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멀고 먼 오페라를 가깝게,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공연]

2019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글 입력 2019.09.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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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여행 중반쯤에 나는 오스트리아의 빈에 머물고 있었는데, 늦은 저녁 길거리를 거닐다가 유난히 시끌벅적한 광장을 마주했다. 술과 안주를 팔며 사람들은 한껏 흥이 올라있었고, 여러 줄로 놓여진 의자들을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큰 스크린이 눈에 띄었다. ‘FILM FESTIVAL’. 스크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알고 보니 운 좋게도 일년에 한번 빈 시청사 앞에서 열리는 필름 페스티벌 기간에 방문을 한 것이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밴드 ‘Placebo’의 녹화공연이 상영되고 있었는데 영상의 막바지였는지 잠시 앉아서 감상하고 있으니 곧 영상이 마무리되고 다음 영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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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다음영상이 내가 인생에서 마주친 가장 제대로 된 오페라였을 것이다. 여기서 ‘제대로 된’ 이라 함은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는 의미 정도이다. 이제까지의 오페라는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설명을 위해 잠깐씩 보여주는 아주 유명한 오페라의 아주 유명한 아리아 정도였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아리아’ 정도로 유명한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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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의미 있는 첫 대면을 했지만 사실 그 날 그 오페라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건 제목을 인터넷에 검색해 대강의 줄거리를 읽어보는 것 밖에 없었다. 모조리 원어로 진행이 되는 영상에 영어 자막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페라만의 창법과 울림에 재미있는 인상을 받고 스스로와의 다짐을 하며 자리를 떠났다. 한국에 돌아오면 꼭 이 오페라를 제대로 접해보리라.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문화초대를 통해 운명적으로(!) 그 오페라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바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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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페스티벌2019는 2016년부터 4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오페라 관련 페스티벌이다. 오페라 페스티벌인 만큼 클래식한 정통 오페라부터 창작 오페라, 재즈 및 다른 음악과의 협연, 갈라 콘서트 등 다양한 형태의 오페라를 대중들이 만날 기회를 열어준다.
 
오페라를 접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접할 기회가 확연히 적다는 것과 너무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통 오페라는 연극이나 뮤지컬과는 다르게 원어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고전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무작정 가서 공연을 보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 확률이 높다. 몇 시간 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들을 듣고 있자면 지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0.8)영화 속의 오페라 4.jpg
 
 
이런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해 서울오페라페스티벌에서는 한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이중섭’ 공연 전에 일반인들도 오페라에 친숙하게 다가가고 내용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일명 ‘오페라 100% 즐기기’라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덕분에 오페라에 문외한이더라도 큰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다.


(10.4)오페라100%즐기기_사랑의묘약.jpg
 

또 다른 장벽 허물기의 시도로는 샹송과 오페라를 합친 ‘샹송 드 오페라, 카르멘’이 있다. 오페라 카르멘과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샹송 가수 중 하나인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합쳤다.

국내 유일의 샹송 가수 미선레나타와 함께 비교적 접근이 쉬운 샹송을 이용해 오페라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를 벗겨버린다. 이렇듯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은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익숙하지 않은 오페라에 대한 장벽을 최대한 낮추고 일상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 외에도 어린이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영화 속의 오페라'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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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기대하고 기다렸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지난 2년간 어린이 오페라로 공연되었다. 그렇게 어린이 관객들의 오페라에 관한 관심을 키워둔 후, 올해는 조금 더 성숙해졌을 관객들을 위해 전막공연을 개최한다.

‘사랑의 묘약’의 내용은 한 약장수가 싸구려 와인을 사랑의 묘약이라 속여 팔면서 생기는 일들을 재치 있게 풀어낸다. 우울하지도, 지나치게 심각하지도 않은 가벼운 사랑 이야기라 가족, 친구, 연인 그 누구와 함께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내용이다.
 
제 아무리 호평을 받고 전통 있는 공연이라 하더라도 내가 아는 유명한 노래가 하나도 없다면 흥미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이나 리날도의 ‘울게하소서’같은 노래들 말이다. 사랑의 묘약에도 바로 이런 노래가 있다. ‘남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다.

이 제목 만으로는 생소할지 모른다. 그러나 노래를 듣는 순간 어디서 들어본 노래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혹시 몰랐다 해도 미리 귀에 익히고 가면 더욱 풍성한 공연 관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파바로티가 부르는 ‘남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소개하며 마무리 한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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