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 불편한 얘기 좀 합시다 - 연극 '달랑 한 줄' [공연]

얘기를 해야 알지 않겠습니까
글 입력 2019.07.07 22:3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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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만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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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스럽다, 얌전하다, 조신하다... 이런 것들이 여자가 지닌 음에 가까운 성향이죠."

"여자는 여름에도 스타킹을 신는 것이 예의에요."

"뾰족구두는 특유의 길쭉한 모양 때문에 남성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이고, 앞 코가 둥근 모양의 구두는 여성을 상징하는 아이템이죠."



놀랍게도 실제로 대학에서 10년째 행해지고 있는 면접과 패션 이미지와 관련된 교양 수업의 내용이었다. 아무리 교재에 나와있는 내용이라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내용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터무니없는 내용에 심기가 불편하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 되어 강의실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으나, 꾹 참고 끝까지 수업에 임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아무렇지 않은 듯 그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받아 적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아마 누군가에게 이 얘기를 한다면 공감보다는 "네가 예민한 거야." "프로불편러네" 따위의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들에게 저 말들은 겨우 '달랑' 한 줄일 뿐이니까.

*

여기 그 '달랑' 한 줄을 바꾸기 위해 분투하는 네 명의 여인들이 있다.


<시놉시스>


연실은 남편과 싸우고 집을 나온 뒤, 두 딸과 함께 친구인 명희의 집에서 지낸다. 명희의 번역 일을 도와주면서 함께 살고는 있지만, 까다로운 명희와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연실에게 제일 어려운 것은 사고뭉치인 막내딸 현주를 통제하는 것이다. 연실이 '여자가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며 현주를 다그치는데, 이를 말리던 맏딸 은주가 울컥 화를 낸다. 평소 착한 딸이었던 은주의 행동에 연실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한편, 명희는 '책에 나오는 표현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번역을 중단한다. 출판사에 수정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계약을 파기 당하고 만다. 이것을 알게 된 현주는 '문장을 바꾸자!'며 의지를 불태우고, 명희도 이에 동조한다. 반면 연실과 은주는 망설이기만 하는데.

남편의 미운 말 한 마디가 싫은 여자, 불평등한 교칙 한 줄에 반기를 드는 여자, 상사의 불쾌한 농담 한마디를 꾹꾹 참는 여자, 책 속의 문장 한 줄을 바꾸려는 여자. 네 여자가 바꾸고 싶었던 '달랑' 한 줄.


연극 <달랑 한 줄>은 올해로 제2회를 맞이한 페미니즘 연극제에서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작년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도왔던 미투 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이 연극제는 일상에서 여성들이 겪는 공포와 불안, 가부장제,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 연극들을 선보인다.

사실 이 프리뷰를 작성하며 혹시나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이 연극제를 판단하거나 모든 한국 남자들을 벌레 취급하는 사람들로 생각할까 하는 조바심에 미리 얘기하자면, 연극제의 주제는 '연대'임을 강조하고 싶다. 남자와 여자로 나눠 성별끼리 시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페미씨어터 나희경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가져왔다.


2018년 연극계에 크게 미투 운동이 있고 나서 처음에 발언을 한 것은 용기 있는 개인이었지만, 그 이후로 연극계의 변화를 이뤄내 간 것은 모두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연극제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성희롱, 가부장제 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길 주최 측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 나희경 / 페미씨어터 대표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기를 싫어하고,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이제는 지겹다며 그만하라는 사람들의 반응을 봐도 그렇다. 그들은 정말 지겨웠던 걸까? 그보다는 그 사실을 마주하고 투쟁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본다. 왜냐, 그 미투 운동의 주인공이 스스로만 아니면 되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그 불편한 얘기를 함께할 필요가 있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몸서리치기보다 그 단어의 기원이 시작된 이유를 살펴보고, 단순한 성별 간 갈등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문제의식과 도움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페미니즘이 뭔데? 페미니스트가 뭔데? 뭐가 문제라는건데?"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면, 연극 <달랑 한 줄>을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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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한 줄
- 연대를 상상하라!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 -


일자 : 2019.07.18 ~ 07.21

시간
목, 금 20시
토 15시, 19시
일 15시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페미씨어터

주관
플레이포라이프

제작
극단문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70분





페미씨어터


페미씨어터는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과 '페미니즘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를 휩쓸면서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거나 '남혐'이라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도 늘고 있다. 그러나 페미씨어터가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목표는 궁극적인 성평등이다. 젠더 위계의 하위에 여성이 위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회분위기를 바꾸고, 존재조차 지워졌던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페미씨어터는 그동안 획일화 되어있던 여성캐릭터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더 많은 성소수자 캐릭터를 연극에 등장시키고자 한다.





[김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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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chloe980107
    •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모두의 연대가 필요한 지금, 꼭 필요한 연극과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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