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학업을 빙자한 덕질 여행, 런던完 [여행]

영국 런던에서 돌아다니기
글 입력 2019.05.0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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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있는 헤이스팅스(Hastings)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헤이스팅스를 방문했다. 아시아권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라 그런지 현지인들이 나와 일행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달랐다. 헤이스팅스 타운은 겉보기엔 조용해 보였지만, 중심가로 들어갈수록 관광객들도 많아지고 활기가 넘쳤다. 해변가 마을답게 갈매기 소리가 굉장히 크고 시끄러웠다.


집들은 동화처럼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색깔로 칠해져 있었다. 헤이스팅스의 명소 중 하나인 헤이스팅스 캐슬(Hastings Castle)을 둘러보기로 했다. 헤이스팅스가 왜 지어졌는지 궁금해 알아보니, 1066년 정복자 윌리엄으로 알려진 노르망디의 윌리엄이 영국에 상륙했을 때 그는 헤이스팅스 성을 세우라고 명령하여 세워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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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스팅스 (Hastings)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영국 해협 런던의 남동쪽 80km 부근에 위치해있으며 면적은 30㎢ 정도이다. 역사적으로는 헤이스팅스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헤이스팅스 전투는 1066년 10월 14일 영국 남동부 헤이스팅스에서 노르망디 공국(노르웨이)의 정복왕 윌리엄과 잉글랜드 국왕 해럴드의 군대가 맞붙은 전투로, 이 전투에서 노르망디군이 승리하였다. 이곳의 항구인 헤이스팅스 항구는 중세 5항 중 하나였다. 휴양지가 서쪽을 따라 발달해 있으며, 유명한 관광지로는 사암 절벽에 위치한 캐슬힐이 있다.


참고 문서: 네이버 지식백과 - 헤이스팅스 / 위키백과 - 헤이스팅스 전투



그 옛날의 오랜 역사의 흔적이 현대까지 보존되어 있는 걸 보니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성의 잔재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오래전 완연한 모양새를 갖춘 성은 과연 어떨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성과 똑같이 생겼을까? 그 당시 사람들은 후대 사람들이 자신들이 지은 성을 관광명소로 지정하고 입장료를 내고 사진을 찍고 공부하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헤이스팅스 성을 한 바퀴 돌고 나와서는 언덕 중턱에 있는 카페(라기보다는 정말로 '찻집'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법한)에 들러 음료를 마신 후, 마을로 내려가 점심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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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디저트로 먹은 아이스크림과 파이



젊음이 숨쉬는 브릭레인 마켓(Brick Lane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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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주말, 나는 주말에만 열린다는 쇼어디치 하이 스트리트에 위치한 브릭레인 마켓을 방문했다. 먼젓번에 이미 브릭레인 마켓을 방문했었던 다른 일행분이 추천을 해줘서 기억을 해뒀다가 찾아가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밝히지만, 나는 마켓을 둘러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기에 브릭레인 마켓도 큰 기대를 안고 갔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부터 쇼어디치 하이 스트리트까지는 지하철로 15분~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서 쾌적하고 편하게 갔다 올 수 있었다. 나는 일부러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휴대폰도 거의 보지 않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여유 있는 척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브릭레인 마켓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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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주말의 마켓은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법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흥겨움과 활기가 몇 배나 살아나는 것 같았다. 결국 마켓을 만든 것도 사람이고, 즐기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켓 어귀로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휘황찬란한 색깔의 멋들어진 그래피티였다. 거리를 가득 메운 그래피티는 과연 내 눈을 바삐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는 쉬지 않고 열심히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나만 보기 아까운 현대의 '예술 작품들'을 최대한 담으려 노력했다. 그중에는 'Leave us a loan'이라는 재치 있는 언어적 유희가 담긴 작품도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붉은 담벼락 한켠을 스티커, 컬러 스프레이, 포스터와 사람 형태의 석고상으로 아무렇게나 꾸민 것을 보니 지저분하다는 느낌보다도, 매우 예술적이면서도 젊고,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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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레인 마켓에는 백야드 마켓, 티파티 마켓, 빈티지 마켓 등 다양한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사전에 많이 알아보고 간 것이 아니라서 더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먼저 백야드 마켓에는 주로 핸드메이드 상품들과 중고 레코드, 패션 아이템 등을 판매했다. 바로 이곳에서 중고 LP를 파시는 분이 계셨는데, 나는 여기서 아주 오랜 고민 끝에 매우 유명한 앤디 워홀의 노란 바나나 이미지가 표지를 장식한 벨벳 언더그라운드&니코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LP를 구매했다. 사실 데이빗 보위와 비틀즈의 LP들 사이에서 굉장히 많은 갈등을 했지만, 너무 많이 샀다가는 '나중에 조금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까'하고 내린 이성적인 판단하에 하나만 구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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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 상품들 쪽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아이템들을 판매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은 많은 영감을 받기에 충분했다. 곳곳에 활기가 넘쳤고, 판매대에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물건들이 가득했다. 주로 젊은 여성 구매자들을 겨냥한 반짝이는 액세서리 상품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선물용으로 살구색의 작은 천연석이 달린 목걸이를 사고, 나를 위해서는 나방이 그려진 나무 소재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하나 구매했다.


