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극 - 언체인, 풀리지 않는 진실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4.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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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속 두 인물은 풀리지 않는 진실을 계속해서 서로에게 묻고(inquire) 누군가는 저 깊숙이 진실을 묻고(bury), 거짓을 행위하고 있다. 관객은 여기서 진실을 풀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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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극



이 연극은 두 배우의 연기로 이루어진다. 단순하게 두 배우가 몇몇 역할을 연기하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러한 점에서는 참 단순하다. 그냥 벽난로가 있는 작업실이라는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복잡하다. 그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 속 숨겨진 진실을 찾고 거짓을 가려내고 관객이 이야기를 다시 짜맞추어야 한다. 그들이 누구를 연기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조차 한 순간 흐름을 놓치면 이해하지 못할 복잡한 극이다.


이러한 점에서 크게 매력이 느껴진다. 연극 속 그들의 행동, 표정, 말투, 옷, 공간, 조명, 음악, 소품, 음향 그리고 관객이 합쳐져야 온전히 완성되는 극이다. 그들이 관객에게 주는 것과 관객이 느끼는 감정, 생각, 관객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딱 맞아 떨어질 때 극이 완성되고 내 것이 될 것 같다.


나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에도 혼란스러움을 느꼈고 극을 보고 난 후에도 이야기 정리가 안 돼서 글로 써가면서 유추해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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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양심, 죄책감, 두려움


이 <언체인>의 창작진 신유청 연출의 인터뷰를 보면 언체인을 구성하는 주요 단어는 거짓, 양심, 죄책감, 두려움이라고 한다. 극을 보면 이 단어들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돈다. 연극 속 가려진 진실을 캐고, 거짓을 분별하고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그들을 보는 것이 굉장히 마음 아프고 무섭고 긴장된다. 평생을 죄책감과 두려움을 떨며 살아온 남자, 싱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는 두려움을 떨며 양심을 속인 것에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낀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극복하려 하지만 결국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남자인 마크가 싱어와 어떻게 관련이 되어 있는지를 찾아보며 연극을 보게 된다. 그 역시 거짓을 말하며, 죄책감과 두려움에 떤다. 그들은 모두 비밀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비밀을 숨기고 상대방의 비밀을 알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관객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둘의 비밀을 다 알아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들을 자세히 알고 싶었고, 이를 위해 정말 집중해서 연극을 보았다.


저번 주에 봤던 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도 연극 속 거짓과 진실을 구분해내야하는 작품이었다. 그들도 두려움으로 인해 기억을 잊으려 하고 거짓을 연기하며 살아갔다. 이 극도 또 다른 측면에서 거짓과 진실이 난무하고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보는 입장인 관객이 노력해야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큰 매력을 느꼈다.



이 연극을 봐야하는 이유



나는 아직까지도 둘의 비밀과 정체를 정확히 구분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심리 싸움을 보고 몰랐던 이야기들을 점점 풀어놓는 싱어와 마크를 만나면서 나도 그들 사이에 포함되어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들을 조합해나가고 정리하는 것이 굉장히 재밌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어가면서 조금씩 해결해나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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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hain : 사슬에서 풀어주다, 해방하다


연극 제목 '언체인'의 뜻이다. 이처럼 풀리지 않는 사슬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슬을 푸는 역할을 배우들도 하지만, 관객들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집중해서 보지 못한다면 그냥 복잡하게 얽혀있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 극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관객들이, 보는 내가 직접 그들을 지켜보며 풀리지 않던 점들을 해소해가며 흥미진진하게 극을 보면, 여기서 오는 쾌감은 대단하고 진정한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사람마다 극을 보며 느끼는 감정과 결말, 극의 의도가 굉장히 많이 다를 것 같다. 살아온 환경, 경험이 다르고, 가치관들이 각자 다르다. 그리고 이 연극에서는 수많은 감정을 건드리는 다양한 장면들이 나오기에 사람마다 기억에 남는 대사, 장면, 감정들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제목도 '언체인'이라고 지은 것 아닐까? 나도 다시 몇 번을 보고난 후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진정한 뜻을 알고 싶다. 그러한 의미에서 아직 나에게 연극 <언체인>은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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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첫 번째 공연이라 프리뷰임에도 불구하고 연기가 정말 대단했다. 무대를 뚫고 나와 전해지는 분위기와 압도감은 말할 수 없다. 완급 조절이 중요하고 되게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이 많이 나오고 감정 잡기가 힘들고, 원체 연극과 역할 자체가 배우가 감당해내기에 정말 힘든 작품인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대단함을 느꼈고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끊임없는 심리 싸움과 배우들의 열연 속에 숨겨진 가치를 찾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이 연극을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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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이 지은 죄를 고백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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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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