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마리의 숲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Part 1

글 입력 2019.11.23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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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이?! 아니, 김마리라고!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김마리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본 건 쇼파르라는 한 카페에서의 공연에서다. 이름이 독특해서 한 번에 기억을 하게 됐다. 그리고 공연을 보면서 분명 나중에 엄청나게 성장해있는 모습이 그려지는 아티스트였다.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는지 주변 사람들도 어느 틈엔가 김마리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얘기를 점점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젠 왜 김마리는 인터뷰를 하지 않느냐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였다. 이후에 나온 EP 앨범을 듣고 단독 공연을 보면서 그녀의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졌다.
 
작곡가가 만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인디 View>. 열아홉 번째 주인공인 김마리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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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김마리 : 안녕하세요. 저는 곡 쓰고 노래하고 피아노를 치는 ‘김마리’라고 합니다.
 
 
Q. 최근 공연을 굉장히 자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요즘 근황은 어떤가요?
 
A. 김마리 : 요즘 근황은 EP 앨범을 내고 단독공연이 끝난 뒤,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멘탈과 고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번 싱글만 내다가 여러 곡을 토해내고 나니까 뭔가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원래는 계속 혼자서 음악을 했었고 정말 아무도 없는 공연장에서 노래한 적도 많았는데, 이제 저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과 제 노래를 들어주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그만큼 좋으면서도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아무래도 저를 계속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으니까, 또 어떤 걸 보여드려야 할지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Q. 인디View의 고정 질문입니다. 성장과정이 궁금해요. 본인의 일생을 짧게 얘기해 준다면.
 
A. 김마리 : 저는... 음, 부산 여자인 어머니와 서울 남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위로 8살인 언니가 있고 늦둥이로 태어났어요.
 
Dike : 자소서 아닌 거 아시죠? (웃음)
 
김마리 : 푸하하- (빵 터짐)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하나, 탄생부터 얘기하고 있었어요.(웃음) 그리고 어머니께서 피아노 학원을 하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치게 되었어요. 그런데 웃긴 건, 어머니께서 피아노 학원을 하시는데 정작 저는 피아노가 그렇게 재미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 난 피아노 그만 배울래’라고 말하고 그냥 안 배웠어요. 하다가 말았죠.
 
반면에 노래하는 건 좋아해서 어렸을 때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가 나중에 얘기하시기를 그때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고 하더라고요, 왜냐면 제 목소리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진짜 걸걸해서 남자애 목소리였대요. 언니를 찾는 전화를 제가 받으면 언니 친구들이 ‘너 남동생 있어?’라고 하곤 했대요. 그래서 엄마는 그때 가수가 되겠다는 얘기를 듣고 웃겼다고 하셔요.(웃음) 그래도 노래하는 건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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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심했던 편이라 저학년 때 까지는 학교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안하고 오는 아이였대요. 그래서 엄마가 ‘오늘 학교 가서 이야기했어?’라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했대요.(웃음) 그 정도로 소심하고 나서기도 안 좋아하고 조용한 아이였어요. 대신 노래하는 걸 좋아했고 교회에서 찬양 팀을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경험했는데 재밌었고 칭찬도 들었어요. 노래방 가는 것도 엄청 좋아해서 노래방에서 노래를 잘 부르면 창문을 통해서 밖에 있는 중고등학교 언니, 오빠들이 창에 붙어서 저를 막 구경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걸 즐겼던 것 같아요.(웃음) 그러면서 점점 더 노래하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성격에도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고등학교 때는 아예 진로를 노래로 하고 싶었어요. 엄마한테 노래가 하고 싶다고 하니까 딱히 반대 없이 하라고 하셔서 실용음악학원에 다니게 됐어요. 고등학생이다보니 당연히 입시를 준비해야 했어요. 그렇게 보컬레슨을 받기 시작했는데 혼자 하는 것과는 정말 달랐어요. 입시를 하다보면 음악엔 정답이 있는 게 아닌데도 정답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거든요. 입시는 그런 것 같아요. 재밌어서 시작한 일이 재미가 없게 되더라고요. 다들 비슷한 노래를 비슷하게 부르게 되니까요.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 입시를 준비하지 않고 밴드를 하면서 곡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 친구들을 보면 자기들이 곡도 쓰면서 음악 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노래를 부르기만 했지 곡을 써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 친구들을 보고 저도 혼자 곡을 써보고 친구들한테 들려줬는데 곡이 정말 좋다고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애들이 좀 띄워주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내가 곡도 쓸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곡에 대한 재미를 느꼈어요.
 
