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뮤지컬,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 낳은 한국형 디스토피아의 탄생
글 입력 2019.03.12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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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밀양림은 과일조차 썩지 않는 최첨단 자연환경을 가진 세계로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사람이 운영하지 않는 곳이다. 자욱한 잿빛 속에서도 진짜 살아 있는 ‘생명’이 있는 바깥세상에서 밀양림으로 돌아온 유울모는 바깥세상을 계속 회상한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미아보라. 미아보라는 유전자 테러로 인해 식물로 변해가고 그녀에게 '바깥세상'을 느낀 유울모는 사라진 그녀를 쫓는다. 그 과정에서 유울모는 밀양림을 파괴하려는 자들을 알게 되고 그런 그들을 파괴하려는 공안부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밀양림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어디서 살아갈 것인가? 밀양림은 정말 파괴될 것인가?



연극 연출가 겸 SF 작가로 활동하는 김진우의 SF 장편소설 <밀양림> (2013년 ‘소셜 포비아’란 제목으로 재간행)을 각색하여 만든 <나는 그녀를 왜 사랑하게 되었나>는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SF 뮤지컬로 오는 3월 16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한다.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과학문화 상품화 및 콘텐츠 산업의 지속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추진한 ‘과학스토리 기반 과학융합 콘텐츠 창작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우리는, 위대한 신발명들이 예술 형식의 기술 전체를 변화시키고 또 이를 통해 예술적 발상에도 영향을 끼치며 나아가서는 예술 개념 자체까지도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 폴 발레리(Paul Valery), 『예술론집』 중 「편재성의 정복」에서



이미 20세기 초반 폴 발레리가 예언했듯이, 예술영역에서 기술의 차용은 필연적인 방향이며 점점 더 그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 영화와 텔레비전 쇼의 탄생 이후 아직 미디어 아트 수준에만 머물러 있고, 한국의 경우 그 결과가 더욱 미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가 기술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 모두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꾀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괄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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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망상지구전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의 무대 연출은 2016년 ‘망상지구전’의 프로젝트 디렉터로 주목받은 설치미술가이자 청룡영화제 미술상 수상자인 이형주가 맡아 다양한 미디어 아트 기법으로 무대를 꾸민다. 앞서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자살하기 딱 좋은 날입니다!'에서도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 미디어나 스크린을 전통적인 매체의 예술과 결합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 불편함의 상당 부분은 최초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컨버전스 아트로 구현한 '헬로 미켈란젤로 展'을 보고 느낀 실망감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미리 살펴본 망상지구전의 작품들은 전시를 직접 관람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연극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그렇다면 이런 망상지구전의 작품들이 뮤지컬에 녹아들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마 연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015년 토니 어워드(Tony Award)를 휩쓴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하 한밤개)'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한밤개는 자폐아가 바라보는 세상을 인터렉티브 미디어를 활용한 독특하고 창의적인 무대 연출로 표현해 관객과 평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보기 드문 연극이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렇게 창의적이고 독특한 무대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하게 있었는데 망상지구전의 작품을 본 순간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더군다나 이미 '티바슈 가문의 자살가게'에서 스크린과 춤이 갖는 연출의 힘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환상적인 미디어 예술과 현대무용이 뮤지컬과 만나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무척 두근거렸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출처: 국립극장 유튜브 채널



그러나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비단 연출의 영역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 문학에서 SF(Science Fiction)는 굴곡진 역사 탓에 현실 도피로 인식되어 기피되거나 판타지와의 불분명한 경계 속에서 그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영미문학의 경우 고전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부터 영어덜트 대중 소설까지 장르의 경계가 넓고 작품 창작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전 지구적인 멸망 이후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나,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면이 극단적으로 두드러진 미래를 그리는 디스토피아 장르는 더욱 인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소설을 포함한 거의 모든 매체에서 디스토피아 장르를 찾아보기 힘들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뮤지컬은 전무한 실정이다.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전 지구적인 재앙 이후의 세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인공지능이 통제하는 사회상이 배경이 되기 때문에 디스토피아 장르에 속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SF 불모지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 낳은 한국형 디스토피아의 탄생이다. 신체 테라포밍, 원격 섹스 그리고 홀로그램 인간 등 듣기만 해도 호기심이 생기는 신선하고 독특한 세계관은 관객들의 과학적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그러나 SF가 단순히 미래를 상상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인공지능이 통제하는 세상이라는 주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INFORMATION

공연명: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일시: 2019년 03월 19일(토) ~ 2019년 03월 31일(일)

화~금 20:00 / 토,일 16:00
(총 14회)

러닝타임 90분
(인터미션 없음)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티켓: R석 60,000원 / S석 40,000원

제작: 극단 듀공아

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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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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