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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타이타닉을 처음 봤던 때는 TV OCN 채널에서 특집영화를 해줬을 때 엄마와 함께 봤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만 해도 두 남녀가 뱃머리에서 취했던 포즈의 유명세 때문에 타이타닉을 알고 있던 것이 전부였었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때의 나는 중학생이었는데, 긴 러닝타임 동안 아주 몰입해서 봤던 기억과, 두 남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 먹먹한 가슴을 부둥켜안고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나는 사랑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사랑은 내가 인생에서 제일 소중하다고 여기고 있는 가치이기도 하고, 예측하지 못하던 때 불쑥 찾아오는 반갑지만 가슴아프기도 한 그것. 바로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요즘, 난 수많은 영화 중에서 타이타닉을 제일 먼저, 아니 타이타닉만을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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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운명적 만남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삶에 대한 깨달음과 교훈을 가득 싣고 타이타닉호가 출정한다.


로즈 역을 맡은 케이트 윈슬렛은 내가 평소에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다. 그녀의 또다른 작품들인 이터널 선샤인, 드레스 메이커, 로맨틱 홀리데이 등에서도 케이트 윈슬렛의 멋진 연기를 볼 수 있는데, 그녀의 인생영화는 바로 이 타이타닉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움과 지성미, 신념이 돋보이는 이 배우의 연기는 결코 연기라고 말할 수 없다. 케이트윈슬렛의 연기는 영화를 보는내내 그녀에게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되감기 버튼을 누르며 똑같은 장면을 반복재생한 횟수를 헤아릴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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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로즈와 잭이 만났던 때는 자살시도를 하려던 로즈를 발견하고 잭이 그녀를 구했던 때였다. 물론 정식만남은 이때가 아니라 잭이 로즈를 보고 첫눈에 반해 눈을 떼지못한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미 자신의 인생이 짜여진 것에 대해 회의를 느낀 로즈. 뱃머리에 위태롭게 서있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잭은 얼음낚시 이야기를 하며, 물에 빠지면 살을 찌르는듯한 추위 때문에 정말 고통스러울 거라며 로즈에게 겁을 준다. 이어 로즈가 뛰어내리면 자신도 같이 뛰어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을 포기하려고 가장 최후의 문턱에 서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한 진심. 어쩌면 자신의 사소한 말, 행동 하나가 그순간 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절대적 요소가 됐을 때, 재치와 지혜로 한 사람의 목숨을 구했던 잭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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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운명적 만남이 시작된 후, 그들의 특별한 이야기는 타이타닉호의 항해와 함께 계속 진전한다.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던 로즈에게 약혼자를 사랑하냐고 묻는 잭. 사랑하는지에 대해 묻는 이 간단한 질문은 로즈에게 자신이 직접 마주하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더욱 상기시키며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난 로즈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여긴 자기 구역이라며 당신이 가세요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화가 난 로즈와 그녀를 지켜보며 능청스럽게 대하는 잭의 쾌미는 내 가슴을 또한번 뛰게 만들었다.


로즈를 구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잭은 부유층의 저녁 식사에 초대된다. 거기서 정처 없이 떠도는 인생이 마음에 드나요라고 묻는 로즈 어머니의 가시 박힌 물음에 잭은 이렇게 답한다.



전 필요한 건 전부 가졌어요.

제가 숨 쉴 공기와 그림 그릴 종이도 있죠.

더욱 행복한 것은 하루하루가 예측 불가능이며

누굴 만날지도 모르고 어딜 갈지도 모른다는 거죠.

어떤 일이 일어나든 대처하는 법을 배워요.

