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기 자신을 찾고 싶다면 -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글 입력 2019.07.24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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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어떤 문화활동을 경험하고 나서 그 경험이 정말 "좋았다" 혹은 "별로다"라고 말하게 되는 건 읽는 사람의 마음에 얼마나 남았냐의 차이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유독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거나, 마음에 울리는 이야기를 듣게 되거나 할 때, 영화나 책 전시 등 모든 문화활동이 유독 좋다고 느껴질 때는 그럴 때였다. 그런 것들이 마음을 어떻게 울렸는지 글로 표현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마음을 울린다'는게 글로는 고작 6음절의 문구이지만 실제로 내 마음의 느낌, 감정, 생각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얽혀서 떠오르고 남아있기 때문에 그걸 언어라는 제한적인 표현방법으로 표현하기가 막막하다. 마음에 남는 게 많을수록 유독 더 그렇다.


"별로다"라고 느껴지는 것들도 마찬가지로 표현하기가 막막하다. 이것들은 마음을 울리지 않아서 할 말이 없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도, 여운이 남았던 것도 없었기에 피상적인 것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거나 다른 사람이 글을 봤을 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위주로 글을 채우기도 한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는 글이 아니라 그저 내 바깥에서 시작되는 글을 쓰게 된다.


지금 내가 리뷰를 적을 책은 전자에 해당한다.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았고, 마음을 울렸고, 많은 생각과 영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고, 좋았다. 그래서 막막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막연하다. 하지만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 나의 밖이 아닌 나의 안에서 이 느낌과 생각들을 꺼내서 글로 풀어쓰고 싶은 느낌 때문에 말이다.


요새 들어 정돈된 글, 깔끔한 글을 쓰려 노력했는데 그러다 보니 진짜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풀어내는 글을 쓴 적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미리 말하자면 이 책은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는 책. 이 책에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어떻게 발견하고, 표현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리뷰에서도 이 책에서 얻은 바와 같이 그저 내가 느낀 바를 글로 표현해내는 데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림으로 나를 찾아가다(표지)-인쇄판4.jpg


사실 책을 선택한 건 그림에 대한 흥미와 로망이 있기에, 그저 제목에서 '그림'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그림 그리기 기술을 설명해주거나, 미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그 이상이다. 책에는 정말 제목 그대로 그림이라는 표현 수단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주인공은 '홍'. '홍'은 이 책의 저자이자 미술심리치료사인 김은진 저자가 (책에서는 '김'이라고 표현된다.) 직접 만난 사람이다. 신기한 건 그림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게 되는 건 '홍'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우리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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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중간중간 '홍'이 수업(수업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나 주기적으로 만나 그림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찾아가는 과정의 시간을 편의상 수업이라 하겠다.)에서 하는 그림 그리기를 독자들이 그대로 해볼 수 있는 구간이 있다. 위에 사진이 그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직접 우리가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신기하게도 책 속의 '홍'이 겪은 경험을 우리도 겪게 된다. 자기 자신을 찾게 되는 경험 말이다.


책에서 말하는 '그림 그리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기와 조금 다르다. 보통 무언가를 그릴 때 우리는 '그림' 자체에 집중한다. 최대한 닮게 혹은 멋지게 그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알려주는 그림은 그런 그림이 아니다. 책에서 말하는 '그림'은 (단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위 우리가 자주 말하는 '예술'이라는 거리감 느껴지는 어떤 '대상'이 아니라, 표현 수단으로써의 '무언가를 나타내기 위해 그려낸 선과 색과 형태'를 말한다.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상관없이 그저 내가 창작하고 창조하는 어떤 것. 나 자신도 다 그리기 전까지 어떤 그림이 나올지 모르겠는 어떤 것. 한번 필터를 걸러 이야기하긴 해도 우리는 말을 하기 위해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를 머릿속에 나열하고 정리하고 계획해서 말하지 않는다. 말은 즉흥적이다. 그 방법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순간순간 말은 그냥 내 마음대로 바로 나온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그림은 그런 것들이다. 잘 그린다 못 그린다의 의미 없이, 뭘 그릴지 어떻게 그릴지 계획 없이도, 마음이 가는 것을 바로 선택하게 되고, 또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리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것에 마음이 가는지,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느낌에서 시작하는지를 계속해서 물어보며 마음속 추상적이고 모호한 그 느낌에 계속해서 집중하게 한다. 말이 어렵지만 예를 들며 이런 거다. 여러 가지 색깔의 색연필을 빤히 보다 보면 그냥 진짜 그냥 마음에 드는 색이 있다. 아주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 '그저 마음에 드는' 느낌의 존재감이 짙어진다. 그 느낌에 집중하여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풍경을 볼 때도 노을 지는 풍경을 바라보면 유독 눈이 가는 하늘 부분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보랏빛과 분홍빛이 살짝 섞인 하늘 부분이 그러하다. 노을 지는 풍경의 그런 하늘을 바라보면 유독 마음이 몽글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방금 내가 말한 그 느낌에 집중하여 그걸 그림으로 나타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걸 어떻게 그려!"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일단 손에 쥔 펜 혹은 다른 미술도구를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진짜 그림이 완성되어 있다.


