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도서]

마음의 결: 열등감으로부터 지배당한 당신에게
글 입력 2019.07.0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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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화가 많아짐을 느끼는 때가 있다. 충분히 지나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어느 날인가 갑자기 불쾌함으로 다가오는 때가 있다. 괜스레 욱하는 때가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불편할 수 있지만, 이는 대게 열등감이라는 이름이 나를 잠식해버렸을 때다. 마음에 여유가 사라졌다는 신호다.

그러니 혹시나 근래 주위에서 화가 많아진 것 같다는 말을 듣거나, 스스로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태희 에세이 ‘마음의 결’ 中




나는 왜 화가 났을까?

평소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종류의 글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 마음을 통찰한 척하면서 작가만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랄까. 사람의 마음과 처한 상황은 복잡하게 이뤄져 있음에도, 이를 너무 간단하게 결론짓는 것이 건방져 보였다. 누구도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으면 그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마음의 결’이라는 책에서 위와 같은 구절을 읽고 몹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이 책으로부터 내 마음을 완전히 들켜버렸다.

평소 남들에게 화를 잘 못 내는 성격인 데다 어떠한 일이든 무던하게 대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부쩍 짜증과 흥분이 늘기 시작했다. 마음속의 화들은 작은 애벌레에서 어느덧 큰 나방으로 성충이 돼 머릿속을 날아다녔다. 이는 나를 정신없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큰 나방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부터 머릿속까지 가둬둘 뿐이었다. 결국 나는 나 자신에게 계속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왜 나에게 화가 났을까.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열등감 때문이었다. 늘 기대한 만큼의 큰 성과가 따라오지 못했고, 매 순간 자책했다. 부족한 결과의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나라는 사람이 매력적이지 못해서’, ‘내가 무능력해서’, ‘내가 똑똑하지 못해서’ 등, 스스로 못난 사람이라고 꾸짖기만 했다.

이러한 태도는 생각보다 큰 병으로 다가왔다. 남들과의 경쟁에 늘 자신하지 못했고, 어떠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금방 포기해버리곤 했다. 또한 나와 달리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을 보면, 그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태도는, 잘 성장해보려는 또 다른 나에게 상처를 안겼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결국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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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나를 위해

기어코 눈물을 흘려버렸을 때, 나는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스스로 감내해야 했던 상처들이 버거웠음을 깨달았다. ‘마음의 결’이라는 책에서 제안한 해결책은, 마음에 여유를 가지는 것이었다. 마음의 여유라, 추상적이기에 낯설었고 더욱 실천하기 어려웠다. 여유란, 그저 마음을 전부 비워놓고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나를 압박해오는 어떤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일까. 이처럼  필자는 여유라는 것에 한동안 고민했다.

여전히 이에 대해 고민 중이지만, 한 가지 확실히 생각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잘’이라는 단어를 빼는 것이다. 뭐든 항상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한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 한 명쯤은 자신에게 ‘잘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내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열렬히 사랑받고 싶은 존재였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로부터 호감을 받았을 때는, 그 마음이 몹시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다. 과연 내가 상대방이 기대했던 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이 또한 열등감이었다. 그리고 이는 자존감의 결여였다. 나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열심히 사랑한 적이 없었다.

이처럼 나 자신에게 화가 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마음의 여유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나에 대한 사랑이 절실했다. 이를 깨닫고 난 후에는 나 자신으로부터 사랑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뭐, 대단한 자기계발서 책을 찾아 읽거나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주말에 예쁜 카페를 가거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고, 혀가 얼얼해질 정도로 매콤한 음식을 먹고, 후식으로 달콤한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끊임없이 나를 연구하게 된다. 누군가를 공부하는 과정이 사랑이라 했던가. 이처럼 나는 나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조금씩 사랑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도 열등감을 벗고 진정 건강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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