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으로 게임을 추억하다 -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 마비노기 [게임]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 마비노기> 리뷰
글 입력 2019.07.26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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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 마비노기> 공연에 다녀왔다. 게임 오케스트라 정식 공연은 처음이라 공연 소식을 듣고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제대로 연습도 하지 않고 티켓팅을 했다가 실패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취소 표를 얻어 공연에 갈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전부터 가고 싶었기 때문에 만약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관객들이 보였다. 공연 소책자를 보면서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촬영 부스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공연장은 활기를 띠었다. 포토존과 게임 피아노 쿠폰 증정 이벤트 등 공연 전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간단한 행사가 진행되어 관객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끔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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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선택과 시작(Early Decisions)

02. 흰 사슴 이야기(The Story of a White Deer)

03. 여명을 꿰뚫는 날카로운 울림(Echoes of Battle)

04.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동자(Sparkling Eyes in the Dark)

05. 한밤중의 순진무구(Innocence in the Night)

06. 낙엽의 춤(The Dancing Leaf)

07. 설레는 아침(The Island of Love)

08. 사실은 막강한 콤비(The Formidable Duo)

09. 망치 끝에 걸린 달빛(Moonlight Dancing on a Hammer)

10. 문 앞에 서다(Standing Before the Gate) (Vocal. 은토)

11. 잊혀진 시간의 흔적(Vestige of a Forgotten Time) (Vocal. Apreel)

12. 물그림자가 감추고 있는 것(Shadows in the Water)

13. 왕국의 수도(Call of the Capital)

14. 히야신스 입에 물고(With Hyacinth in Mind)

15. 새로운 거리에 도착하다(A New Town)

16. 소년 모험가(Young Adventurer)

17.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And Old Story From Grandma)


 

작년에는 메이플스토리 15주년을 기념한 오케스트라 공연이, 올해는 마비노기 15주년을 기념한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어릴 적의 희미한 기억만이 남은 게임이지만, 시간이 흘러 게임 음악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시 마비노기라는 게임에 눈길이 갔다.


어릴 적 들었던 음악부터 새로운 음악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는 음악에 조금씩 매료되었다. 메이플스토리와는 다른 세계관과 음악에 새로운 느낌을 받았는데, 정말로 판타지 세계에 사는 것처럼 일상적이지만 판타지만의 몽환적인 느낌을 담고 있는 것이 마비노기 음악의 특징이다.

 

원곡에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더하기도 했고, 때로는 보컬을 삽입하는 등 과감한 해석을 하기도 했다. 이번 오케스트라 공연의 묘미는 이전에 발매한 앨범 《Fantastic Melody》에 수록된 곡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편곡된 곡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공연을 돋보이게 하는 연출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출한 여러 가지 요소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영상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조명이 그 예다.

 

다만, 영상 때문에 음악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고, 영상이 있어서 더 좋았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나는 영상이 있어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다. 유저들만 알 수 있는 웃음 포인트를 나타내는 부분, 캐릭터들의 오케스트라 연주 영상, 영상 속에서 디바가 걸어 나와 지휘자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부분 등 음악과 어울리는 영상이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물론, 영상을 보느라 배경 음악으로 전락해버린 것과 반복되는 영상이 많았던 점이 아쉬웠지만, 영상이 있어서 공연을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곡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조명도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큰 역할을 했다. 긴박한 분위기의 곡 <여명을 꿰뚫는 날카로운 울림>에서는 빨간색 조명이, 몽환적이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곡에서는 파란색, 평화롭고 통통 튀는 곡에는 밝은 하늘색 조명을 비췄다. 처음과 마지막 곡에는 흰색 조명을 비춰 처음과 끝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의 시작은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인 <선택과 시작> 이었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듣는 <Sweet Care>(캐릭터 생성), <Soft Sunshine>(캐릭터 선택) 음악을 하나로 편곡했다. 현장에서 들었을 때는 곡 중간 익숙한 멜로디만 들려서 긴가민가했는데, 다시 들어보니 두 곡이 조금이나마 들렸다. 두 곡을 잘 섞어 자연스럽게 편곡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조용한 분위기에서 활기찬 분위기로 변화했는데, 앞으로의 판타지 생활이 희망적임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이 곡은 관객들이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빠져들도록 하는 곡이라 생각한다. 긴장을 풀고 공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 곡이었다.