자신의 느낌에 집중하여 무언가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런 과정은 글이나 사진보다 은유적이고 시적이라, 언어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추상적인 부분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준다. 생각보다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이 느낌과 감정으로만 존재한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감정으로 느껴지는 그런 것들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평소에 그런 것들을 쉽게 외면하고 들여다보지 않는다. 모호하기에 중요시 여기지도 않고, 그렇기에 나에게 그런 부분이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결코 없는 것이 되지 않는다.


있지만 외면당하는 이런 모호한 것들은 주로 우리의 무의식이나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우리들은 보통 이런 것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해소하거나 컨트롤하지만 때론 이 것들이 내면 한편에서 곪아 터지거나 넘쳐 균형이 무너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럴 때 우리는 정신적으로 질병을 앓거나 힘들어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모호한 부분들을 알아채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부분들을 알아채는 데 있어 '그리기'라는 방법은 생각 이상으로 효과적이다. 이 책은 이런 '그리기'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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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책에서 설명한 대로 ('홍'이 했던 것과 똑같이) 직접 그려본 그림이다. 그저 자신의 마음의 울림에 귀 기울여 지금 이 순간 내 안의 느낌에 집중하여 그리라고 해서 그렇게 그렸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그 그림에는 내가 들어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림에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는 사실과 그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둘 다 놀라웠다. 그리고 이 과정은 책 속에 나와있는 '김'의 설명만큼이나 추상적이고 모호해 말로 설명할 수 없음에도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점은 '나'를 보는 태도에 관련된 것들이다. 나와 세상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들. 나와 타인에 대한 것들. 익숙한 듯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나'에 대해 많은 것을 고민하지 않는다. 책에선 그것들에 대해 너무 자세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정확히는 답을 설명해준다기보단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내가 다시 한번 고민해보고 곱씹어볼 만한 말들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나를 어떻게 보는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때, 그 시선은 사실 나의 마음에서 나온다. 타인은 그냥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나를 볼뿐이다. 그들의 시선은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내가 상상하는 타인의 시선의 기준은 사실 내가 나 자신에게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기준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많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개인과 세상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아서 더 좋았다. 나는 세상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결코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어떤 것을 보든지 나의 감각과 생각이라는 필터를 거쳐서 나에게로 들어온다는 생각. 이것과 비슷한 맥락을 가진 개인이 세상을 인지하는 과정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설명이 책 속의 대화에 들어있어 너무 좋았다.






사실 책에 담긴 글 자체는 호흡이 가볍고 읽기 쉽다. 연극 대본처럼 '김'과 '홍'이 대화하는 걸 그대로 옮겨 적은 느낌이라 책을 읽기 시작한 후 완전히 책에 집중하는 데 걸리는 소요시간도 훨씬 짧다. 정말 훌훌 읽힌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점은 '글'이나, 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대화 속에 담겨 있는 '홍'의 경험을 온전히 우리의 경험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대화에는 현대미술에 대한 설명도 있고, 바로 위에서 내가 말한 '내가 세상을 경험하는 과정'자체에 대한 고찰 같은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설명은 그림을 그려보는 행위를 통하여 정보가 아니라 경험이 된다. 언제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언어'로, 그것도 책이라는 한정된 수단으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지 않은가. 이 책은 여느 책처럼 경험이 '기록된-담겨있는' 책이 아니라 경험을 직접 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게 엄청난 매력이자 장점이다.


나는 이 리뷰를 마치고 책 속에서 알려준 아직 다 못한 그림 그리기를 하나씩 천천히 해볼 예정이다.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그려보기 위해선 파스텔과 오일파스텔 아크릴 물감 등이 필요한데 나는 그 재료가 없기에 연필로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고작 몇 가지 그림만 그렸을 뿐인데도, 나는 단순히 내가 '생각'하는 나, '알고 있는 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진짜 나와 내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경험을 더하게 될지 설레고 궁금하다. 부디 이 리뷰를 읽는 당신이 이 책을 읽었음 한다. 그리고 여기서 알려준 대로 일단 그려보았으면 좋겠다. 진심을 다해!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잘 표현했고 적혀있는 글이 좋았던 프롤로그 페이지를 첨부하며 글을 마치겠다.


그림으로 나를 찾아가다 -내지-인쇄판4.jpg
그림으로 나를 찾아가다 -내지-인쇄판5.jpg
 
[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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