남성 구매자들을 타겟으로 한 상품들도 있었는데, 특이한 디자인의 남성용 티셔츠나 크림, 헤어젤 등 그루밍족(외모를 경쟁력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남성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을 위한 상품들도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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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밴드 리버틴즈(The Libertines)의

피트 도허티의 모습을 담은 스트릿 아트



티파티 마켓에는 이름 그대로 찻잔이나 접시, 자기 제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 외에도 비누나 박제 동물, 오래된 골동 카메라들도 종종 보였다. 개중에는 아주 오래되어 자연스럽게 변색된 세계 지도, 사진들, 엽서들도 많았다. 그리고 '대체 누가 이런 걸 살까?' 싶은 아이템들도 꽤 많았다.


예를 들어 굉장히 녹이 슬어 원래의 색깔을 유추할 수조차 없는 낡은 문고리, 역시나 녹이 슬어 변색된 커다란 말발굽 편자, 먼지가 낀 지저분한 사람 형태의 인형, 구시대적인 디자인의 작은 틴 케이스, 몇 년 도에 만들어진 건지 알 수 없는 오래된 담뱃갑과 성냥갑 등 정말로 잡동사니들을 판매하는 상인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라도 오래된 골동품들은 그 나름대로의 역사와 추억이 깃든 물건이니 전문적으로 컬렉션을 만들고 수집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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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없이 걷다가 발견한 한산한 거리



빈티지 마켓은 지하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에는 구제 옷과 골동품, 구제 아이템을 많이 판매한다. 하지만 구제 옷 치고는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다. 따라서 가격 흥정을 잘 할 자신이 있다면 한 번쯤 쇼핑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휙휙 둘러보며 복고풍 컨셉의 빈티지 드레스와 의상들을 보는 재미는 아주 쏠쏠하다. 중고 레코드나 반지, 목걸이, 귀걸이, 팔찌, 모자, 빈티지 스타일의 넥타이, 티셔츠, 심지어 군인이나 파일럿 유니폼까지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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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레인 골동품 가게에서 구매한

오래된 사진, 엽서, 동전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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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어디치 하이스트리트, 박스 파크의