 

 


다음 곡은 마비노기 NPC ‘나오’의 테마곡 <흰 사슴 이야기>다.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내디디며 지난 추억을 회상하는, 유저들의 옛 추억이 간직돼있는 곡이기에 매우 상징적이다. 이 곡의 제목인 ‘흰 사슴’과 나오의 이미지가 어울리는데, 판타지 세계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흰 사슴이 몽환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원곡은 ‘흰 사슴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몽환적인 피아노 선율로 연주된다. 원곡이 나오의 신비함을 나타내는 곡이라면,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곡은 원곡이 갖는 신비로움에 따스함을 한 방울 넣은 곡이었다. 편곡된 곡에선 나오의 또 다른 테마곡 <잠든 이를 위한 기도>의 일부분도 삽입되었다. 하프의 느려지는 아르페지오가 마무리를 짓고, 이후 바이올린 솔로로 이어지면서 <흰 사슴 이야기>임을 알린다.

 

오케스트라 편곡은 나오와의 만남을 비롯해 지금까지 게임에서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하프와 실로폰이 몽환적인 느낌을, 현악기와 목관악기는 곡에 따스한 느낌을 살렸다. 중반부의 바이올린 솔로에 이어 플롯이 멜로디 선율을 연주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린의 등장으로 곡의 분위기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는데, 피아노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부드러움이 잘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조용하면서 부드러운 곡 이외에도 <여명을 꿰뚫는 날카로운 울림>이나 <한밤중의 순진무구>처럼 긴박감이 흐르는 곡도 있었다. 특히 <여명을 꿰뚫는 날카로운 울림>은 부드럽고 잔잔한 분위기의 <흰 사슴 이야기>가 끝난 후에 연주되어 곡이 가지고 있는 날카로움은 배가 되었다. 북소리가 내뿜는 긴장감에 압도되어 숨조차 쉬지 못했다. 중반부에서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스네어 드럼의 소리가 클래식 라벨의 ‘볼레로’를 연상시켰다.



 


<한밤중의 순진무구>도 숨 막히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앨범 《Fantastic Melody》에서는 탱고 형식으로 편곡해 통통 튀는, 조금은 밝은 느낌이었지만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원곡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부각시켜 편곡했다.

 

곡의 도입부부터 강렬하게 시작되었다. 모든 악기가 힘 있게 시작되었고, 그 사이를 뚫고 피콜로의 높은 소리가 경고하듯 불안하게 움직였다. 뒤이어 도입부보다는 힘을 빼면서 악기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는데, 음악 속에 있는 불안감은 숨길 수 없었다.

   

*

 

‘마비노기’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곡이 있는데, 마비노기 특유의 느낌이 묻어나는 곡들을 기억한다. 예를 들면, 첫 번째 마을 티르코네일의 배경 음악 <낙엽의 춤>, 귀여운 로나와 판의 테마곡 <사실은 막강한 콤비>, 바람을 가르는 방랑자를 나타낸 <히야신스 입에 물고>, 대장장이로 유명한 퍼거스의 테마곡 <망치 끝에 걸린 달빛> 등이 있다. 이번 오케스트라에서도 마비노기를 대표하는 곡들이 빠짐없이 연주되었다.



 


<낙엽의 춤>이 연주되기 전 플레이어가 티르코네일의 촌장 ‘던컨’과의 대화 영상이 나왔는데, 그는 이번 연주회를 통해서 잠시 쉬어가라고 말한다. 왠지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원곡을 들으면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드는데, 스트링의 멜로디 선율이 부드러우면서 어딘가 날카롭게 들리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편곡은 작은 시골 마을의 정겨움을 나타내듯 친근하게 다가왔다.

 

오케스트라 편곡은 원곡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 더 가미 되었다. 중간부엔 피아노와 하프 연주를 통해 판타지 세계의 몽환적인 느낌도 첨가했다. 관악기가 연주하는 멜로디와 하프의 아르페지오가 평범한 아침을 보여주었고, 이어서 현악기가 멜로디 선율을 이어갔다. 빠른 왈츠 곡으로 변주되면서 곡은 끝이 났다. 왈츠의 우아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쓸쓸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애니메이션에 삽입되었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풍부한 분위기의 음악이었다.



