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년의 상처를 위로해주는 애니메이션 -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

글 입력 2019.05.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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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이라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지브리전, 디즈니 이외에는 잘 모르는 나에게 톤코하우스는 상당히 색다른 이름이었다. 무엇보다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 집에서 너무 먼 곳인데다가 서울에서 산지 2n년이나 되었음에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강남은 자주 가봤어도, 청담동은 처음이었으니) 서울촌사람처럼 분당선도 처음 타보았다. 그렇게 가 본 전시관은, 외형으로는 굉장히 크고 거대해보였지만 내부는 아담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톤코하우스의 메인 이미지는 귀여운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돼지가 가운데에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 톤코하우스가 이 이미지에서 보여지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이름인줄 알았는데, 사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이름이었고 그곳에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들이 이미지 속의 동물들이었다.

1층에서는 톤코하우스 제작자들이 <댐키퍼 : 피그 이야기>(이하 <댐키퍼>)와 <뭄>을 제작하는 과정을 관람할 수 있었다. 캐릭터 설명, 스토리 진행 등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2층에서는 관람자의 참여형 전시 및 톤코하우스에서 제작한 영상 <댐키퍼>와 <뭄>, 그리고 <댐키퍼>의 두 주인공의 사이드 스토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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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키퍼 : 피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목과 메인 이미지에서도 나와있듯이 돼지, 피그이다. 피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풍차를 가동시키고 등교를 한다. 하지만 다 같은 동물이면서 돼지라는 이유로 피그는 따돌림을 당한다. 그렇게 힘든 학교를 보내고 집에 오면, 아침에 돌렸던 풍차를 다시 한 번 더 돌려 바람이 멈추지 않도록 한다. 매일을 그렇게 무료하고, 반복적이고, 고통스러운 일상을 살아가던 와중에 피그의 학교에 여우 '폭스'가 전학을 오게 된다.

유쾌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폭스는 전학오자마자 많은 친구들에게 둘러쌓인다. 며칠 뒤 폭스는 피그가 심하게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둘은 친구가 된다. 그러던 하굣길, 피그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폭스를 보고 용기를 내어 폭스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폭스가 들고 있는 스케치북에는 자신을 우스꽝스럽고 놀림거리로 그려놓은 모습이 보인다.

내가 써놓은 줄거리에서는 마치 폭스가 위선적인 캐릭터란 생각이 들게끔 작성하였고, 당시 영상을 직접 보던 나도 "폭스 이 나쁜놈아!!"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보기좋게 제작자에게 낚여버렸다. 폭스는 위선적인 인물도, 앞에서만 착한척 하고 뒤에서는 다른 애들처럼 놀리는 애들이 아니었다.

더러운 친구들이란 뜻의 'dirty pals'를, 피그는 왼쪽 편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과 dirty만 보고 'dirty pig'라 오해를 하게 된 것. 폭스는 피그를 우스꽝스럽고 놀리려는 그림이 아닌, 자신과 피그를 사이좋게 재밌게 그려놓았을 뿐이었다.



너, 그리고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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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키퍼>의 줄거리는, 솔직히 말해서 어디선가 많이 보고 들어본 이야기이다. 따돌림을 당하거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전학오거나 다른 새로운 친구가 등장해서 그를 도와주고 절친이 되는 스토리. 그런데 웃기게도 나에게도 역시 그런 일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는 따뜻하고, 포근하고, 귀여움 뿐이었지만 그 캐릭터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슬프고 암울하고 가슴을 찌르는 내용들이었다.

결말은 따뜻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계속 나의 입장이 동일시되고 흐르는 눈물을 참기가 너무 어려웠다.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서 관계를 회복하는 피그가 대견스럽고 부럽기도 하였다. 마치 아이들을 위한 그림체였지만, 오히려 나와 같은 성인들이 보면 더 좋을 스토리였다.

전시를 보고난 후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생각이 났다. 어린왕자는 보통 어린 나이에 읽을 때와 나이를 먹고 난 뒤 읽을 때 느낌이 굉장히 색다르고 다르게 평가한다고들 많이 이야기 한다. 나 역시 어렸을 때는 어린왕자가 뭐하는 놈인지, 도대체 이 세계관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남들 하던대로 나이를 먹은 뒤에 다시 어린왕자를 읽어보니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았었다. <어린왕자>와 <댐키퍼> 스토리는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쉽게도 시간 관계상 <댐키퍼> 관련된 영상만 보고 <뭄>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만약 다른 사람이 이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을 보는 기회가 생긴다면 2층에서 전시하는 영상 모두를 다 보기를 추천한다. 1층에서 뭄을 일부 편집하여 프리뷰처럼 만들어놓은 영상이 짧지만 강렬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눈물을 훔칠 뻔 한건 비밀이다)



여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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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한때는 나도 이런 만화가나 애니메이션 제작 위원회에 참여하고 싶어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이 일은 사람이 할 일이 못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빠르게 다른 길로 전향하게 됐다. 어떤 일이든 힘이 안 들순 없지만, 애니메이션 관련 일은 너무나도 박봉에 야근에 온갖 안 좋은 조건들만 붙기 때문에.

그럼에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 몰라 어떻게해서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고있다. (불법 만화사이트 폐쇄 청원에 참여한다든지, 넷플릭스나 라프텔과 같이 합법적 애니메이션 관람을 이용한다든지 그러한)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흥행에 성공하는 일이 일어나면 좋을 따름이다.



여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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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갖고 싶었던 피규어! 관람 후 기프트샵에 책상에 올려두고서 볼 만한 것이 인형 밖에 없어 안타까웠다. 대신에 엽서를 사서 고이 간직하기로 했다.

아직 회사에서 적응기를 가지고 있는 터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대표님께서 직접적으로 말씀을 해주시지 않았으면 이런 귀엽고 보람있는 전시회를 놓칠 뻔 했다. (감사합니다!) 보통 문화초대를 받고 나서 추천하는 형식으로 리뷰를 많이 작성하는데, 대부분 추천하는 편이라 "보러 가시면 좋을 것 같다."로 끝을 맺는 편이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회를 보러가주었으면 싶다. 보라! 봤으면 좋겠다! 봐달라! 직접 보고 온 사람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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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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