그 친구들이 입시를 안 한다고 하니까 저도 내가 굳이 학교에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입시를 하지 않고 그냥 친구들하고 음악을 하겠다고 했어요. 엄마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반대하시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땐 정말 많이 부딪혔어요. 그런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결국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하고 입시 원서를 아예 안 넣었어요. 엄마가 대신 인생에서 수능은 경험을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시험장에 가서 경험만 하고 자고 도시락을 까먹고 왔어요.(웃음) 그렇게 졸업을 하고 스무 살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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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치루지 않았으니 학교를 가지 않고 혼자서 음악을 하는데, 혼자서만 계속 하다 보니까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느낌도 있고 지칠 수밖에 없었어요. 당연히 지쳐요, 혼자 하다보면. 세상에는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데 내가 그 속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친 감정과 융합이 되면서 자신감이 계속 떨어졌어요. 그러다 ‘아무래도 나는 음악을 관두어야겠다.’라는 쪽이 되었어요. 제가 수많은 뮤지션들 사이에서 잘 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 하던 카페에 바리스타로 정직원으로 취직을 하고 음악을 그만 뒀어요. 그냥 돈을 벌었어요.
 
Dike : 한 번 다른 직업을 가졌었군요. 지금까지 인터뷰 중에 음악하기 전, 유일한 정직원이에요.(웃음)
 
김마리 : 4대 보험도 들었다고요.(웃음) 그렇게 그냥 돈을 벌었는데 재밌었어요. 멋있어 보이는 직업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뭔가 계속 뭘 잃어버린 것처럼 계속 미련이 남더라고요. 시도해보고 그만 둔 게 아니라 지레 겁먹고 그만 둔거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1년도 안돼서 음악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부끄럽고 민망했어요. 엄마한테 입시를 하지 않겠다, 음악을 그만두겠다 계속 제 맘대로 한 거잖아요. 그래놓고 다시 음악을 한다고 하면...(한숨) 그래서 음악을 다시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면서 대신 딜을 했어요. ‘다시 음악을 시작하는 대신, 이번에는 입시를 해서 학교를 들어가겠다’라고 당차게 딜을 해서 다시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게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너 음악하려고 돈 벌고 있는 거 아니었어?’라고 하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내가 걱정을 왜 했지’했어요. 아! 여담인데, 제가 음악을 그만둔다고 떠났을 때 당시 레슨 선생님께서 ‘현지는 분명 다시 음악 할 거야’라고 하셨다는 말을 나중에서야 전해들었어요. 저는 이상하게 아직까지도 그 말에서 힘을 얻어요.
 
입시라는 게 시기가 있다 보니까 입시기간이 6개월 정도 남은 상태였어요. 굉장히 연습기간이 촉박했지만 어찌어찌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감사하게도 합격까지 하게 되었어요. 엄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좋았어요.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과에 작곡전공으로 들어갔어요. 웃긴 건 작곡 전공이지만 작곡을 배운 적은 없어요.(웃음) 경희대는 싱어송라이터 전공이 없어서 원서를 넣을 생각이 없었는데 당시 레슨 선생님께서 한 번 넣어 봤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작곡전공으로 시험을 접수했어요. 큰 기대가 없었으니 오히려 긴장도 덜했고 실기 당일엔 느즈막히 일어나 머리도 감지 않고 부스스한 채로 갔어요. 그런데 시험을 치고 처음으로 마음이 가벼웠고 심사하시던 교수님의 미소도 기억이 나요. 그렇게 보컬과 피아노만 배우고 연습하던 저는 어쩌다보니 기묘하게 작곡전공으로 들어갔어요. 정말 재미있는 일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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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들어가서는 모든 게 생소했어요. 동기들이 다들 합주경험도 있고 리얼 북으로 잼을 하고 있는 게 저랑은 완전 다른 세상이었어요. 전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작곡전공인 친구들도 막 피아노 솔로를 하고 있는데 전 못했어요. 저는 피아노를 오래 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곡을 공부한 적도 없으니까 처음엔 좀 힘들었어요. 혼자만 다른 세상에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1학년 때부터 ‘나는 싱어송라이터니까’하면서 꾸준히 제 곡을 만들고 부르면서 저의 길을 갔어요. 그러다보니 친구들도 저를 그대로 인정해줬어요. 그 이후에는 아무래도 다른 친구들보다 학교를 조금 늦게 들어갔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있었어요. 늦게 들어온 만큼 활동은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시작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졸업을 하고 하면 늦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 앨범을 준비하고 발매하고 공연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올해 2월에 졸업을 했어요. 지금도 쭉 활동을 하고 있고요.(웃음)
 
