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 영화 호크니 리뷰

글 입력 2019.08.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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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예술가 중 최고가에 그림을 판사람, 정도로만 호크니를 알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는 어떤 작가인지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는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또 다른 하나로 끊임없이 전진하는 작가였다.

   

 
호크니 아트웍 포스터 최종.jpg
 

 

하나. 본다는 것의 의미


 

사람의 천성이라든지 타고난 성격은 그 사람의 앞길을 인도하는 데 무시하지 못할 만큼의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전쟁의 시기에 어린시절을 보내며 가난했지만, 사는 게 즐거웠다는 그의 인터뷰를 보며 든 생각이다. 자기 앞에 놓인 환경을 흥미를 가지고 관찰할 수 있는 눈과 마음은 해석자의 재능이다. 그 환경이 디스토피아인지, 유토피아인지에 상관없이. 그는 이미 타고난 작가의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두운 밤 늘 2층 버스 위층에 자리를 잡았던 이유는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였다는 일화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 말은 곧, 그림의 소재는 그가 ‘보는 어떤 것’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1960년대 추상표현주의가 한창 유행할 때였는데도 그는 구상화를 그렸다. 호크니에게는 자신이 본 것이 곧 소재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 그림의 목적


 

바라보는 방식을 단순화하려 한다는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이 대답을 통해 그의 그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새 그림을 그리며 제일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그리고 싶은 풍경 사진자료에는 너무 많은 요소들이 있어서 이 중 몇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다. 결국은 선택의 기준을 정하는 문제다. 말로 정리되지 않는 이 과정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로만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자주 깨닫는 중이다.

 

어떤 것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호크니의 물결 그림들은 그가 계속해서 질문에 그림으로 답했다는 걸 의미한다. 아마 이 그림들은 그가 생각하는 ‘바라보는 방식을 단순화’ 하려는 목적 없이 그려지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그의 많은 물 그림에서 그림적인 성취가 드러났다. 보는 것에서 그림으로 나아간 그의 행보는 자연스러웠고 아주 성공적이었다.


 

 

또 다른 하나. 사진과 그림



10. _Christopher Isherwood and Don Bachardy_ 1968.jpg
 
14. _Mr and Mrs Clarke and Percy_ 1970-1971 Acrylic on canvas 84_ x 120_.jpg


그는 두 사람이 있는 초상화를 여러 개 그렸다. 그는 이 그림들을 그리기 전에 인물과 사물을 배치한 후 사진을 찍었다. 한편, 그의 유명한 ‘화가의 초상화(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Portrait of an Artist(Po ol with Two Figures))’(1972)도, 사진에서 재료를 얻은 그림이다.


그러나 이 경우엔 그림 전체가 하나의 사진을 똑같이 구현해낸 결과는 아니었다. 그림 속 배경과 인물은 그가 일전에 찍어둔 각각 다른 사진들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사진은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를 제공했다.



2. _Late Spring Tunnel, May_ 2006 Oil on 2 canvases (48 x 36_ each) 48_ x 72_ overall.jpg

 


한편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는 그가 그림에 대한 시각을 더욱 치밀하게 탐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호크니는 공간적 특성에서 사진의 한계를 인식했다. 카메라는 공간이 아닌 표면을 담는다. 반면 우리의 눈은 생생한 공간을 보기에 차이가 있다. 그는 이 한계를 그림으로 극복하려고 했다.


분명히 눈으로 포착한 산 너머의 깊은 공간이 사진에 담기지 않는 경험을 나도 몇 번 한 적이 있다. 그러니 차라리 조각난 사진의 광경을 비틀린 원근법으로 그려낸 호크니의 그림이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호크니는 원근법이 사실은 우리의 시각이 작동하는 방식에 따르면 허상에 가깝다는 논리를 그의 작업으로 풀어 설명한다.


그의 이야기가 영화라는 매체에 담기니 가장 흥미롭게 표현되었다고 느낀 부분이다. 그가 그림에 담은 공간을 큰 스크린으로 감상하니 공간적인 체험을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로. 그림의 방식과 매체


 

호크니가 ‘현존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가장 생생히 떠올려주는 순간은 단연 그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일 것이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우린 그걸 볼 수도 있게 되었다. 바로 지금, 여기서.


가장 현대적인 매체로 그가 그린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이 새로운 이유를 단순하게 말하긴 어렵다. 감정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더 발전할 것이 없을 정도로 역사의 끝에 다다른 것 같은 현대미술이란 장르에서, 그림에 관한 자기만의 진실에 다가서고자 흥미로운 방식을 탐구하며 결국엔 또 다른 문을 하나씩 열어내는 작가와 우리는 이 시대를 같이 살고 있다는 감각. 이건 왠지 모르게 내게 고요한 활력이 됐다.



KakaoTalk_20190806_124019577_03.jpg
 


영화는 그의 그림적인 성취에 관한 부분은 물론, 인간적인 시련과 고난의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2시간 동안의 러닝타임에서 이런 이야기의 균형을 잘 맞춘 것 같다. 미술가의 역사를 영화관에서 영화로 보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끔 어떤 작가를 공부할 때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할지 부담이 되곤 하는데, 그럴 때 이런 영화는 한정된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제격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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