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로 지금, ‘Love Myself’ [기타]

글 입력 2019.04.2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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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서점의 에세이, 심리학 등의 섹션에는 ‘자존감’에 대한 신간들이 매대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남으로부터 상처를 입지 않는 법에 대한 내용이라던지, 나 자신을 위로해주라는 식의 제목과 예쁜 표지를 가진 책들이 그렇다.


책을 둘러보러 서점에 갔다가 이런 책들이 일렬로 들어찬 베스트셀러 섹션을 지나칠 때, 나는 이유 없이 슬픈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야 말로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실이 이름 모를 위안이 되기도 했다. 약 일 년 전쯤부터 나 자신을 찾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한 나였지만 아직 그 끝에 다다르지는 못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약 3개월 여의 시간동안, 개인적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겪었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들은 모두 부정적인 경험에 속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두고 ‘좋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그 경험이 결과적으로 상처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한편, 사건은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운 사람들과 관련한 부정적인 경험이 내 상처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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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기와 원인은 다르다. 돌이켜보면, 내가 겪었던 사건들은 내 상처의 계기가 되었으나 원인이 되지는 못했다. 사건 직후부터,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화살처럼 날아와 꽂혔던 타인의 말들을 되뇌고 곱씹었다. 그럴수록 더욱 화살은 깊이 박혔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난 왜 항상 이렇지?’ 정말 나의 잘못인지부터 판단하기 전에, 어느덧 습관이 되어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었다. 결국 내 상처의 원인은 타인으로부터 날아온 비난이 아니라 그걸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내 자신에게 있었던 것이다.


극복의 기회는 가장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느낄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누군가 말했던가. 그 말은 정확했다. 내가 사랑하고자 했던 세계로부터 궁지에 몰리고 버림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 그래서 내 자신에게 가여움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나는 모든 잘못의 책임이 항상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적어도 내가 남들로부터 잘못 살아왔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은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과거의 실수나 잘못이라고 스스로 규정지었던 순간들을 조금씩 돌이켜 생각할 수 있었다. 약 일 년 전부터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기로 결심했던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 발생한 실수와 잘못들을 여전히 부끄러워한 채 ‘오늘의 나’만을 돌보고, 찾고, 사랑하려 노력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무의미한 일이었다. 따라서 오늘날 내가 나 자신에 대한 사랑에 이르지 못한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과거의 나 또한 현재의 나와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을 취급하듯 과거를 부정하고 부끄러워 한다면 그것이 무슨 헛수고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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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내가 모여 결국 오늘의 나를 이룬다. 오늘의 나는 또 다시 과거의 내가 되어 내일의 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실수도, 잘못도 결국 오늘의 내가 가진 일부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가진 일부의 장점이 아닌, 단점과 모든 과거를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을 비로소 얻었다. 자그마치 스물 하고도 몇 해를 돌아 ‘나’를 찾은 것이다. 길고도 고루했던 시간, 하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나는 이제 자신 있게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노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내 마음의 중심에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있다. 그러자 가시가 되어 마음의 작고 많은 공간에 박혀오던 타인의 말들이 점점 내게 상처를 내지 않기 시작했다. 문득 눈 앞을 오랫동안 가리던 마음의 장막이 걷히며, 한순간 나의 모든 과거들이 한없이 사랑스러워졌다. 여태껏 옳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오던 지난 날의 나는 모조리 틀렸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옳지 않은 적이 없었고, 늘 삶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이제야 나는 그렇게, 멀고 먼 길을 돌아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길에 안착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스스로에게 삶을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과거의 나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삶을 살아간다고 줄곧 생각했었다. 글쎄, 지금도 틀린 답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것이 나의 정답은 아니다. 나는 이제 ‘나’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찾은 삶의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여전히 미래는 새벽녘 밤처럼 깜깜하고, 두렵고, 불안하지만 더 이상 앞선 절망에 나 스스로를 잠식시키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내가 있기에.


나는 이제 나를 벗어나 세상의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에게로 떠났던 이 3개월간의 여행으로 인해 갖게 된 진정한 사랑의 눈으로, 다시 사람과 세계를 바라보고 사랑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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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전의 나처럼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클릭하고, 글을 읽어 내려 왔진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서점 매대 가득히 놓여져 있는 자존감에 대한 책들을 사서 정독하는 일이 아니다. 당신을 위로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그것에 몰입해보는 일도 아니다.


과거의 나로 인해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혹은 타인으로부터 비난받아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을 다시 돌이켜보아야 한다. 그 다음 그 때의 내 모습을 마주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서로를 모르지만, 나는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이 사회적, 도덕적으로 비난을 마땅히 받아야만 할 행동을 하거나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은 충분히 빛나는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당신에게는 스스로를 사랑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순간, 나는 틀림없이 당신의 삶이 밝은 빛으로 반짝거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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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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