Dike : 공연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김마리 : 제가 지금도 그렇지만 공연을 할 때 엄청 떨어요. 진짜 쫄보거든요.(웃음) 환경에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마이크 위치가 평소와 조금만 달라도 계속 그거만 신경쓰이곤 해요. 늘 마음이 편안한 상황에서 공연을 해야 하는데 제가 겁쟁이인걸 알기 때문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음원발매보다도 먼저 오픈마이크를 하러 다녔어요. 오픈마이크는 사실 보러 오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준다기보다는 나를 단련시키는 느낌으로 사람들 앞에서 내 음악을 들려주는 연습을 했어요.
 
 
Q. ‘김마리’라는 이름이 본명이 아니잖아요.(풋) 어떻게 만든 이름인가요?(웃음)
 
김마리 : 하하- 왜 웃으시죠.(웃음 참는 중)
 
Dike :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분식의 그 김말이?’라는 얘기를 항상 하니까. 이 질문을 안 하려다가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A. 김마리 : 사실 제 본명은 특이한 이름이 아니에요.(본명 김현지)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특이한 이름이 가지고 싶었어요. 제 이름은 주변에 누군가 한명쯤 있는 이름이라서요. 활동을 하기에도 동명이인인 분들이 계시고 제 음악을 표현하기에도 본명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제가 동화적인 분위기의 ‘마리’라는 이름에 꽂혔어요. 그런데 제 성인 ‘김’을 붙여보았더니 ‘김마리’라는 조금 황당한 이름이 나오더라고요. 이게 좀 그런 거죠.(웃음) 예쁜 이름이지만 처음엔 약간 ‘엥? 이름이 김말이라고?’하면서 황당하지만 기억에 남잖아요. 그래서 그걸 노린 것도 있어요. 근데 반전은 저 김말이 안 먹어요. 되게 뜬금없죠? 사람들이 항상 김말이 좋아하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김말이를 안 먹습니다.
 
 
김마리의 <기억을 안아주는 방법>
 
 
Q. 작년 3월 16일에 <기억을 안아주는 방법>으로 데뷔했어요. 솔직히 이 곡을 듣자마자 제가 느낀 건 ‘아, 이건 듣자마자 잘 쓴 곡!’이였어요. 가사도 너무 완벽하고 곡도 좋아요. 이 곡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곡인가요?
 
A. 김마리 : 이 곡이 사실... 기억이 잘 안나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Dike : 아, 그래요? 제목은 <기억을 안아주는 방법>인데요?
 
김마리 : 아, 이게 진짜로 기억이 잘 안나요. 꽤 예전에 쓴 거라. 아마 뭔가 특별하게 나온 것 같지는 않고 그냥 평소같이 갑자기 나왔겠죠? 가사의 내용은, 세상에서 떠나보내는 모든 것들은 흔적이 남잖아요. 사랑도 그렇고요. 흔적은 늘 아프고 슬프지만, 사실 무언가가 떠난 후에 흔적이 남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이 곡은 그런 흔적들을 받아들이는 마음에 대한 노래에요. 학교를 다니던 1학년 때 작곡전공끼리 모여서 하는 공연에서 이 곡을 부르고 싶은데 제목을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과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이별을 이겨내는 방법>인가? 그런 식으로 제목을 지어줬는데 거기서 힌트를 얻고 조금 바꿔서 <기억을 안아주는 방법>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가사의 내용을 봤을 때 지금의 제목이 더 맞는 것 같았어요.
 
Dike : 가사 내용이 좋았어요. 은근히 가사를 엄청 잘 쓰시더라고요.
 
김마리 : 은근히는 뭐죠?(웃음)
 
Dike : 아니, 이게. 그러니까 처음에 ‘김말이?’라고 분식을 처음 생각하고 음악을 들으면 가사를 잘 쓸 것 같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막상 들으면 잘 쓰니까.
 
