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족에 '정답'은 없다. 다큐멘터리 : 친밀한 가족 [영화]

글 입력 2019.03.2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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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보편적'이란 무엇일까? 특히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말이다. 사실 이 세상은 존재하는 인간의 수와 같은 갯수의 삶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표준화된 형태를 상정하곤 한다. 영화는 '원래 집'이라는 말로 포문을 연다. 친구들이 "원래 집이 어디야?"라는 질문을 할 때마다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 지 몰랐다. 원래 집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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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우리 '가족'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친밀한 가족>의 화자는 곧 감독 자신이다.

'나'는 엄마의 죽음 이후로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다. 장애가 있는 동생은 감당할 환경이 안 돼서 장애 시설에서 산지 오래다. 아버지와 함께 살지는 않아도, '나'와 아버지는 각자의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간다. '나'는 영화를 핑계로 쉽게 물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고, 동시에 속마음을 나래이션을 통해 내비친다. 우리 집의 사정이 넉넉했다면 동생과 함께 살수 있었을지, 엄마는 동생이 장애가 있음을 알고도 낳은 것인지, 이모는 아버지가 바람을 핀 사실을 알고도 원망하지 않는지. 감독은 일상적인 맥락에서는 꺼내기에 다소 무겁고, 깊숙한 주제이지만, 이 가족 안에 속해 있는 사람으로서 알고 싶은 이야기들을 '카메라'를 매개해 풀어나간다.

수많은 사정과 상황들이 얽혀 '나'의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산다. 물리적으로는 멀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 있기에 느껴지는 연결성이 있다. 남들 눈에는 조금 특이해보이는 가족일지라도, 우리는 '친밀한' 가족이다. 어느 가족이나 나름의 사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친밀한 가족>이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로 이루어져 한 집에 사는 가정이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보편성'의 범주 안에 포함되지 못하는 수많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가족들이 존재한다. '나'의 가족들이 영화를 통해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눈길이 갔다.

감독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일종의 성장 영화라고 생각했다. 다들 한 번쯤은 살면서 궁금하지만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알고는 싶은데, 알기는 두려워서 가슴에 가지고 사는 의문들 말이다. 영화의 화자는 이 '이야기'와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채, 이곳 저곳으로 향한다. 오랫동안 못 본 동생을 마주하러, 아버지에게 엄마와 동생에 대해 물어보러, 이모에게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러. 그리고 이 각각의 사연에 대해 들으며 '나'는 그 자신의 관점으로 가족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천천히 성장한다.

사실상 전체 영화를 지탱하는 이야기의 출발점은 엄마의 '부재'다. 그리고 '나'는 희미하게 남아 있는 자신의 기억, 아버지 그리고 이모의 입을 통한 '엄마'를 만난다. 사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모두 각자의 시선에 입각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가족의 이야기, 특히 엄마에 대한 서사를 이모의 입을 통해 보다 자세하고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알려주며 구축해 나가지만, 이모 뿐 아니라 아버지가 말하는 엄마의 모습도 함께 담아낸다. 이를 통해 보다 다각적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모든 크고 작은 스토리들은 담담하고 어찌 보면 살짝은 무심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바로 이 지점이 <친밀한 가족>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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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


<친밀한 가족>은 필름과 일반 화면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아날로그적인 감성,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필름 촬영은 '부재', '가족', '과거'를 주된 소재로 하는 영화의 주제를 더욱 부각시킨다. 여기에 입혀진 나래이션은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특히 이 필름 촬영이 두드러지는 장면은 바로 첫 시퀀스다. 첫 시퀀스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자취방의 창문과 창문틀에 놓인 운동화를 아무런 움직임 없이 담아내고, 영화의 큰 줄기라고도 할 수 있는 '다름' '슬픔' 등과 같은 단어들을 나열한 나래이션을 얹으며 친절한 설명은 아니지만 영화의 서사를 제시한다.

내가 영화를 보며 깊은 인상을 받은 장면 중 하나는 '원래 집'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친구들이 "원래 집이 어디야?"라는 질문을 할 때마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원래 집'이 의미하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사는 집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자취를 하면서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취를 한다고 말하면 항상 돌아오는 질문이 "원래 집이 어디야?"였던 것 같다. 물론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물어봤던 질문이기도 했다.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혼자 살고 있는 이 곳이, '원래 집'일 수도 있다고.

우리 모두는 태어나면 바로 '어떤 환경'에 놓인다. 다양한 형태와 맥락의 '가족'이라는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인생의 역사가 쌓이고, 앞으로 살아갈 '내'가 형성된다. <친밀한 가족>을 보며 내가 우리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인생을 카메라를 통해 담아내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봤다. 솔직히, 잘 떠오르지는 않았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무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지금까지 축적해 온 것이 있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필연적으로 가족이 있다.

   
[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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