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광장의 3요소: 사람, 소리, 감정 [시각예술]

글 입력 2019.10.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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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는 길에는 ‘광화문광장’이 있다. ‘광화문 광장’은 매년 많은 행사들이 열리는 곳이며 더불어 시위와 집회가 꾸준히 열리는 곳이다. ‘광화문 광장’이라는 한 공간에 각자의 목적을 가진 목소리들이 항상 나온다. 필자는 올해 4월 13일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 문화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에 참석했다. 장소는 광화문 북광장이었다. 미해결된 문제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그 현실에 굴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표하는 행사였다. 필자가 참여한 시간대에 순서는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 본 공연이었다.


본 공연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메시지 전달이 주 목적이었다. 진실을 알고 싶은 그 마음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 본 공연의 노랫소리는 청아했다. 세월호 참사가 사회에 던지는 질문들을 한뜻으로 찾지 못하기에 공연은 마지막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공연 순서마다 울려 퍼지는 노래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결의로 하나 되었다. 공연의 마지막 순서에 조명이 꺼지고 촛불 파도타기로 하나의 행동을 보이면서 서로가 느낀 결의라는 감정을 확인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3부작 전시에서 2019년도를 조망한 전시다. 전시는 광장이 역사성과 시의성의 순간에 언제나 있는 공간으로 보았다.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수많은 이야기가 사회라면, 그 사회적 활동의 주 무대가 ‘광장’이다. 하나의 사건에 제각기 다른 감정들을 지닌 이들이 ‘광장’에 모여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


‘광장’이 그 즉시 원하는 대로 해결해주는 힘은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소리 내어 표현할 수 있다는 동의가 ‘광장’이 있기에 다양한 감정들과 목소리들이 혼재한다. 전시는 ‘광장’이 서로 다른 공동체들을 받아들여주는 곳이며, 그로 인한 연대감과 분열, 혼돈을 남기는 곳이라 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 모이고자 하는 본능이 ‘텅 빈 공간’이라는 ‘광장’을 사회의 한 시점을 비춰주는 곳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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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백, 김용훈은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감정에 주목했다. 광장이 사람들이 마음이 모이는 바다로 보았다. 화난, 행복한, 슬픈 등등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특정한 감정들을 갖고 오거나 돌아간다. 광장의 특성을 변하는 감정의 상태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 신승백, 김용훈의 작품은 끊임없이 변하는 형태를 보인다.


동일하지 않은 사람들의 감정이 광장에 무작위로 모이기 때문에 데이터의 결과도 계속 변한다. 그 결과를 둥그렇게 모인 검은색 원판들에 시간차를 주어 보낸다. 쇠구슬이 원판 위에서 시간차를 내며 구를 때마다 나는 소리는 파도 소리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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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검은색 원판들 안 쇠구슬의 크기는 조금씩 다르다. 검은색 원판이 감정이 모이는 광장이라는 형태고, 그 안 쇠구슬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다. 각각의 원판이 연이어 내는 소리는 한 광장에서 내는 목소리가 다른 광장,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줌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체 파도 소리는 각각의 공동체가 소리로 연결되어 더 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룸을 보인다.


광장과 사람 그리고 그들의 의견인 소리는 서로 연관된다. 원판 위를 구르는 소리를 부각한 작품은 광장에서 소리가 가지는 중요성을 말한다. 한 문제에 대해 느낀 감정을 소리 내어 표현 가능한 곳이 바로 광장이다.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광장이라는 플랫폼이다.


이처럼 광장은 하나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사건들이 있을 때 광장에는 집회, 시위라는 형태로 진행된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확장되었음에도 광장에 결집하는 행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광장으로 모여 목소리를 내자는 동기부여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보편적 의견만이 수용되는 사회에 반기를 드는 듯한 개별적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행동이 아니라 집단의 행동이 유의미하다. 서로가 광장에 모여 하나 되어 외치는 구호는 더 큰 소리로 변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퍼진다. 소리로 표현된 의견은 광장에 스쳐 지나가는 다수에게 감정을 일으켜 그와 관련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자극이 된다.


광장은 서로의 감정이 무엇인지 소리를 통해 알려준다. 이 감정을 서로 확인하며, 혹은 감정에 자극받은 사람들은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결정한다. 한 시대의 순간순간에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려준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광장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소리가 있었다. 소리를 통한 감정의 울림은 광장에 사람들을 계속 모이게 하는 자극제다. 필자가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 문화제에서 ‘공연 소리’를 통해 ‘결의’라는 감정을 가지며 마음속에 각인시킨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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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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