김마리 : 이게 좀 고민이 됐어요, 그래서. 이름이 너무 장난스러운가?
 
Dike : 가사를 잘 쓰잖아? 뭐지?라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엔 매치가 안 된다고 할까. 그래서 기억에 확 남았어요.
 
김마리 : 당황스러운가요?(웃음) 다행이네요.
 
 

김마리의 <그대를 찾아낼 거야>
 
 
Q. 두 번째 싱글인 <그대를 찾아낼 거야>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요. 이 곡을 들으면서 표현력이 참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놀이동산 느낌도 나면서 동화적인 분위기가 확 느껴져요. 그러면서도 어느 부분에는 <기억을 안아주는 방법>에 이어서 모던사극을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있어요. 김마리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궁금하게 만드는 곡이었어요.(웃음) 이 곡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A. 김마리 : 음...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나의 님을 찾아내겠다는 당찬 포부의 노래에요. 그대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나를 찾아오지 않으니까 내가 너를 찾아내겠다는 내용이에요. 그래서 공연 때는 무서운 내용의 곡이라고 소개를 해요.(웃음) 얘기해 주신대로 동화적이고 놀이동산 분위기를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드럼 마칭 같은 것들이 들어가고 아코디언 소리 등 디즈니 같은 느낌을 주는 요소들도 사용했어요. 인트로가 지나고 나오는 하프도 그래서 들어갔어요. 잘 한 것 같아요.(웃음) 맘에 들어요. 제가 좋아하는 곡이에요. 그리고 트럼본 라인이 뭔가 바보같이 나오거든요. 일부러 엉뚱한 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후렴을 들어보면 ‘부우~’라고 떨어지는 소리가 트럼본 소리에요.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가사가 엉뚱하고 명랑한 소녀의 이야기라서 전체적으로 그런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Q. 계속 얘기가 나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리님의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키워드는 ‘동화’일거에요. 이렇게 모드(Mode) 느낌을 잘 사용하는 아티스트는 최근에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서 더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약간 ‘내가 이렇게 음악을 잘한다!’라고 곡이 말하는 느낌이었어요.(웃음) 특정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의도하고 곡을 쓰나요? 어떤 장치들을 주로 사용하는지 궁금해요.
 
A. 김마리 : 그런데 이게 제가.(웃음) 작곡전공이라서 당연히 아실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냥 모르고 쓰는 거예요.
 
Dike : 모르고 쓴다고요? 그럴 수도 있나요?
 
김마리 : 학교 다닐 때도 분명히 여러 번 배웠는데도 어려워서 기억이 안 나요. 이론에 약해서 아무리 들어도 또 까먹어요. 그래서 곡을 쓰고 나면 친구나 선생님이 제가 어떤 방법을 사용한 건지 분석해 주곤 했어요. 그러다가 화성법 이론을 내가 좀 제대로 알고 있어야겠다 싶어서 학교 친구에게 물어보았는데 그 친구가 ‘언니, 배울 필요 없어. 어차피 언니가 이미 다 쓰고 있는 거야’라고 해서 아 내가 다 쓰고 있는 거구나, 했어요.
 
Dike : 이러면 할 말이 없어지는데 어떻게 하지.
 
찰리파크(인디View에서 기록담당) : 천재인 것 같은데요.
 
김마리 : 어쨌든 곡 안에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걸 좋아해서 제 귀와 손이 분위기를 그렇게 끌고 간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을 주려고 의도한 건 맞아요. 의도하다보니 쓰게 된 거고 제가 그걸 쓰고 있다는 걸 모를 뿐.(웃음)
 
Dike : 혹시 피아노를 오래쳐서 가능한 걸까요?
 
김마리 : 피아노도 오래 치지 않아서...
 
Dike : 어릴 때부터 쳤던 것 아니었나요?
 
김마리 : 그거 이제, 어릴 때 엄마한테 레슨 안 받겠다고 한 후에는 안 쳐서요. 그러고 나서 제대로는 나중에 레슨 받으면서부터 다시 쳤어요.
 
찰리파크 : 천재네.
 
Dike : 할 말이 없는데. 뒤의 질문들이 의미가 있을까?
 
