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에릭 요한슨 사진展 : Impossible is Possible

글 입력 2019.07.3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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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품은 지 19차가 되었다. 앞으로 21주 후면 세상에 둘이 아닌 셋으로 새로운 세상을 시작한다. 곧 만날 아이에 앞서 태몽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나의 태몽은 꽤나 환상 시리즈였다. 세 번의 꿈이 모두 상상에서만 만날 법한 꿈들이었다. 먼저 말하는 밍크 목도리와 함께 쇼핑하는 꿈을 꿨다. 두 번째, 수제버거 패티가 된 거북이와 대화를 했다. 토실토실한 구렁이 떼와 마주하는 꿈을 끝으로 배 속 아이가 아들인 걸 알게 되었다.

당시 내 일기장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보면, 워낙 유명한 심리학 서적이긴 하지만 (지금 읽어도 이해 못 하는, 심지어 학부 시절 삼수강했던 심리학의 애증) 요즘 따라 꿈에 대한 해석이 나의 본질을 꽤나 흔들고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해몽, 그리고 해몽인지 태몽인지 알 수 없는 나의 심리적 상태. 그래도 요즘 꾸는 꿈들이 하도 이상하다 못해 이상해서 남겨야겠다고 결심했다.



꿈. 무의식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꿈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꿈은 우리의 일상과 이상 사이에서 영감을 주는 무언가다. 그 무언가의 잠재력은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처럼,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는 신기루蜃氣樓와 같다. 꿈을 형상화하여 시각적인 무언가로 푼다면, 어떠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을까?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내 눈으로 바라본다면, 나는 어떤 마음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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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ver Up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신기한 상상과 환상의 나래,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 기념 사진전 <에릭 요한슨 사진展:Impossible is Possible>은 내게 나래를 펼치게 해 준 전시였다.

늘상 내게 많은 영감을 주는 건 예술을 바라볼 때였다. 예술은 오랫동안 아트인사이트 필진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선물이다. 아주 오랜만에 아트인사이트의 초대로 관람한 전시는 내게 생각과 질문을 던지는 장場이자 눈이 즐거운 전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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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k Johanson


전시에 앞서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을 소개하자면,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라는 타이틀로 소개되는 그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다.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중에서는 가히 가장 정점에 있는 작가이자, 1985년생인 젊은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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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itect


그는 사진가로만 소개하기는 뭔가 부족하다. 초현실주의 작가답게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니라,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한 후 포토샵을 이용하여 그만의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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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지휘하는 에릭 요한슨


단순히 ‘촬영’에서 끝나는 예술이 아니라, 섬세한 ‘손길’이 더해진 작품들로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 약 50점의 대형 작품과 사진 촬영을 위한 스케치, 미디어와 설치작품을 4개의 상상력과 관련된 섹션으로 관중들을 맞이한다.

수교 60주년 기념 전시답게 아시아 최초 순회전이자 세계 최초 대규모 전시로 9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비타민스테이션)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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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Moon Servie


<에릭 요한슨 사진展:Impossible is Possible>는 들어서는 순간, 달나라에 와 있는 기분을 자아내는 몽환적인 작품으로 인사를 건넨다. 마치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듯이 말이다. 그믐달에서 초승달로, 하늘 위에 떠 있는 달이 계속 변해가는 이유가 궁금했던 어린아이의 시선이 어른이 된 그의 눈에 어떻게 펼쳐졌을까?

그의 모든 작품에는 ‘만약’이라는 단어가 깔려 있다.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그렇다면”, “만약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말이야”,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난다면 이럴 거야” 라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카메라 렌즈와 컴퓨터를 지나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에는 유쾌한 상상외에도 어쩌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상상까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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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Supporting


상상 속에서만 제한되었던 상상들이 사진과 포토샵으로 한껏 나래를 펼친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취해 있을 때, 작품을 관람하는 내내 그가 던지는 말들은 가슴을 파고들었다.


우리를 제한시키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다. The only thing that limit us, is our imaginations.


이것은 사실상 순간을 담는 것보다 아이디어를 캡쳐하는 것의 문제이다. It’s more about capturing the idea than about capture the moment.


나의 영감은 주변의 사물이나 혹은 “만약?”에서 나온다. My inspirations comes from things I see around me or “what if?” ideas.




나는 어떤 영감을 얻고
혹은 주며 살아갈 것인가?

오늘은 어떠한 상상으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어떠한 영감을 지닌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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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 and Fold


세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감쌌던 지난 토요일 오후. 작가의 상상력에 끊임없이 감탄하고 미소짓는 전시 <에릭 요한슨 사진展:Impossible is Possible>는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넘어 삶의 이유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즐거운 상상과 환상을 넘어 인생에 유쾌한 질문과 해답을 던져줄 전시, <에릭 요한슨 사진展:Impossible is Possible>를 당신에게 추천한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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