팝업 스토어에서 구매한 보위 토트백



토요일의 브릭레인 마켓도 재미있지만, 100% 진짜로 즐기기 위해서는 일요일에 마켓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일요일에는 마켓에 세계 각국의 스트리트 푸드가 매우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전통 요리, 싱가포르 요리, 태국과 필리핀 전통 요리, 레바논 요리, 중국 전통 음식, 일본 요리, 햄버거나 피자는 물론이고 샌드위치나 직접 만든 신선한 과일 주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특별 채식요리, 네덜란드의 전통 빵, 그리고 그중에는 한국 요리도 있었다. 나는 그 당시 한국 음식이 너무나 그리웠기에 한국 음식인 닭꼬치 구이와 쌀밥 도시락을 선택해 구입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음식을 파는 부스들이 있는 건물을 빠져나와 또다시 사람들이 북적이는 길을 걸었다. 스트리트 푸드 부스들을 구경하며 지나치다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마침 내가 좋아하는 달콤한 브라우니를 파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브라우니들을 몇 개 구입했다.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잔뜩 고이는 폭신한 초코 퍼지, 블루베리가 깜찍하게 장식된 (또 다른) 초코 브라우니, 베리가 들어간 브라우니..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 먹으니 하나만 먹었는데도 굉장히 든든했다.




락 마니아들의 성지, 러프 트레이드(Rough T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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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에서 나와 골목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러프 트레이드라는 레코드샵을 발견했다. 블러, 오아시스, 스웨이드, 펄프, 엘라스티카, 플라시보, 데이빗 보위, 비틀즈, 벨벳 언더그라운드, 콜드플레이, 이기 팝, 퀸 등 알만한 뮤지션 및 밴드들은 다 찾아볼 수 있다.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


나는 평소 즐겨듣는 웨일즈 출신의 밴드인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의 명반, 홀리 바이블(Holy Bible) 앨범만 구매했다. 덕질에는 절대 후회가 없다. 내게 더 많은 돈이 있었다면 나는 아마 그곳에서 레코드 수십 장과 앨범들을 다 털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영국에서 머무는 동안 이 레코드샵을 첫 방문 이후 한 번 더 방문을 했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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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밴드들 외에 다른 장르들의 앨범도 많고, 생소한 인디밴드의 음악들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음반, 레코드 이외에 책들도 비치되어 있는데, 주로 뮤지션들의 자서전이나 예술, 디자인 관련 서적들이 꽤 있다. 나는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락밴드인 스웨이드(The Suede)의 프론트맨, 브렛 앤더슨의 자서전과 인체해부학적 그래픽 이미지가 가득한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샵 내에서 종종 밴드들 공연도 하는데, 미리 알아보고 보러가는 것도 굉장히 좋을 듯하다.




경이로운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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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대영 박물관과 함께 영국 최대의 미술관 중 하나이며 1824년에 창설되었다. 초기 르네상스에서 19세기 후반에 이르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영국뿐만 아니라 각국의 명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르네상스와 더불어 네덜란드파 작품이 충실히 전시되어 있어,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을 비롯해 램브란트를 정점으로 하는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많은 명작품을 수장하고 있다.


참고 문서: 위키백과 - 내셔널 갤러리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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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갤러리에서 본 다빈치의 그림들은 인물의 표정이나 피부 표현, 인체 근육 묘사가 아름답다 못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섭기까지 했다. 책에서만 그림들을 보았다면 그 그림들이 벽 하나를 거의 다 덮을 만큼 큰 줄도 몰랐을 것이고, 그림 속 인물들이 입고 있는 매우 정교하게 묘사된 드레스의 레이스 하나하나에 실린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붓 터치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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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이미 백골이 되어 사라진 천재적인 예술가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 선망이 들끓었다. 그러나 그런 감정들이 차고 넘치다 보니 어느새 동경을 넘어서서 그저 경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옛날 많은 예술가들을 매료시킨 주 예수 그리스도와 천사를 그린 종교화로부터 수많은 영감을 받은 것 역시 사실이다. 나는 일러스트레이션에 관심이 많아 일러스트 작업을 주로 하는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작업에도 좋은 밑바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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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다양한 체험들은 새로운 문화, 새로운 언어, 새로운 사람들, 책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멋진 장소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들을 직접 몸으로 겪으며 매사 열심히 감탄하고, 놀라워하며 다양한 것들로부터 원동력과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 되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영감을 얻고 여러모로 나 자신을 한 층 더 성장시킬 수 있었다. 끝으로 내가 런던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 두 장을 남기며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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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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