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죄책감 없는 작품 만들기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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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를 탓할 필요 없음
2. 마음가짐이 가볍고 쿨해짐
3. 보여주기식 아님
4. ‘잘 해내야 하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음
5. 잠시 예술가 뽕에 취할 수 있음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보자. 정갈하고 깔끔하지 않아도 된다. 내 지문이 묻어나 있다는 것만 하더라도 뿌듯함을 가져다주며 단 하루(몇 시간) 정도의 부담 없는 소요 시간. 발 한번 사알짝 담가 놓고 나와서는 배로 생색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활동 중 하나인 ‘원데이 클래스’는 꽤 매력적인 수업이다.
# 뭔가 하고 싶은데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그때 처음 원데이 클래스를 접했다. 가벼운 무언가, 짐이 되지 않을 무언가를 원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꽃꽂이 교실이었고, 철없는 생각으로 ‘오, 좀 뭔가 있어 보이는데?’ 하며 신청했었다. 학교에 인증서를 제출하면 어딘가에 좋은 기록으로 남겨준다고 하니, ‘백세시대에 정답 없는 인생을 살다가, 퇴직 후 제2의 직업으로 생각 중’이라는 꽤 괜찮은 명목을 목적란 아래로 적어 내려갔었다.
제2의 인생은 플로리스트로 살리라. 그때를 위해 벌써 준비하고 있는, 철든 대학생의 모습이라니. 뿌듯한 한편 설마 진짜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생각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다른 사람들과 도와가며 작업하는 와중에, 심심찮게 칭찬을 듣다 보니 내심 기분이 좋아지며 슬슬 어깨가 올라갔다.
나 이런 쪽에 소질 있나 봐. 전공 바꿔야 하나. 철없고 가벼운 이 생각, 이것도 원데이 클래스의 묘미다.
꽤 요긴하게 쓰고 있는, 내가 만든 냄비 받침
# 죄책감 없이 즐기는 문화 활동
팔은 안으로 굽는다. 내 강아지가 어디서 똥개 취급을 당해도 집에선 천재견이다.
원데이 클래스 후 결과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만고만한 결과물 사이에서도, 제일 작고 초라한 나의 결과물에 나는 여지없이 연민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대충 가방에 욱여넣고 집에 와 보면 정말, 너무 괜찮다.
결과물은 온전히 내 탓이지만, 보여주기식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이기에 죄책감이 없다. 가장 큰 매력은 1부터 100까지 내 손으로, 내 아이디어로, 내가 생각한 색깔 조합을 적용할 수 있기에 만족감이 크다. 단, 너무 따지고 재는 비교는 금물이다. 쉽게 가자. 나는 오늘, 하루 예술가가 된 거다. 오호라,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보는 걸 추천한다. 잘 해내고 마리라는 욕심보다는, 이렇게도 해볼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야지 하는 배포 있는 생각 말이다. 강사는 대개 편한 방법, 결과물을 좋게 만드는 데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왕 ‘하루’ 예술가가 된 김에, 그 하루만큼은 강사에게 온전히 내 것을 맡기기보다는 내 생각을 집어넣어 표현해보자.
물론, 그 결과물이 썩 맘에 들지 않을지라도, 앞서 말했듯이 집에 와서 보면 괜찮아진다. 그리고 탓할 대상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에는 ‘하나밖에 없는, 내가 다 한 작품이야’며 배시시 웃음이 날 것이다. ‘쿨’한 ‘하루 예술가’가 되는 것도, 원데이 클래스의 매력이다.
위의 바나나 그립 톡 자수(사진)도 ‘바나나는 A 방식대로 해야 예쁜데….’하는 강사분의 의구심을 무릅쓰고 해본 거다. 못난 부분도 있지만, 내 눈엔 가장 예쁘다.
# 가끔 한번,
머리도 식힐 겸 철없는 하루 예술가가 되어보자. 과제 하는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 ‘못나도 내 거, 못나니까 내 거’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즐기기엔 원데이 클래스가 꽤 괜찮다.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면, 생산적인 인생을 산 것만 같은 느낌도 부여해준다. 욕심부려 말하자면, 오늘날 자주 언급되는 ‘자존감’이란 것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일회성이고 단발성이기에 부담 없는 원데이 클래스. 검색하면 다 나온다. 하루 예술가가 되는 것, 스리슬쩍 추천해본다.
[서휘명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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