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곳에 가면 - 여름날 뚝섬에 가면 [문화 공간]

한여름, 서울숲으로
글 입력 2019.08.0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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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별히 여름날의 뚝섬을 소개하려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여름, 서울숲에 가면.


그것도 8월의 한여름밤을 줄곧 이곳에서 지내라는 엄포(?)와 함께. 무더운 여름이 되면 서울숲에서는 숲이라는 광활한 공간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 이벤트를 진행한다. 더군다나 8월부터는 다양한 페스티벌이 펼쳐지기도 하고 가끔은 그중에 무료로 진행하는 공연도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친구들 옆에 끼고, 아니다. 혼자 가도 아무~상관없다! 그저 좋다. 지하철을 타고 조금만 더 가면 건대나 왕십리 같이 큰 번화가가 주변에 있지만 뚝섬은 대체로 살기 좋은 조용한 주택가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그런 뚝섬에 서울숲이 자리한 이래, 나는 무한대로 서울숲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각자의 집, 구석 어딘가에 하나씩은 있을, 지금은 잘 쓰지 않을 가스통같이 생긴 은색 돗자리를 하나씩 등에 들쳐메고 정확히 서울숲 정문에 몇 시쯤 도착할지 치킨배달앱(피자를 더 선호) 도착 시각을 알아놓은 다음, 사랑하는 사람, 절친, 지인, 또는 가족들과 다 함께 뜨거운 해가 질 저녁 무렵 자전거 한 대씩 끌고 스멀스멀 걸어가면서 도중에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캔맥주만 기막히게 사가면 서울숲을 즐길 준비는 이걸로 끝이다.


서울숲의 위치는 신분당선을 타고 서울숲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코 앞이지만,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뚝섬역에서 내려 좀 더 걷는 쪽을 선호한다. 뚝섬역 8번 출구로 나와서 한국방송통신대를 지나 쭉 걸어 건널목을 건넌 뒤 그 자리에서 왼쪽으로 몸을 돌려 계속해서 직진 한 뒤. 성동 구민체육회관이 나오고 친절히 설명된 표지안내판을 따라가다 보면 드넓은 서웊숲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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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어떻게든 자전거를 가지고 가라고 도시락 싸매고 쫓아다니면서 권하고 싶지만, 자전거를 가지고 가지 못할 상황이라면 서울숲에서도 자전거대여를 하므로 꼭 비용을 내서라도 자전거를 타봤으면 좋겠다. 낮에는 어쩔 수 없는 여름이기에 무척 덥지만 저녁때가 되면 숲이어서 그런지 바람이 유독 시원하다.


서울숲을 천천히 거닐면서 여름밤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를 타며 해가지는 저녁노을을 보면서 어둑해지는 여름밤을 지켜보는 자체가 너무 황홀해서 현재 내가 품고 있는 고민이나 스트레스 같은것들이 전부 날아가 버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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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공연의 메카가 "홍대" 라는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8월만큼은 서울숲을 더 추천한다. 매일매일 바뀌는 인기 절정(지극히 개인적인)의 다양한 뮤지션들이 한여름밤에 그것도 야외에서 시원한 바람을 벗 삼아, 서울에선 보기 힘든 별들을 벗 삼아, 풀 내음, 나무 내음 상쾌한 공기 내음 벗 삼아 아주 열광적인 공연을 한다는데 이 어찌 뚝섬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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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무대는 야외이기 때문에 공연 시작 전보다 일찍 도착한다면 그들이 무대 하나하나를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든 앞에서든 다 지켜볼 수 있다. 용기가 있다면 이때 물이나 음료를 건네며 말 한마디라도 건네 본다면 내 인생의 작고 귀여운 이벤트로 내 마음속에 살포시 저장 할 수 있다. 저장 꾸욱!
 

넓디넓은 잔디를 거닐다 적당한 위치에 돗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치킨, 피자, 과일, 김밥 등등과 가장 중요한 캔맥주를 오밀조밀 펼쳐놓고 다 함께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 눈 반짝이며 그들의 공연을 오감으로 즐기면 된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떼창을 해도 되고, 머리 위로 크게 손뼉도 치고, 어쩌다 흥겨운 음악이라도 나올 때면 그 음악에 맞추어 자연스레 춤추는 아저씨와 귀여운 꼬맹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음악과 가수를 잘 모르더라도 그저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면 되는 것이고, 그 모든 것들이 한여름밤의 시원한 상쾌함을 전해줄 것이라는 건 내가 오만 퍼센트 보장할 수 있다.


나는 한여름밤의 그 공간, 맥주맛을 잊을 수가 없다.


올해는 그곳에서 더 많은 사람이 기분 좋게 시원하고, 즐거운 여름을 보내길 바란다. 오늘 당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스통 돗자리 들쳐메고 어서 뚝섬 서울숲으로 출발하길. 불쾌지수 높은 덥고 습한 여름이어도 서울숲의 신나는 여름밤이 함께 한다면, 그래도 나는 이 여름이 너무 좋다!

 

아참, 비 오는 날 큰 우산을 쓰고 가보는 것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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