 침잠하는 시간이 필요한 때입니다."

 

 

‘자신만의 침잠하는 시간’이란 자기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마 이 책도 보게 된 것 같고. 먼저는 바쁘게 해야 할 일들로부터 벗어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의무에 충실하기보다 무엇이든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

 

그림은 생각보다 직접적이다. ‘생각보다’라는 수식을 붙인 이유는, 은연중에 현실의 장면을 있는 그대로 포착해내는 사진이나 영화가 그림보다 표현이 훨씬 직접적인 매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삶의 한 장면을 더듬더듬 손끝으로 재현하는 그림은, 그 과정의 특성 때문에라도 현실의 장면을 상당부분 생략하기 용이한 매체 같았다. 그러나 이 생각은 부분적으로 맞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는 아주 틀렸다. 작가는 필요 없는 부분을 생략하는 동시에, 꼭 필요한 것을 담아내고자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그것만이 표현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그 결과 그림에서 분명한 감정이 느껴진다면 그것만큼 직접적인 표현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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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터 랭글리의<슬픔은 끝이 없고(Never Morning Wore to Evening)>는, 얼굴을 감싸 우는 것 같은 젊은 여자의 표정은 가려 보이지 않지만 온 몸이 울고 있고, 그를 위로하는 노인의 눈썹과 꾹 다문 입술은 위로하는 자의 눈물을 참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처럼 화가는 그림에 감정을 꾸며내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 이 그림은, 화가가 슬픔이란 감정을 아주 실질적으로 대면하고 느끼지 못한 이상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화가가 감정을 대하는 방식처럼 책 <그림 처방전>은 사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한다. 특히 이 책에서 말하는 상처는 대부분 자아와 사람, 관계와 사랑이라는 주제와 맞물려있어서, 마음을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객관적으로 마음 상태를 점검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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