순간을 소중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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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렇게 말하는 디카프리오에게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물론 그의 눈부신 외모도 결정적 한몫을 했겠지만, 그보다 더욱 그를 빛나게 만든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인생관이다. 1등석 부유층의 무리 속에서 홀로 3등석이었던 그는, 이러한 계급사회의 어둠에 기죽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관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순간이 가진 가치를 존중할 줄 그의 인생관은,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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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생각해라는 어머니의 충고에 자신의 마음을 접어야 했던 로즈에게 잭이 찾아온다. 처음 그녀를 구할 때 말했듯이, 당신을 따라 뛴다는 말을 기억하죠라고 물으며 당신이 괜찮다는 말을 듣기 전엔 돌아설 수 없다고 잭은 말한다. 사랑 고백이 어떻게 이처럼 낭만적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당시 혼란스러웠던 로즈의 마음은 그의 진심을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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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이 등장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확인하던 그 순간은, 타이타닉호 앞에 펼쳐진 붉은 노을과 함께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을 선물해주었다.


로즈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한 자신의 나체모습을 잭에게 그려달라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이 둘 사이에 오고가는 수많은 감정선은 이 장면을 로맨틱의 대가로 만들었다. 특히 그림을 그리며 얼굴이 빨개지는 잭에게 로즈는 모네 씨는 얼굴이 빨개지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이에 잭이 모네는 풍경 화가였다고 말하며 서로를 놀리는 두 배우의 연기를 보며, 내 입꼬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 싱글벙글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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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에 부딪혀 점점 침몰하고 있는 타이타닉호. 1등석 탑승객과 여성, 아이를 먼저 구명보트에 태우던 때, 로즈는 약혼자가 잭을 위기에 몰아넣은 것을 알게 된 후, 자신의 목숨을 택하기 보다 잭을 구하러 떠난다. 침몰로 아비규환이 된 상황이었던 배에서 사랑하는 사람만을 향해 달려갔던 그녀의 용기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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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혼란의 상황 속에서 악사들은 끝까지 악기를 연주한다. 나머지 승객들처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코앞에 닥친 그순간이 악사들에게 또한 두렵지 않았을리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이 두려움마저도 예술로 극복하려고 했고 삶의 마지막까지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지킨다. 죽음 앞에 서있는 순간에서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놓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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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선이 오길 기다리며 어떤 상황이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기를 약속해달라는 잭. 자신은 살을 찌르는 듯한 얼음물 속에 있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살피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그의 모습.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잭이 로즈를 사랑하는 그 마음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구명선이 왔지만 자신의 연이은 물음에도 답이 없는 잭을 보며,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확인하고 그사람을 보이지도 않는 깊은 바다 속으로 보내야만 했던 로즈. 너무나 가슴아픈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슬픔마저도 짊어지고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살기위해 시신의 목에 있는 호루라기를 불며 구조요청을 보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최고의 반전이었다 말할 수 있다. 모두가 찾고 있던 다이아몬드, 대양의 심장을 할머니가 된 로즈가 들고 있었다. 로즈는 다이아몬드를 잠시 보더니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은채 그것을 깊은 물 속으로 던져버린다. 너무나도 여운이 짙은 장면이었다. 그녀에게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보석이 아니라 자신을 약혼자로서 속박했던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깊은 수심 속으로 잠기는 다이아몬드는 그것만을 쫓아왔던 발굴가들에게 끝내 전달되지 못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이 보지못했던 훨씬 소중한 것을 그들에게 남겨준 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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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러닝타임에도 이 영화를 다시 보기로 결심했던 나에게 너무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은 정말 뜻깊은 일이다. 처음 볼 때와 두번째 볼 때는 물론이고, 그 후 거듭해서 볼 때마다 내게 다가오는 가치들의 의미와 배우들의 연기도 매번 새롭다.


명연기를 보여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윈슬렛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에게 존경과 애정을 표한다. 또한, 천재감독인 제임스카메룬 감독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 스토리와 음악,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등 모든 것이 완벽했던 타이타닉은 나의 인생영화이다. 당분간 영화의 여운과 내가 노래방에서 즐겨부르곤 했던 Celine Dion의 My heart will go on이 내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타이타닉호는 침몰했지만 그 배에 탑승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소중한 이야기는 영원히 내 가슴속에서 끊임없는 항해를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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