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짧고 굵은 진한 매력의 단편영화들 -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방문했다
글 입력 2019.11.0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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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 많은 영화들을 영화관에서 관람해왔지만, 정작 단편영화를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단편영화가 영화관에서 개봉할 일이 드물기도 하고 단편영화에게 장편영화를 이길만한 매력을 그닥 느끼지 못함도 있었다. 그러다 단편영화를 한 두 편씩 접하게 되며 관심이 점점 커질 무렵,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만났다.

 

좋은 영화들을 자주 상영해 종종 들리곤 했던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제는 열리고 있었다. 나는 영화제 3일차에 방문했는데, 너무 탐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그 중 어떤 것을 선택할 지가 은근한 고민이었다. 행복한 고민 끝에 나는 ‘국내경쟁2’와 ‘오버하우젠 뮤비프로그램’을 골랐다.

 

‘국내경쟁2’는 국내감독들의 단편영화를 모아놓은 프로그램이었다. 단편영화는 대략 20분 전후의 제한된 짧은 시간 안에 집약적으로 원하는 걸 표현해내야 한다. 그렇기에 장편영화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감독들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국내감독들이 얼마나 양질의 단편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와 궁금증이 가득했다. 실망할 일만 없기를 바랬다. 그리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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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국내경쟁2’의 영화는 <기대주(Rising star)>와 <산후(Mother, Flower)>였다. 먼저 <기대주>는 한 중년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 욕심을 내거나 승부욕을 보일 때 흔히 ‘주책 맞다’고 이야기 한다. 이미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해볼 만큼 해본 사람이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를 이겨보겠다고 나서는 게 꼴사납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그런 사회의 시선에 정면으로 맞선다. 중년여성인 주인공은 다니던 수영장에서 수영대회에 나갈 팀 인원을 선발하는 경기에서 가장 어리고 유망주로 꼽히는 10대의 여학생과 공동1등을 하게 된다. 결국 며칠 뒤 재경기를 치르기로 한 후, 그녀는 이기고 싶은 마음에 맹렬히 연습을 한다. 심지어 수산시장에서 가장 빠른 물고기를 산 후 보양식처럼 먹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은근히 양보해주라는 눈치를 주고 그녀는 점점 더 마음이 불편해져 간다.

 

많은 영화들에서 승부욕은 젊은 사람들의 것으로 취급된다.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늘 조언을 해주고 지혜를 주는 응원자의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나이가 들었다고 도전을 하고 싶은 욕구와 이기고 싶은 당연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억눌러야 하는 것은, 또 그것을 주책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기대주>는 이런 각광받지 못해왔던 중년이상의 여전한 열정과 그에 따른 소외감을 동정에 호소하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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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는 여성의 산후우울증을 다루었다. 주인공은 출산 이후 산후우울증을 겪으며 정신병원을 다닌다. 이 영화는 특정한 스토리라인이 명확히 존재하지는 않는다. 산후우울증이라는 증상을 중심으로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을 영상으로 표현해낸다.

 

주인공은 겉으로 보기에는 마구 화를 내지도, 하루 종일 울지도 않아 무덤덤해 보이지만 오히려 지나친 정적을 통해 어딘가 텅 비어있음을 보여준다. 문어의 육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통해 출산과 희생 그리고 어머니라는 개념을 연관시키며 ‘산후우울증’이라는 것이 비단 당사자의 문제거나 희생의 영역이 아닌 그 주변 모든 사람들도 함께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 동안 잘 알려지지도 다루어지지도 않았던 영역에 관해 자극적이거나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은 영상으로 표현해내어 인상 깊었다.

 

다른 프로그램인 ‘오버하우젠 뮤비프로그램’은 세계 3대 국제단편영화제 중 하나인 오버하우젠국제단편영화제의 뮤직비디오 선장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14편의 뮤직비디오를 관람했는데 하나같이 실험적이며 아름다웠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바로 <푸 드 샤그랑/블루 드 뉘(Peau de chagrin/Bleu de nuit)>였다. 거친 목소리의 랩 음악의 배경으로는 아프리카의 한 부족이라고 생각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뮤직비디오는 색을 쓰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다양한 색들이, 특히 원색 위주로 등장함에도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강렬하며 토속적인 느낌을 잘 살려냈다. 절제되지 않은 색감 덕분에 샤머니즘적이고 환각을 보는듯한 강한 시각적 재미가 느껴지며 본능적이고 육체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가사를 더욱 부각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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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통해 평소 큰 스크린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단편 영화들과 뮤직비디오까지 관람을 하였다. 여전히 좋은 영상들은 끊임없이 탄생하고 새로운 것이 없을 법 하다고 생각했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 들이 계속 치고 올라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더불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더욱 인지도 높은 영화제가 되어 더 많은 이들이 이러한 양질의 영상들을 함께 즐길 수 있어지길 바란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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