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린지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19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글 입력 2019.08.2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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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리뷰


까보기 전엔 예측할 수 없는 프린지. 그 예측불가함 때문에 아직도 망설이고 있을 예비 참여자들에게 이 리뷰가 작은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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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상이든 가능한 곳. 처음 만난 프린지의 모습은 그랬다.

이번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다.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다른 지역의 프린지나 초창기 프린지와 달리 특정 공간을 무대로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 프린지에 대한 내 인식보다는 조금 정적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공연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예상치 못한 역동성을 만났다.

공간은 매력적이었고, 예술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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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매력

문화비축기지는 옛 석유비축창고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인데, 그만큼 투박하면서도 특색이 있다. 넓은 부지에 다양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어서 서로 다른 예술을 담아내기 적합한 공간인 것 같았다.

팸플릿에는 T1, T2 등 숫자만 나와있어서 예상하지 못했는데, 들어선 공연장은 분장실, 복도 한 구석, 야외공연장까지 다채로워서 놀랐다. 문화비축기지를 이전에 와 본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공간이 많았던 거다. "여기서 공연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의외의 공간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자 마치 그 공연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인 듯 딱 어울리는 연출이 펼쳐졌다. 예컨대 복도 구석에서는 힙합 공연이, 대형 야외공연장에서는 무용이 공연되는 식이다. 석유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건 행정의 힘이 크겠지만, 결국 그 곳을 채워 넣는 것은 사람들이고, 예술이다.

그리고 프린지는 그 역할을 너무도 잘 해낸 것 같았다. 길거리의 프린지나 문화비축기지의 프린지나, 공간을 바꾸는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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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프린지만의 예술

공간을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공연을 보기 직전까지 이게 어떤 내용일지 짐작하기 어려웠는데, 심지어 팸플릿 설명을 읽고 더 미궁에 빠지기도 했다. 음악 공연부터 영화, 일인극, 무용까지 하나로 묶어서 말하기 어려운 다채로움이 있었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프린지'라는 것? 그러니까, 정형화된 공식을 따르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예컨대 '무용'이라고 예술의 전당에서 보는 무용을 상상하면 큰 오산이다. 프린지의 무용은 아름다움이라기보다 자유로운 '몸짓'이었고, '탐구'였다.

특정 기준에 맞추어 선별하지 않는 자유로운 페스티벌이기 때문일까. 쉬이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측을 하더라도 빗나가기 일쑤다. 달리 말하자면, 공연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고 있다는 말일테다. '독립예술'이라는 타이틀을 자꾸 생각하게 됐고, 이 글에서 공연 하나하나를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프린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다.



프린지fringe; 변방

사실 각 공연이 굉장한 감동을 준다거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하긴 어려웠다. 그런데도 즐거웠던 이유는, 프린지의 매력은 작고 사소한 균열들에 있었기 때문이다. 즉 프린지는 하나의 헤드라이너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작은 예술이 모여 큰 힘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변방에 있던 목소리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그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다. 내가 이번에 보았던 공연들은 이런 프린지의 성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듯 했다. 단순히 새로운 공연을 본다는 차원을 넘어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 움직임들에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고, 하나가 아닌 여럿이 함께하는 현장이 즐거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여럿'에는 예술가, 관객뿐만 아니라 자원활동가 분들이 있었다. 관객에게 먼저 말을 걸고, 공연을 추천하는 등 진심으로 축제를 즐기며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수고를 마다않고 자발적으로 독립예술 축제에 힘을 보태는 이들이 있다는 것.

프린지가 가진 엄청난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독립예술축제라는 타이틀에 어떤 험난한 이미지를 떠올렸었는데, 축제에서는 오히려 내가 에너지를 얻고 가는 느낌이었다. 공간, 예술, 참여자들이 함께하는 데서 오는 에너지 말이다.

이런 점 덕분에 이 공연 뒤에는 또 어떤게 기다리고 있을지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질 수 있었다. 열흘 동안 질리지 않을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니. 프린지이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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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하지만 그만큼 선뜻 다가서기 쉽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공연이 내 취향에 맞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관심을 두고서도 몇 번이고 지나치다가 이번에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듯, 여전히 망설이는 예비 참여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확신하게 된 건, 프린지의 매력은 '비우고' 가서 만나는 것들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예술가를 찾아 참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겁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글로만 현장을 짐작하기는 어렵겠지만, 공연장에서 볼 수 없었던 무언가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건 장담할 수 있다.

어느 높은 곳이 아닌, 눈 앞에서 펼쳐지는 예술의 매력을 흠뻑 느껴보길 바란다. 설령 A가 맘에 들지 않다면, B를 기다리면 될 일이다. 좌충우돌하는 그 과정이 사랑스러운 하루가 될 것이다. 프린지라는 네트워크의 힘 때문이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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