찰리파크 : 저도 지금 쓰다가 이거 멈췄어요. 이거 어떻게 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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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곡들을 들어보면 주로 밴드사운드 위주의 리얼 사운드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인디에서도 일렉트로닉 장르나 신스 팝이 주요한 장르가 된 만큼 어쿠스틱을 제외하곤 완전히 리얼 사운드를 추구하는 것도 예전에 비해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특별히 의도하고 있는 부분인가요?
 
A. 김마리 : 음...(웃음) 어떡하죠?
 
Dike : 그냥 밴드를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어요.
 
김마리 : 제가 미디를 못하니까 그냥 한 건데 지금 생각해도 제 곡들은 리얼 연주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리얼 연주가 주는 느낌이 좋아요. 동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부수적인 악기들은 라이브로 힘드니까 음원에서는 미디를 활용해 표현하고도 있어요. 요즘의 음악시장에는 얘기하셨던 그런 사운드의 음악이 많기는 하지만 그게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은 아니에요. 대세를 따르고 싶은 마음은 없고 저는 그저 제 음악을 하는 거니까요.
 
 
김마리의 <그리운 날 그리운 널> Live
 
 
Q. 세 번째 싱글인 <그리운 날, 그리운 널>은 발라드 곡이에요. 앞선 두 싱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곡이에요. 이 곡을 작업하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A. 김마리 : 순수했던 시절에 순수하게 좋아했던, 그 시절과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노래에요. 저는 원래 조금 어렵게 들리는 노래를 좋아하는데요, 이 노래는 엄청 담백하게 쓴 곡이에요. 사실 그렇게 별다른 애정이 있는 곡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공연에서 한번 해봤는데 팬 분들이 메시지로 이 곡이 제일 좋았다고 해주시는 거예요. 사람이라서 저도 어쩔 수없이 누가 좋다고 하면 저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애정이 생겨버린 곡이에요.
 
2018년에는 3개의 싱글을 발매하는 일정을 미리 잡아놓았었는데 일부러 매번 다른 느낌의 곡을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세 번째 싱글은 이 곡이 알맞다고 생각했어요. 계절에도 맞았던 것 같고요. 스트링이 잘 어울리는 곡이었고 많은 분들이 이 곡을 좋아해주셔요. 저는 사실 평소에 발라드를 즐겨듣는 편은 아니고 제 곡 중에서도 발라드 곡들은 저의 최애들이 아닌데, 들어주시는 분들은 발라드를 많이 좋아해주시니까 진짜 듣는 사람들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Q. 아티스트에게 음악만큼 중요한 건 ‘캐릭터’이기도 해요. 인위적으로 캐릭터를 만들기도 하지만 뭔가 마리님의 자연스럽게 사람 자체의 모습이 캐릭터가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리님의 캐릭터가 워낙 독특하고 확 띄는 편이잖아요.(웃음) 묘하게 사람들의 ‘덕심’을 자극한다고 할까? 본인은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김마리 : 근데 사실 저는 아직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세상에서 제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어쨌든 그렇게 독특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는데 평범하고 싶고 평범한 사람인 것 같아요. 눈에 띄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나서는 것도 싫어하고요.
 
Dike : 밖에서 보는 시선이 독특하게 보는 건 알고 있죠?(웃음)
 
김마리 : 잘 모르겠어요.(웃음) 저 진짜 그냥 평범한데. 그런데 그런 건 있어요. 평소엔 안 그런데 음악을 할 때는 독특하고 싶은 건 있어요. 아, 이제 생각해보니 그러겠네요.
 
Dike : 그렇죠. 보통은 평범하게 신발을 벗고 공연을 하진 않으니까.(웃음)
 
김마리 : 아하하- 신발을 벗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답니다. 그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Dike : 그리고 평범하게 ‘김마리(김말이 같은)’라는 이름을 짓는 것도...
 
김마리 : 아, 그러네요.(빵 터짐) 제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있었군요.
 
Dike : 평범하게 입시를 안 한다고 하고서 작곡을 안배우고 경희대에 작곡전공으로 들어가는 것도...(장난)
 
김마리 : 저 그냥, 어...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저 되게 평범한 사람인 것 같은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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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숲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Part 2

  

마리의 동화 속, 그 안의 불꽃놀이






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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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싱팀 Vlinds의 작곡가이자 인디레이블 캔들인유어스(Candle In Yours)의 공동대표.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덕후.


사실 음악보다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해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중이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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