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디즈니의 제작과정, 알고 있나요? [전시]

전시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 The Magic of Animation>
글 입력 2019.06.1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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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깊은 작가의식을 담고 있거나 목적성이 뚜렷한 전시만 보다가, 피곤한 저녁 시간에 가볍게 보면 좋을 것 같아 동대문 DDP에서 열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 <픽사- Pixar 전>을 별 감흥 없이 봤던 기억이 나서 이번 전시 역시 한번 가볍게 보고 말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큰 감동을 받았다. 역시 디즈니는 디즈니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친숙한 작품들과 비하인드



이번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은 크게 디즈니에서 여러 가지 기준(흥행,예술적 기여도, 그 외의 가치 등)을 기반으로 다룰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친숙한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구성됐다. 디즈니 초기에 개봉된 밤비나 101마리 달마티안, 판타지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 이외에 현대 3D모델링으로 작업 된 라푼젤이나 겨울 왕국 등 많은 이들에게 익숙할 작품들이 전시되어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를 보고 내가 좋아하던 작품들의 제작배경을 한눈에 훑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결과물 뒤에 숨겨진 제작 뒷 배경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전시 타이틀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이 아니라, 디즈니 작품들의 제작과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 정도로 말이다. 애니메이션이란 제작자의 손을 처음부터 끝까지 거치는 작업이기 때문도 있지만 제작자를 비롯해, 작품별 제작의도나 과정들을 굵직하게 훑고 난 건 생각보다 흔하지 않은 경험이라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래 우리는 결과엔 익숙하지만 그 너머의 것들엔 무관심해 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달마.jpg
직접 달마티안 강아지들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애니메이터



3D 그래픽의 원조



모션 그래픽 디자인을 좋아하고, 제작하는 나로서는 전시를 보다가 상당히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현재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션 영상 및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툴들의 기조가 디즈니가 수작업으로 구현해온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결과만 알다가 그 원리를 알게 된 셈인데, 그동안 사용해오던 툴과 애니메이션 제작 시 들어갔던 컴퓨터 그래픽 기법들이 이런 수작업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것을 눈으로 보니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과거 수작업으로 애니메이션을 모두 제작하던 시기엔 3D 모델링 툴도 없었기 때문에 2차원 그림에서 원근을 주고, 움직임을 주는 방식이 쉽지 않았으나, 디즈니는 이를 2D 이미지별로 레이어를 쌓아 거리감을 주었기 때문에, 하늘에 멀리 떠 있는 달과, 바로 앞에서 움직이는 캐릭터의 거리감을 줄 수 있었다.

사실 정말 지금에야 after effect 툴로 버튼 몇 개만 클릭하면 바로 가능해서 당연한 기법이지만, 그때 일일이 이런 작업들을 손으로 했을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면 절대 쉽게 가능하지 못했을 일이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디즈니


그리고 지금의 내 또래, 혹은 디즈니 작품과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라면 분명 어릴 때의 추억이 떠올라 그때의 디즈니를 보던 자신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물론 디즈니만 본 건 아니지만, 하나의 비디오테이프를 스무 번도 넘게 돌려보며 대사를 외울 정도로 좋아했던 나로서는, 어릴 때 디즈니를 함께 보던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같이 떠올라 디즈니를 함께 보면서 즐거워했던 그때가 그리웠다.


라푸.jpg
라푼젤 원화


그러고 보면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하는 꿈과 환상의 나라로만 취급하기엔 아쉽다. 그들은 무엇보다 행복한 기억이란 걸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늘 그렇듯 실험적이었다


크리에이터가 난무하는 지금의 관점으로 봤을 때도, 디즈니는 매번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을 해냈다는 걸 전시를 보며 다시 깨달았다. 전에 없던 이미지 기법, 전에 없던 사운드 기법 등 매번 세상에 내보이는 작업들이 어떤 방면에서든 새로움을 시도하고자 한 흔적들이었다.

음악을 눈으로 즐기게 한 <판타지아 2000>은 마법사가 된 미키마우스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애니메이션인데, 당시 미국 상류층에게만 해당했던 클래식 음악을 애니메이션에 처음으로 접목하고자 했고, 그런 클래식 음악들을 시각화해서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를테면 귀엽게 생긴 버섯들이 음에 맞춰 춤을 추는 식이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인포그래픽이나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에서 다룰 법한 ‘청각의 시각화’ 의 선구자격인 셈이다. 디즈니의 앞선 시대감각이 놀랍다.


청각의 시각화.jpg
음악을 눈으로 즐기다, 판타지아 2000


또, 판타지아 2000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용암 장면을 그리기 위해 직접 용암을 만들어 보고 그리는 제작과정 영상을 보면서, 그들의 집념을 느꼈다. 당시 제작자들이 연구한 방식은 어떻게 보면 참 아날로그적인 방법이다. 모르니깐 직접 해보는 일이 지금엔 귀찮기도 하고, 하물며 검색만 해봐도 용암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관련 정보들이 쏟아져나오니 말이다.

물론 이들의 방식처럼 모든 걸 직접 해보는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하고 싶진 않지만, 분명 알고자 하는 것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 알아내려는 모습은 꽤 많은 걸 느끼게 했다.


용ᄋ.jpg
용암을 제작하며,
그림을 직접 보고 그리는 애니메이터들



세계의 창조자


그 이외에도 최근에 봤던 라푼젤이나 모아나 같은 3D 애니메이션들의 뒷 배경은 마찬가지로 아주 흥미로웠다. 또 각 작품의 원화나 흔히 볼 수 없던 스케치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서 작품속에서 봤던 이미지 너머를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전시를 모두 보고 느낀 건,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하는 디즈니의 작업물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은 마음에 경외심이 들었다. 또, 그 배경엔 어떻게든 직접 알아내고, 부딪히며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는 집념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열정들은 전시의 마지막에 있는 디즈니 직원들의 인터뷰 영상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니 제작자들의 직업 정신과 작품에 대한 집념은 이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또, 이들이 단순히 페이를 받고 일을 하는 노동자의 마음이 아니라, 하나의 놀라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창조자의 마음으로 임했다는 것도 말이다.


애니ᄆ.jpg
디즈니 애니메이터들의 인터뷰 영상, 조르쥬



그러니까


같은 창작자로서도, 또 창작물을 즐기는 관람자로서도 여러모로 흥미로웠던 전시였기에, 만약 이번 주말 어떤 전시를 볼지 혹은 뭘 할지 고민이라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 The Magic of Animation>을 추천해본다.


(+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진 않아 전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으니, 사람이 비교적 많지 않을 시간에 다녀오길 추천한다.)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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