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가 지저귀지 않는 봄날 [도서]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글 입력 2019.04.0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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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이 있었다. 그 해 7월 유럽에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과 가공식품이 유통되었고, 같은 해 8월 국내에서도 유독한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서 검출된 사건이었다. 어떻게 하여 계란 안에 살충제 성분이 있게 된 것일까?


좁은 철창 속에서 사육되는 닭들은, 자연 상태의 닭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몸에 붙은 진드기 흙과 모래에 몸을 비벼 털어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때문에 그러한 닭들의 몸에 붙은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가 살포되었고, 그 살충제 성분이 결국 계란에게 전달된 것이다. 이후 실시된 검사에서 국내 52곳의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그중 두 곳의 계란에게서 적은 양이지만 DDT가 검출되어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DDT란 무엇일까? 1940년대부터 살충제로 널리 사용되었던 화합물로, 현재에 와서는 그 유독성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농약으로 사용되는 것이 금지된 상태인 살충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73년 이후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럼에도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검출되고 있는 것은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오랜 기간 잔류하는 특성 탓이다. 1962년. DDT가 아직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시대에, 그 위험성을 널리 알린 책이 바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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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어떤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지, 우리는 제목에서 어렴풋이 눈치 챌 수 있다. 봄이란 자고로 겨우내 잠들어 있던 수많은 생명들이 약동하고, 꽃나무를 비롯한 산과 들이 화사하게 물드는 계절로 그려지곤 한다. 개구리가, 제비가, 매화가 봄을 알린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침묵의 봄은 어떠한가, 봄이 찾아와도 개구리의 울음소리도, 제비의 지저귐도 들리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계절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전,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선지자였던 레이첼 카슨은 책을 통해 그러한 침묵의 도래를 경고하였다. 이 책의 출간은 실제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하여 환경운동을 끌었고, 책에서 끊임없이 경고하던 DDT의 사용 금지를 일궈냈다. 그리고 그로부터 57년이 지난 2019년, 우리는 어떤 계절에 살고 있는가?




2.



경기도의 한 주택도시, 서울 도심지 한복판처럼 고층 빌딩으로 빽빽하게 들어찬 공간도 아닌데 인간 외의 생명을 보게 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봄이 오는 소식을 개구리나 제비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얇아지는 옷차림을 통해 알게된다. 물론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이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재난과도 같은 환경오염도 봄을 알린다. 과거의 사람들은 공기의 좋고 나쁨을 따져 외출을 고민하는 계절이 올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했을까?
 

때마다 우리 가족은 농촌에서 일하시는 조부모님의 농사를 돕기 위해 충청도로 내려간다. 거기는 봄이 왔음을 더 완연하게 느낄 수 있다. 꽁꽁 얼었던 땅이 녹아 할머니의 정원에는 하나둘 꽃이 피고, 아침엔 창문에서 햇살처럼 새들의 노랫소리가 쏟아진다. 그곳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는 밤과 고추,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밭에서 나는 작물들을 기르신다.


할아버지는 산에 올라가 농약을 치시고, 할머니는 고추 모종이 자리 잡을 밭의 구멍에 노란 알약 같은 것을 쏟아 넣으신다. 영양제인가 싶어 물었지만 병들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라니 살균제인 셈이다. 두 분은 농약 없이 농사를 짓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라며 손사래를 치신다. 때문에 우리가 마트에서 발견하는 ‘무농약’, ‘친환경’ 농작물은 더 비싼 값으로 팔린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는 농약에 대해 무지하다. 농약은 어떤 성분이고, 어떻게 사용되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우리는 농약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가?


과일을 먹을 때, 종종 사람들은 농약이 묻어 있을지도 모르니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농약은 묻어 있을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얼마든지 그 안에 들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침투성 농약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지금까지는 농약, 살충제, 살균제라는 것이 작물의 겉면만을 코팅하여 벌레의 접근을 막고, 그것에 닿은 해충을 죽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농약도 존재하지만, 침투성 농약이라는 것은 그 잎이나 뿌리에 직접 침투하여 곰팡이 방제 등의 역할을 많이 한다고 한다.


아마 내가 몰라 물었던 그 노란색 알약이 침투성 농약일 것이다. 물론 모든 것들이 우리가 먹어도 안전하게끔 관리될 것이라 믿는다. 다만 중요한것은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자연에 존재한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식물과 동물을 먹음으로써 우리는 생존한다. 우리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물을 마시며 땅에서 살아간다. 그리하여 이 책의 전개 역시 토양, 물, 식물, 동물, 그리고 마침내 인간으로 이어진다.




3.



이것 또한 우리의 이기심일 것이다. 토양이 오염되어 죽는 식물들, 물이 오염되어 죽는 동물들과 그것들 때문에 또 다시 죽거나 병드는 동식물들을 책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말라 죽은 식물 탓에 볼품없어진 교외의 거리, 실패한 농사와 위기에 처한 양식장들, 그들을 죽이기 위해 살포한 살충제로 인해 죽거나 병드는 인간들. 결국 판단하는 것은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을 죽이는 존재 역시 인간이다.


살충제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개발을 위해 환경을 파괴한다. 그것이 더 큰 이익이 된다고 말하지만, 누구를 위한 이익인가? 가까이는 지금 우리나라 모두가 겪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에서부터, 산과 들과 강, 습지 등 다른 생명의 생태계를 이익을 위해 개발하는 현실들을 우리는 자주 목도한다. 우리는 정말로 우리 모두가 이어져 있음을 완전히 잊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그 파괴의 여파는 우리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다. 인간에 대한 공격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일까? 결국은 자본과 권력이다.


책에서 언급된 ‘불개미 박멸’ 작전을 살펴보자. 눈에 띄게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도 않았던 불개미를 별안간 반드시 박멸해야만 하는 주적으로 삼고는 살충제를 마구 살포해 댔다. 결과는 끔찍하게 더 나빠졌다. 결국 이익을 본 것은 살충제 회사였을 것이다. 아니면 그 자본과 결탁한 또 다른 권력자들이거나. 그리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나는 어쩌면 이것이 인간 중심의, 다른 동, 식물과 인간은 완전히 다르며 인간은 그들을 이익을 위해 이용해도 된다는 오만한 태도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들의 생명과 유전자를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 그리고 그 행동들은 인간에게 아무런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이 얼마나 거만한 태도인가?



“우리는 그 동안 유지해온 철학을 바꿔야 하며 인간이 우월하다고 믿는 태도를 버려야한다. 또 자연이 인간보다 특정 생물체의 수를 조절하는 훨씬 더 경제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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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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