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 (2) [여행]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여행
글 입력 2019.03.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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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여행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 그 여정의 도전 : 생존하기



방황과 고민을 모두 잠식시킬 만한 자신감이 든 2018년의 끝자락에, 한국을 떠나 살아보기로 한 곳은 베트남의 호치민이었다. 계절을 거슬러 온 만큼 짐도 가벼우니 좋았고, 유독 겨울을 앓는 내가 에너지를 얻기에 겐 더할 나위 없이 딱이었다.

경제와 문화를 비롯한 사회 전반적으로 용광로와 같이 잠재력이 들끓고 있는 호치민에서의 한 달을 살아내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으랴. 하는 무언의 자신감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길을 건너는 것부터 나의 영어도 통하지 않는 편의점에서 생수 하나 사는 것까지. 무엇하나 쉬운 것은 없었다. 안전하게 길을 걷고, 어플로 택시를 잡고, 음식을 주문하고, 물건을 사고 흥정하는 것부터 해내야 했다.

여행이 아닌 리얼 생존,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직접 부딪혀보고 '살아보는' 경험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낀 순간순간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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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도심지 속
흔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


생경한 풍경 속에서 낯선 사람을 마주하고, 낯선 소리로 가득한 하루를 살아내는 건 내가 몰랐던 또 하나의 세계가 확장되어가는 동시에,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 중 하나는 호치민 살이 일주일 차에 심하게 체해서 걸렸을 때다. 소화 능력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고 자부해 왔던 내가 현지 음식을 잘못 먹고 아무것도 못 할 때. 결국 변기 앞에 무릎을 꿇고 너무나도 굴욕적으로 인간의 가장 나약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건강', 특히 '소화하기'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나는 한동안 현지 음식을 가려 먹고, 몸을 사리며 난생처음 '무리하지 말자'라는 내용의 새해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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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로
호치민의 상징이 된 중앙우체국


2018년 마지막 주말에는 호치민 시티투어를 하게 되었다. 시티투어 중 특별히 인상 깊었던 건 호치민 중앙 우체국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베트남, 그리고 호치민에 대한 풍경이 와장창하고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호치민 중앙 우체국은 프랑스 식민 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베트남에서 가장 큰 우체국이다. 100년이 지나도 영롱한 노란 빛깔이 바래지 않은 만큼, 실내에서는 우편 업무를 볼 수도 있다. 베트남의 우표들과 엽서들이 가득해 여행지에서 띄우는 편지의 맛을 아는 사람들은 편지를 쓰기도 했다.

흥 많고, 정 많은 건 어디를 가나 똑같을까 싶을 정도로 연말의 베트남 역시 떠들썩했다. 베트남에서 보내는 연말은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제대로 앓고 쉬면서 회복하니 보이는 것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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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멈추게 한 알록달록한 색감의 어느 골목


분명 이전까지 안 보이던 호치민의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주일간 지내면서 호치민의 매력은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 지었는데, 회복하는 동안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거닐다 보니 알록달록한 색채의 호치민을 만날 수 있었다.

앓았기 때문에 여유를 갖게 된 건 아닐 것이다. 일주일이 지난 이후부터는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익숙해진 만큼 새로운 길을 찾으려 했으니까. 평범한 3박 4일 등의 여행 일정이었으면 이 골목길로 오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이제 막 여러 나라와 교류를 통해 변화무쌍한 베트남, 그중에서도 상업 도시로써 다채롭고도 생동적인 모습을 지닌 호치민의 색감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 색감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사진으로 영상으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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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의 색감 중에서도 초록빛을
한가득 담아낼 후지 필름카메라


내가 보고 느낀 호치민의 매력을 또 다르게 기억하고 싶어서 필름 카메라를 꺼냈다. 10월 초에 선물 받았던 필름 카메라를 호치민에서 개시할 줄이야.

폰 카메라로 찍을 땐 비율이나 조명도 다르게 설정하고, 이렇게 저렇게 여러 번 찍기 마련인데, 필름 카메라는 남은 필름의 숫자가 하나하나 카운트되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최대한 완벽에 가까운 순간이라고 느낄 때, 있는 힘껏 심혈을 기울여 셔터를 눌렀다. 한 달살이가 끝나고, 필름을 인화할 때 뿌듯함을 느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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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으로 물들어 선물과도 같았던
2018년의 마지막 해


이어서 계속······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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