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춘향 전쟁 [공연]

글 입력 2019.06.2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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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옆 빨간 벽돌 건물 정동 극장에 들어섰다.


옛 극장 원각사 복원 및 전통 공연 , 현대 공연과도 융합을 하는 곳. 공간이 예뻤다.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고, 직원분들은 모두 한복 차림이었다! 생활 한복이어서 이쁘고 세련됐다. 안그래도 오늘 전통극 보러 가니까 생활 한복 입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도예 디자인도 전시되어 있고, 여러가지가 있었다.


확실히 국,공립으로 운영되는 건 일처리가 늦는다는 단점을 듣긴 하지만, 공공성을 띄는 곳이기 때문에 공연의 퀄리티나 공간 디자인 등은 굉장히 잘 되어있다. 역시 대외적인 곳들의 특징인듯. 남산골 한옥마을도 예뻤는데, 여긴 좀 더 모던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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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정말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하나씩 소개를 하자면 일단 배경처럼 연주하는 세 분이 너무 멋있었다. 전에 봤던 '뮤르'가 생각나기도 하고. 태평소나 피리 등 입으로 부는 악기 등의 메인 담당. 드럼 (멋있다)과 북들, 징 징벌 등 다양한 소리는 내는 퍼커션 타악기 담당. 그리고 낭만적인 현악기 가야금(인지 거문고인지) 세 가지였다.

그리고 무대 가운데에서 영화에 들어갈 음악 소리를 만드는 폴로 아티스트, 옆에서 추임새와 나레이션 및 배역까지 맡아서 활동하는 소리꾼까지 총 다섯명이 무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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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 영화에 소리 입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별의 별 것들로 소리를 만들어서 너무 신기했다. 사실 춘향 전쟁이 얼만큼의 의미를 지녔는지, 어떤지는 잘 몰고 봤으나 경쟁구도인 것만은 알겠다. 사회적인 정권 이야기 조금 하고. 여기에서 재밌는 점은 소리꾼, 나레이터가 인물로 등장한다. 심지어 능숙하게 너무 잘해서 감탄이 일었다. 소리꾼과 배우를 동시에 하다니. 그래서 위치를 옮기면서 부채를 들고, 배역에 맞춰 자유롭게 왔다갔다 했다.

폴리 아티스트가 슥삭거리며 만드는 소리를 보니, 왜 'ASMR 극'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됐다. 얼마나 소리가 크면, 혹은 마이크 성능이 좋으면 이렇게 작은 소리도 잘 날까. 맞추는 모습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일부러 '그깟 흉내쟁이'라고 비하해서 갈등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조금 어색했지만 괜찮았다.


정동극장_창작ing_춘향전쟁_공연사진 (1).jpg
 


뒤에 영화 영상이 같이나와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폴리 아티스트 지시 하에 음악이 차근차근 깔리는 모습- 여기서 세션 세 명은 배경음이자 동시에 중심, 메인인 악기 연주자였다.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가 이렇게 라이브로 생생히 만들어지는 걸 보니 짜릿했다. 피리 소리와 은은하게 깔리는 현악기, 그리고 재즈처럼 티날듯 말듯 찰랑 거리는 드럼소리까지. 정말 딱 그 악기 세 개가 너무 잘 어우러졌다.

보다가 문득 깨달았는데 -역시 공적인 공간답게- 시설이나 내용이나 한듯 안한듯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세련됨이 있었다- 눈에 거슬리는 게 없었다. 무대 동선도 자연스러우나, 조명이 특히 더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는데, 원래 눈에 편안한 것이 가장 디자인적이고 잘 된 거라고. 흠 잡을 데 없었다. 음악도 조명도 연출이 다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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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야 어느 정도 다 예상되는 바이지만, 특히 바다를 회상하는 씬에서 물결을 연상시키는 조명 모양과 쌀을 흔들며 내는 파도 소리까지 인상 깊었다. 예전에 읽은 음악 심리학 책이 생각났다. 음악은 기억을 되돌아가게 해준다는 내용이었던가? 나는 소리를 들으며 바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좋았던 점 하나 더. 관객들의 소리를 이끌어냈다. '암행어사 출두요'라는 대사를 외치게 했다. 마이크를 객석으로 향하게 해서 소리를 입혔다. 이 배경음 연주 또한 너무나 멋졋고. 뒷 내용은 자연스레 정리가 됐다. 객석 목소리 녹음한 화면이 나오지 않은게 조금 아쉽지만. 딱 괜찮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괜찮은 적당한 공연이었다.예상보다 더 좋았다. 그리고 사알짝 아쉬울 때 떠나야 더 좋은 법이라고. 중도를 지키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데,이 공연은 중도를 너무나도 잘 지켰다. 깔끔하게.


아쉬운 점 하나 없이- 이렇게 낯설면서도 새로운 장르를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건, 감독이나 연출 등 제작자들이 얼마나 세련되게 잘 만들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갈끔한 강약 조절과 적당한 생략은 상상할 수 있는 여운을 준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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