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악으로 점철된 그들, 뮤지컬 "더캐슬"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6.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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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선과 악을 그리다.


하워드 홈즈 실제 미국의 희대의 살인마이다. 의사인 그는 시카고만국박람회에 방문하는 타지인들을 죽이고자 캐슬 호텔을 지었고 투숙객들을 가스실에 들여보내 죽이고 이 시체를 해부용으로 팔기도 하는 잔인한 범죄를 계속해서 저지른다. 실종자 수가 많아지고 발각될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그는 자발적으로 호텔에 불을 지르고 떠나지만 결국 잡히게 되어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런 배경을 따와 창작진이 그 안에서 새롭게 이야기를 꾸민 뮤지컬이다. 19세기의 시카고를 잘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오염, 비위생, 인구 과밀화 등이 나타나며 일자리도 많지만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동자들도 많은 도시, 돼지를 죽이고 가공하는(도살하는) 축산업이 주요 산업이었던 시카고에 캐리와 벤자민이 이주오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충 프레스콜 영상을 보고 가서 그런지 극 중반까지는 계속 알고 있는 내용이 전개되었다.


인간의 선과 악을 어떻게 그릴지 계속해서 궁금했는데 처음부터 음산하게 보이는 홈즈가 ‘악’을,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다고 말하는 토니가 ‘선’을 맡은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스포일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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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는 캐슬의 주인, 홈즈의 비밀을 알게 되고 살기 위해, 자신의 아기를 위해 홈즈를 도와주면서점점 변해간다. 살기 위해서,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선택’한 것이 홈즈를 도와주며 살인을 도와주는 것이기에 이에 대해서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벤자민과 갈등을 겪고 홈즈를 선택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의 근거를 잘 읽을 수가 없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이라면서 나는 잘 모르는 성경 구절을 읽고, 총 맞고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나고 죽어야 하는 가스실에서 죽지 않고 살아나니까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서 극의 몰입을 깼다.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잘 이해했을까? 그들을 무슨 존재로 봐야할까? 너무 단순하게 토니를 천사로, 홈즈를 악마로 표현해 그들이 캐리를 유혹하고 자신의 편을 선택하길 바라는 장면이 나올 때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결국 캐리는 남들처럼 살고 싶었을 뿐이라며 욕심 따위 부리지 않았다면서 홈즈를 택하다가 자살을 하는데 이는 또 무슨 결말인지 이해가 안 됐다.


그녀가 홈즈를 이어 완전한 악으로 만들어지든지 그녀가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사회 정의를 구현한다든지 무슨 상황설명이 되고 자살을 하는 모션을 취해야하는데 벤자민도 등장해서 모두를 보기에 복잡했다. 벤자민도 가스실에 들어간 캐리를 구하기 위해 도와달라고 홈즈에게 애원하는 상황에서 홈즈와 토니가 악마와 천사의 입장을 대변해 ‘참회의 길로 갈 수 있다. 인간을 옳은 길로 인도하라. 하지만 그들이 한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등등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싸운다.


배우들 연기 자체로는 정말 그들이 정말 천사와 악마가 된 것처럼 말을 주고받는 텐션이 굉장히 좋았지만 이러한 구도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끝까지 어떠한 명쾌한 결론을 내지 않는 것이 아까웠다. 한번밖에 보지 않아서 그런지 잘 이해가 안 된 것일까?


왜 벤자민은 또 홈즈의 모습으로 나타나 인간들이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고 교수형에 처해지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끝까지 껄끄러운 기분이 들고 극이 마무리되었다. 선이 승리하지 못했고 선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극 전체가 악으로 둘러싸인 기분이었다. 캐슬 전체가 악인데 그 주위를 맴도는 거리를 떠도는 부랑자 같아 보이는 토니를 통해 선을 보여주려고 의도한 것 같다.


동일선상에 놓아도 이런 상황이라면 악이 이기는 것이 당연한데, 극에서는 그림 그려주고 줄리아만 찾다가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해 자신이 ‘선’이라고 말하며 악으로 더럽혀진 사람들에게 참회할 수 있고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고 하니까 당연히 매력을 느낄 수 없었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토니의 분량을 더 늘려 캐리와 벤자민과 만나는 장면을 더 추가하거나 토니와 홈즈가 따로 만나는 장면으로 선과 악의 대립이 더 정확하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극 자체가 악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극을 보는 내내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극을 보러 갈까 고민할 때도 실제 연쇄살인법의 이야기를 따온 것이 좀 걸렸는데 실제로 보니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 사이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극 이해에 있어서 극 자체나 연출이 맘에 들지는 않았다. 무대가 2층으로 만들어져 보는데 목이 너무 아팠다… 이 극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지만 나의 취향과는 너무 달라서 보는 내내 인상이 찌뿌려졌고 소품이나 소리들이 실제 같아서인지 무섭기만 했다.


인간 내면의 선과 악! 실존에 대한 화두를 던진 창작 뮤지컬 <더 캐슬> 이라고 하기에 부족했던 점이 많았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항상 선과 악이 대립하며 힘들어하는 와중에 여기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본인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려고 했던 것 같다. 굳이 정말 악마와도 같은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가져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는지 의도가 잘 파악이 안 된 아쉬움이 많이 남은 관극이었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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