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My Lovely Cats [동물]

내가 살아가는 이유
글 입력 2019.05.1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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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나도 다른 집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부모님께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다고 졸라서 반려견을 찾게 됐다. 고양이라면 질색하는 어머니 때문에 당연하단 듯 강아지를 생각했다. 아는 수의사분을 통해 강아지를 봤는데 그 강아지 옆에 있는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땐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많이 길러졌던 시절이 아니라서 너무 신기하고 귀여웠던 기억이 난다. ‘러시안블루’란 종이라 했다.


어머니는 시골에서 자란 옛날 분으로, 고양이라 함은 요물이라 생각하시는 그런 분이셨다. 그렇게 한참을 조르고 졸라서 고양이를 기르게 됐다. 참고로 지금은 엄-청 좋아하고 예뻐라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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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이 되자마자 나는 독립을 했다. 그때 고양이를 데리고 독립을 했다. 대학에 가지 않아서 부모님과 갈등이 깊어지는 바람에 약 2여년간 부모님과 연락을 끊었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엔 낮엔 꿈을 위해, 밤엔 생계를 위해 살다가 점점 체력적으로 힘들어져서 돈 버는 데에 치중했던 2년이었다. 난 밥을 일하던 곳에서 해결했고, 일하고 오면 남는 시간엔 잠자느라 정신없었다.


20살 1월에 일을 시작했는데, 이게 첫 사회생활이자 아르바이트(직원이었지만)여서 정말 많이도 힘들고 혼도 많이 났다. 체력적으론 혈변을 보거나 기절한 적도 있고, 생리를 한 달에 2~3번을 한 적도 있을 만큼 지쳐있었다. (필자는 생리가 매우 규칙적인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자연스레 정신적으로도 아팠고, 우울증과 공황 장애가 찾아왔다. 병원에서 치료할 시간도 없던 당시의 난, 약만 툭툭 주는 그런 병원에 다니면서 약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었다.


한 번은 우울함이 너무 심해서 극한 생각에 다다른 적이 있었는데, 키우던 고양이가 눈에 보였다. 그리고 든 생각이, ‘내가 죽으면 이 아이는 누가 책임질까? 이 아이는 나와 같이 산 죄밖에 없는데…. 이 아이는 나와 같이 독립한 걸 택한 것도 아닌데….’


*


그 당시 날 반겨주고, 날 바라봐주고, 내게 온기를 주고, 내게 체온을 나눠주고, 날 기다려주는 건 고양이뿐이었다. 이유 없이 무조건적으로 날 사랑해 주는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난 외면할 수 없었고, 책임을 져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밥을 먹을 돈이 없어도, 내 고양이만큼은 좋은 사료를 먹이려고 노력했고, 살아갈 이유가 생기니 정신적인 부분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반려묘를 넘어 가족이 된 내 첫째 고양이, 지금은 8살이다. 그리고 5살짜리 둘째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다. 둘째는, 데려오자마자 고양이 감기라 불리는 ‘허피스’에 걸렸고 그 이후에도 이유 없는 설사 등 첫째와 달리 종종 아프곤 했다. 처음엔 ‘내가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도 아닌데 섣불리 데려온 걸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돌려보낼까 했지만, 한번 데려온 이상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란 책임감이 첫째와 함께 살며 길러진 덕인지 내 생활비를 줄이고 둘째를 케어했었다. 당시 잠시 외진 곳에 살았기에 한번 동물 병원에 나가려면 택시비 편도 2만원을 내야 했다. 그래서 경제적 지출이 컸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둘째 덕분에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았고, 생명의 소중함과 무거움 또한 알게 됐다. 둘째는 내게 생명의 ‘소중함’과 ‘무서움’이란 큰 깨달음을 알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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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지 않는 이 아이들이

내게 주는 온기와 눈빛은

내가 살아있는 이유다.

또한, 내가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론 두 발로 걷는 사람들보다

이 아이들의 침묵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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