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의 삶과 닮아있는 낯설고도 익숙한 이야기: 제 1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영화]

전 세계 다채로운 독립영화를 한 자리에서 만나보다
글 입력 2019.10.1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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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국제영화에제서 관람했던

4개의 단편 영화들

 

 

사실 단편영화의 매력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평소 영화를 즐겨 보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단편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에, 내겐 그저 낯선 존재에 불과했던 단편영화다. 설령 본 적이 있다고 해도 두어 번 봤을 뿐이었다. 아마 주변에서 접해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고, 독립 영화관을 방문하는 수고를 들여야 했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올해 5월 초 친구와 방문한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는 단편 영화가 정말 재밌고 괜찮다는 친구의 말에 홀려 '한국단편경쟁' 부문의 영화를 예매하게 되었다. 영화관에선 4개의 짧은 독립 영화가 묶여져 연달아 상영되었고, 30분이 넘지 않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각 영화가 남기는 메시지는 상당했다.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들이 너무도 좋았다. 특히 단편 <레오>, <링링>이 남긴 묵직한 여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단편영화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인터넷에서도 쉽게 다운로드할 수 없고, 영화관에서 개봉을 하더라도 독립 상영관에서만 개봉을 한다. 개봉을 해도 상영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마도 단편 영화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렇다면 각기 다른 이야기로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는 단편영화들은 어디서 만나볼 수 있는 걸까?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국제 경쟁 단편영화제 : AISFF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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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리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이 있다. 바로 아시아나에서 2003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 (The 17th Asiana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이다. 한국 영화 100주년의 해인 2019년, 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는 17회를 맞이했다. 이번 영화제는 다가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총 6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경쟁 부문에서는 18개국 5752편이라는 엄청난 수의 출품작이 들어왔으며, 이 중 예선 심사를 통해 국제 경쟁 부문엔 총 35개국 53편, 국내 경쟁에 총 15편, 뉴 필름메이커 부문에는 6편이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되었다. 출품작들은 신선한 시도를 통해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고, 다양한 여성 영화 및 LGBT 단편들이 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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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바롤린 감독, <버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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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 포이쿠 감독, <해변으로 가는 마지막 여행>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에릭 바롤린 감독의 <버뮤다>와 그렉 롬 감독의 <약탈자들>이다. 개막작은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면서도 영화제가 추구하는 색을 가득 담아낸 작품들이기에 눈여겨봐야 할 작품들이다.

 

국제 경쟁부문에서는 총 53편이 국내 최초로 소개되며, 기존의 관습을 벗어난 여성 영화와 난민을 주제로 다루는 유럽 영화들이 눈에 띈다. 중앙, 동남아시아 단편이 보여준 놀라운 성장 역시 인상 깊다. 특히 단편 <나의 수호천사들>, <해변으로 가는 마지막 여행>, <비스트로> 가 풀어낼 이야기가 가장 궁금하다. 폐막작에선 국제 경쟁부문 수상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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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감독, <노량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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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감독, <주근깨>

 

 

국내 경쟁부문에서는 출품작 974편 중 15편을 선정하였다. 국제 경쟁 부문과 더불어 여성을 키워드로 하는 여러 영화들이 돋보였고,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와 청년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도 많이 등장했다. 특히 5년 동안 고시공부를 하는 연주의 이야기인 <노량대첩>, 심각한 사회문제인 몰래카메라 문제를 다루고 있는 K대_oo닮음_93년생.avi, 두 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주근깨>는 주목할만한 단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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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감독, <구례 베이커리>

 

 

뉴 필름 메이커 부문에선 총 6편이 선정되었다. 뉴 필름메이커 부문은 작년에 처음 신설된 분야로, 국내 감독의 첫 번째 단편영화 연출작 중 장르적 시도가 돋보이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이 최종 선정되었다. 선정작 중에선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시골마을 구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단편 <구례 베이커리>이 가장 흥미로워 보였다.

 

 

 

다채로운 특별 행사와 캐스팅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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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AISFF 관객과의 대화 행사

 

 

이번 영화제는 다채로운 단편 영화 상영 외에도 5개 섹션으로 나뉜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네마 올드 앤 뉴'에선 장 뤽 고다르, 스탠리 큐브릭과 같은 영화 거장들에 대해 다룬 젊은 감독의 단편을 만나볼 수 있고, '이탈리아 단편 특별전'에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단편과 동시대 감독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오버하우젠 뮤비 프로그램'에선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상영할 예정이며, 일본 최대 국제단편영화제 '숏 쇼츠 필름 페스티벌'과의 상호 교환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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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마켓 매칭작, <노르웨이 맨>

 

 

또한 눈여겨볼 점은 '아시프 캐스팅 마켓' 프로그램이다. 이는 한 달간의 공모 기간을 거쳐 선정된 5편의 단편영화에 출연할 배우들을 아시아나 영화제 현장에서 직접 발탁하는 것이다. 출연에 희망하는 배우들은 10월 16일까지 접수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최종 선정된 배우들은 캐스팅 마켓 행사 당일 감독 및 제작자들과 1:1 미팅을 가질 수 있다.

 

향후 제작을 마친 영화는 내년 아시아나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 기획을 얻는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 폭넓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 행사다. 이 외에도 국내 단편 영화인을 지원하는 펀드 프로젝트, 시나리오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네마 토크 등 다양한 기획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삶의 순간을 담아낸 단편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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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는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히 닿아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과 고민을 지니고 있거나, 때론 극도의 위기에 처해있는 영화 속 주인공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단편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가끔은 낯선 광경에 놀라기도 하지만, 천천히 곱씹어 보면 결국 모두 우리의 이야기이다.

 

아마 많은 이들이 단편영화는 난해하고 어렵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나 또한 직접 접해보기 전까진 단편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을 알지 못했으니까. 짧은 러닝타임과는 다르게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재치 넘치고 때론 긴장감 넘치는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번 영화제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단편영화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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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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