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을 바라보며, 일상의 쉼표를 찍는 시간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글 입력 2019.05.13 22:2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일상을 바라보며, 일상의 쉼표를 찍는 시간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인트로.jpg
 

24시간 속에서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각자의 순간들.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소한 순간들이 '예술'을 만나면 어떻게 의미 부여될 수 있을까? 그 의미를 풀어보고자, 국내외 젊은 작가 21팀이 모였다.

제목은 안 봐도 사는데 지장없다고 지어놓고, 내용은 사는 내용을 담았다. 위트가 넘친다. 예술을 몰라도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역설적으로 예술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외치고 싶었던 큐레이터의 의도가 제목에서부터 풍겨온다.

전시장의 시작은 아침이다. 이어지는 낮과 저녁, 새벽의 시간을 예상하며 아침을 맞는다. 알람 소리에 깬 아침 7시 15분, 힘겹게 눈을 뜨고 일어난 아침의 감성을 담아 작가가 프랑스에 머물며 만났던 작가들의 아침을 담은 이정우의 <Choi's morning(2013)>, <Yoon's morning(2013)>, <Chung's morning(2013)>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아침에 눈뜬 직후의 몽롱함과 정적이 고스란히 담긴듯한 고요한 작품 앞에서 한참여를 서있었다.

작가의 아침과 작가가 만난 작가들의 아침을 넘어, 관객인 필자의 아침, 혹은 그 어떤 심상들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안봐도 사는데 지장 없다면서, 시작부터 이렇게 깊은 임팩트라니. 제목만 보고 기대 없이 왔다가 신남과 즐거움, 혹은 자기만의 울림을 갖고 돌아갈 관객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15분이 흐른 7시 30분, 황선태의 <빛이 드는 공간(2017)> 외 몇 작품이 반긴다. 유리와 보드판으로 제작된 여러 층의 스크린 위에 드로잉과 LED 빛을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그 특유의 기법이 고스란히 보이는 작품들을 보며, 또 다른 아침을 본다. 희망의 빛이 가득 들어오는 일상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의 차분한 일상을 떠올린다. 그 자체로 힐링이고, 마음이 편안해져 옴을 느끼는 순간이다.

전시는 이러한 전개로 작품이 바뀔 때마다 시간이 이동하고, 그 시간에 적절한 작가의 감성을 물씬 느껴볼 수 있는 구성으로 펼쳐진다. 점심에 이르면, 12시30분 배달의 민족이 만든 일력을 볼 수 있고, 마운틴 스튜디오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인 플로렌스가 컨셉 영상과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4시가 되면 김명실의 캔버스 유채화가 펼쳐지는 식이다. 새벽녘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생각도, 재료도, 어느 것 하나 겹치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사실 시간과 작품의 연계성이 그리 좋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다양한 장르와 작가의 작품을 참신한 기획으로 묶어 전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장르와 작가가 섞여 있지만, 결코 혼잡하지 않으며, 각각의 작품이 전시하기에 뒤떨어지는 느낌도 없으니, 이만하면 제법 성공적인 기획과 구성이 아닐까 싶다. 예상치 못한 때에, 예상치 못한 작품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묘미가 있고, 다양함 속에서도 유달리 정서에 부합하거나, 특별히 눈길이 가는 작품을 정확하게 가려보기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마음은 가볍게, 눈은 편안하게, 머릿속은 적당히 비워두고, 즐겁게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


대표 포스터 이미지.jpg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 Unnecessary Exhibition In Life -


일자 : 2019.04.03 ~ 2019.09.15

시간
10:00 ~ 18:00
(1시간 전 입장마감)

*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미술관 본관 M1 1층

티켓가격
성인 11,000원
학생(초/중/고) 7,000원
어린이(36개월이상) 5,000원
티켓 구입 당월 한 달간 무제한 입장

주최/주관
서울미술관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민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