 


<낙엽의 춤>과 더불어 애니메이션의 OST 같은 음악으로 변신한 곡은 <히야신스 잎에 물고>였다. 원곡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첫 마을 티르코네일에서 도시 던바튼으로 가기 전 설렘과 부푼 기대를 안고 첫발을 내딛지만, 주위에는 황랑함으로 뒤덮인 길고 지루한 길을 견뎌야 하는 여정의 첫 번째 관문에서 듣는 음악이다.

 

원곡은 방랑자의 쓸쓸함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나타냈다면 오케스트라 편곡은 앞으로의 여정의 비장함 부각해 곡에 변화를 주었다. 비장함은 동시에 무언가 힘이 되기도 했다. 후반부에는 느린 템포로 변주되면서 분위기를 한층 끌어내어 여운을 남겼다. 편곡과 더불어 원곡도 꼭 들어봤으면 한다. 들을 때는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사실은 막강한 콤비>는 로나와 판의 장난스러움을 너무 가볍지 않게 표현했다. 게임에서 서로 투닥거리는 모습이 귀여운 로나와 판의 통통 튀는 분위기를 오케스트라로 편곡했다. 이 곡에선 트럼본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오케스트라 공연의 중반부에 배치된 <망치 끝에 걸린 달빛>. 이 곡은 무기를 깨뜨리는 것으로 악명높은 대장장이 퍼거스의 테마곡이다. 도입부에서부터 들리는 망치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 망치 같은 소리가 들려서 어떤 악기로 연주했는지 궁금했는데, 실황 영상을 보니 ‘정말로’ 진짜 망치를 두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원곡을 초월해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편곡했다.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영상이 이 곡을 빛내는데 한몫을 했다. 영상에서 개그 요소가 들어간 영상 덕분에 음악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

 

보컬로 새롭게 편곡된 곡도 있었다. <문 앞에 서다>와 <잊혀진 시간의 흔적>. 보컬이 있는 곡은 유저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원곡을 참신하게 편곡했다는 평이 있는 반면에, 원곡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보컬이 있는 곡을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지만, 원곡의 분위기를 너무 바꿔놓은 게 아닐까, 조금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공연에서만큼은 아쉬움을 접어두고 음악 감상에 집중했다.



 


이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가장 아쉬웠던 곡은 <문 앞에 서다>였다. 원곡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인 재즈로 편곡되어 분위기가 가라앉은 느낌이 들었고, 현장에서 들린 보컬이 조금 불안정해 공연을 보는 내내 아쉬움이 많이 들었던 곡이었다. 원곡의 분위기를 더 살렸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부드러운 목소리와 오케스트라가 부드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뒤이어 <잊혀진 시간의 흔적>이 연주되었다. 보컬이 있는 버전으로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편곡되었을지 궁금했다. 사실, 보컬 말고 악기만 연주했으면 하는 마음에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음악과 목소리를 들으니 그런 거부감은 사라지고, 음악 감상에 열중했다.

 

신비롭지만 어딘가 비어있는 듯 쓸쓸한 분위기의 음악과 신비롭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나를 끌어당겼다.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이 노래가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음악을 감상했다. 공연히 끝난 후 어떤 가수인지를 찾아봤지만, 특별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다른 곡들도 이 목소리로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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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모험가>를 끝으로 리스트의 모든 곡의 연주를 마쳤다. 한곡, 한곡 마다 뜨거운 감정이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작은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마비노기를 대표하는 곡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이 소책자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남긴 채로 공연을 마무리하나 싶었는데, 앙코르로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커튼콜 후에 연주할 준비를 하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를 보며 관객들이 가장 크게 환호를 하며 앙코르를 반겼다.





대망의 곡,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지난 15년을 추억하고 기념하는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곡이었다. 이 곡이 빠졌다면 이번 마비노기 15주년 기념의 의미가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은 공연의 마무리이자, 게임으로의 시작을 의미했다.

 

피아노 협주곡으로 편곡된 곡이었기에 도입부에서부터 피아노가 존재감을 빛냈다. 웅장하면서 부드럽게 공연장을 메우는 악기 소리가 추억을 상기시켰다. 연주와 함께 재생되는 영상에서는 모닥불을 둘러싸고 앉아 음악을 감상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

 

이윽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공연은 17곡을 연주한 후에서야 끝이 났다. 공연에서 들었던 음악과 느낌이 집 가는 내내 머리에 계속 머물렀다. 다시 게임에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지나간 계절을 다시금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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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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