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김준희

글 입력 2019.09.1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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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혐오해

-왜?

너무 기준이 높아서.

-음.. 어떤 기분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어서.

나는 더 완벽해져야 해. 더 잘생겨지고, 더 몸도 좋아지고, 돈도 더 잘 벌어야해. 그러기엔 지금의 나는 너무 평범하지.



김준희1.jpg
 


있는 그대로 사는 게 나는 용납이 안돼. 나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그렇잖아.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게 어디있어? 그런데 지금 안죽고 살고 있잖아. 앞으로도 살 거고. 그래서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거야. 더 잘생겨지고, 돈도 더 잘 벌어서 부자가 되면, 완벽해지면 나는 행복했을 거야.

대화를 하다가 그림을 그렸다. 내가 볼 땐 굉장한 친구인데, 스스로를 혐오한다는 게 의하했다. 그러나 이유를 듣자마자 바로 납득했다. 나름 논리적이었다. 높은 기준 때문에 스스로 힘들고 스트레스 받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파란색이 느껴졌다. 그래서 파란색을 칠하고, 가지런한 초록색 머리를 그렸다. 이 친구 또한 형태를 그리고 싶지 않았다. 색으로만 표현했다. 친구의 모습에서 퍼지는 베이지색 조명도 같이 표현하고 싶었다. 내 성향 답게 알록달록한 색을 칠하게 되지만 한 데 섞여서 뭉게고 싶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색이 파란색을 가리면 안됐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듯한 점을 자잘하게 찍었다.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나도 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달랐다. 어차피 답이 없는 고민, 나는 결국 '존재를 긍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너는 나와 반대의 결론을 내렸구나.

-네가 생각하는 '완벽'이 뭔데?

남들보다 조금 더 잘난 거. 평균보다 좀 더 잘나고 싶어. 외모 뿐만 아니라 재력, 지능, 대화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상위 10%면 좋겠어. 경험이 많으면 겸손해지잖아? 확실히 경험을 할 수록 내가 더 겸손해지더라구. 나는 모든 면에서 상위 10%가 되고 싶어. 나는 매일 상위 10%인 가상의 거인과 매일 싸우며 살고 있는 거야. 나는 평범한 게 너무나 싫거든. 그래서 잠을 잘 못자기도 하지.

-계속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아?

요즘은 좀 내려놨어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지난 회사에서 매일 칭찬 받았거든. 그러니까 조금 나아졌어. 아주 조금은 봐줘도 되지 않을까 하고.

-그림을 보니까 어때?

이해하고 싶어.

왜곡되어 있다는 느낌은 아니야. 그래서 슬퍼. 외롭고, 공허하고. 슬퍼 보이니까.

-왜곡되지 않았다고 느끼니 다행이야. 슬프게 보이다니, 나는 굉장히 재미있게 그렸는걸.

음, 재미있을 수는 있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나는 완벽한 남자가 되고 싶어서, 그게 기본이기 때문에 다른 목표나 꿈이 없어. 그 기본만 충족하는 데에도 굉장히 어렵거든.


완벽함을 추구하는 기저에는 열등감이 있어. 예전 회사 동료가 있었는데, 그 사람도 나와 같이 영상 편집을 했어. 스킬은 별로인데 순간적인 감각이 너무 좋은 거야. 외국에서 지내다가 우리나라에 와서 지낸 건데 정말 다양하게 살았더라고. 왠지 나는 그 친구가 잘 살 거 같지는 않은데, 의미 있게는 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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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우울감과 진지함을 가지고 있는 친구여서 궁금했는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구나. 충분히 능력이 있지만 항상 더 큰 무언가를 열망하는 건 모든 면에서의 '상위 10%'라니, 정말 큰 그릇의 친구이다. 나는 이 친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가 궁금하다.

친해진 계기는 화법이었다. 대화를 하는데 있어 질문을 아주 많이 굉장히 잘했다. 그래서 관심이 갔고 친해지고 싶었다. 얘기를 할 때 마다 적절한 질문을 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게 만들었다. 그래서 한 마디를 꺼내도 감탄을 했다. 우스갯소리로 'PD여서 인터뷰하던 짬바 어디 안간다'고 하는데 대화를 너무나 잘 만든다. 대화를 잘하는 건 9할이 경청이라고 하던데. 질문을 한다는 건 상대에게 그만큼 관심을 맞이 갖고 있어야 하고, 또 핵심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그걸 너무나 잘했다. 질문 하나만으로도 상대의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질문을 잘하는 이유가 뭐야? 너무 궁금했어.

음, 내가 핵심을 묻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본질 같은 것 있잖아.

-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모르겠어서 도움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좀 도움이 돼?

큰 도움은 안되는데, 그렇다고 도움이 안되지는 않아.

내가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면 보통 세가지 정도를 얻을 수가 있는데, 1) 보통 사람들도 다 그렇구나. 똑같구나-의 위안 2) 나보다 더 큰 우울감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위안이 되기도 하고 3)더 잘 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정하게 되고, 또 인정받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근본적인 우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내겐 통증이지만, 그래도 나는 좋아.

요즘은 나같은 사람이 많아. 비혼주의도 많고, 경제 성장이 예전에는 급격하게 이뤄졌지만 지금은 한계가 있잖아. 그래서 삶의 의미도 잃어버리고. 이런 사람이 많아. 나처럼. 그래서 위안이 돼.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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