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적벽

모녀가 함께한 현대식 판소리 뮤지컬 후기
글 입력 2019.04.0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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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은 독창성과 개성을 중요시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해하는데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창작물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신선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번에 관람한 '적벽'이 그런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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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모녀가 두 번째로 관람한 공연은 판소리 뮤지컬, '적벽'이다. 정동극장에서 한 [창작ing] 공연 시리즈인 '적벽'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적벽가>를 판소리 뮤지컬로 창작한 공연이다.

막이 오르고, '소설 삼국지연의 적벽 대전을 뮤지컬화 했겠지'라 생각하며 보다 보니 우리나라 판소리 적벽가를 많이 알고 가면 공연을 더 즐겼으리라 느껴졌었다. 사실 프리뷰를 작성할 때 필자는 사전조사도 했었지만, '군사설움' 부분이 나왔을 때 '저런 내용이 있었나?'라는 무지에 고개를 갸우뚱거렸었다. 알고보니 우리나라 판소리 중 적벽가는 조선시대 양반층이 더 애호하였으며 도원결의 삼고초려-군사설움-적벽대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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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선했다. 그치?"
"응, 엄마는 특히 장마다 바뀌는 의상이랑 무대 공간이 마음에 들었어."
"아, 나도 나도. 그리고 캐스팅! 자세히 보니 여성분들이 많은 역할을 담당하셨더라!"

판소리가 한 명의 소리꾼과 한 명의 고수로만 이루어진 구조인 것에 비해 적벽은 20명의 소리꾼과 전통악기 그리고 서양악기의 조화가 어우려진 새로운 형식의 판소리 뮤지컬이었다. '판소리가 이렇게 웅장하고 멋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평소에 알고 있던 판소리가 뮤지컬 적벽만큼에서는 색다르게 느껴졌었다. 또한 도입부 도원 결의에서 등장하는 소리꾼은 판소리에 능통하여 전통 계승이라는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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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쪽에서는 공연 내내 라이브로 연주하는 밴드와 무대 중앙에서는 소품으로 부채를 들고 있는 20여명의 배우들. 더불어 그들의 의상과 레게머리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융합시켰기에 극을 극대화시켜주었다. 특히 부채를 펼칠 때 나는 "촥!!"소리는 경쾌함, 통쾌감까지 안겨주어 여운이 맴돌았다.

필자는 부채와 의상 색의 변화로 내용 전개를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층수를 달리하여 무대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며 공간 이동과 장소 변화를 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캐스팅에 관한 것이다. 삼고초려 부분에 나오는 제갈공명과 적벽대전 부분에 나오는 주유가 여성이여서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뿌듯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근데 가영이 너는 이해 잘 했었니? 엄마는 그냥 봐도 헷갈리는게 몇 있던데."
"사실 한자어가 너무 어려워서.. 옆에 있는 영어 보면서 이해했어."

아쉬운 점을 조금 말하자면 이야기 사설 속, 한자어가 많아 사전지식이 없으면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필자는 간신히 영어를 보면서 양 옆 화면에 나오는 자막을 그나마 이해했었다. 이는 한켠으로 우리가 고어나 한자어에 많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동남풍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군무가 웅장함을 표현했었다. 정말 멋있었지만, 실제처럼 나무와 천이 흔들리는 '바람' 효과를 주었더라면 더욱 더 실감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

판소리의 묘미는 해학과 풍자이다. 적벽 후반부에 펼쳐지는 군사점고와 새타령에서 판소리 특유의 골계미를 살린 해학과 기지가 돋보였었고 이는 적벽가의 사전지식이 없던 나에게 판소리 적벽가를 찾아보게 한 대목이었다.

90분간의 공연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안무와 20여명의 배우들의 웅장한 합창, 부채의 화려함과 음향등이 어우러져 순식간에 지나갔다. 배우들의 배역에 맞는 적절한 캐스팅과 판소리와 뮤지컬의 조합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번 적벽은 그런면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과연 어떤 것이 전통을 잘 계승시키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해주는 뜻 깊은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전통계승이란 옛 것 그대로를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현대에 맞게 창작하여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현대 속의 전통'을 다시 생각하며 되돌아보게 해준 동시에 신선함과 웅장함을 선사한 이번 창작공연 '적벽'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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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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