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중인격'과 '초인', 그 사이 [영화]

<23 아이덴티티>를 보고
글 입력 2019.01.28 12: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는 우리가 특별하대요.
실패작이 아니라,
가능성이 무한한 존재래요.

- 23 아이덴티티 中 -


사람은 변할까? 어떠한 시각과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대답이 나올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는 매 순간 다양한 표정과 감정, 기분을 사유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는 기뻐하면서도,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으면 슬퍼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그에 대응하기 위해 반응을 바꾸는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23 아이덴티티(원제 ; Split)』는 그러한 자기 대응을 23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인물 '케빈 웬델 크럼'을 통해 표현했다. 어머니의 학대 트라우마로 인한 자기 보호 본능 때문에 케빈에게 생긴 22개의 인격은 우리가 흔히 아는 '다중인격'의 맥락을 공유하면서도, 조금은 상이한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케빈의 인격 속에서 '불빛'을 잡을 때 신체를 사용할 수 있으며, 그들만의 사회 속에서 케빈을 보호한다.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케빈이 더욱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한다.


[크기변환]h4w2Tu4ny5oO636208657264871407.jpg
 

다양한 케빈의 인격 중에서 '헤드윅, 데니스, 페트리샤'는  패거리'라고 불리며, 인간사회의 적응하기에는 불온한 자로 분류되어 왔다. 그러나 그들은 기회를 틈타 '불빛'을 주도하며 케빈의 몸을 장악하고, 여타의 인격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닌 24번째 인격 '비스트'를 각성하기 위한 의식을 감행한다. 데니스에게 수치심을 주었던 클레어, 마르샤를 포함해 우연히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케이시를 자신의 아지트로 납치하는 전체적인 스토리는 이러한 맥락을 반영한다.

물론 패거리 인격들의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들이 다른 인격들의 동의를 토대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담당의 플레처 박사에게 밤마다 다른 인격들이 SOS 메일을 보낸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그러면서도 패거리 인격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케빈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마다치 않는다.


[크기변환]K-057.png
 

그들은 인간은 상처와 고통을 통해 성장하고, 현실에 적응해 살아가는 삶은 수동적으로 보며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간상을 추구한다. 수단과 방법에서 문제의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자아분열'이라는 존재를 넘어 강력한 인격으로 한 걸음 발돋움하려는 그들의 생각은 꽤 신선하다.

특히, 한 사람의 토대로 존재하는 다중인격을 일반인들은 단순히 '장애'로 판단해버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24번째 인격으로 각성한 비스트가 포효하는 대사는 흥미롭게 느껴진다.


오직 고통을 통해서 위대함은 성취된다.

- 23 아이덴티티 中 -


어떠한 자극과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인간이 나태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건 자명하다. 24번째 인격인 비스트의 각성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았을 때는 새로운 악당의 등장일 수는 있지만, 케빈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내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한 초월적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때, 그러한 비스트의 모습은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을 넘어 트라우마에 대한 분노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인다.



[크기변환]K-056.png

 


실제로 아무런 트라우마가 없는 여학생과 교수를 잔혹하게 살인하면서도, 학대의 흔적으로 온몸이 얼룩진 케이시를 비스트는 놓아준다. 오히려 그녀를 ’순수한 영혼‘이라 말하며 그녀에게 고통과 갈등을 통해 인류는 진화할 수 있다는 자신의 철학을 읊는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성폭행과 학대를 당하면서까지 삼촌이라는 벽을 넘을 수 없었던 케이지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비스트와 대비된다. 우리가 ’아이덴티티 23‘을 단순한 히어로물 스릴러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니체는 “어떤 이는 죽은 후에야 비로소 태어난다.”라고 한 적이 있다. 영화의 원제가 사실 『Split』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케빈의 다중인격을 중심으로 사고할 수 있는 영화의 폭은, 학대를 받은 상황에 대해 달리 대응하는 케이시와 케빈으로 범주가 확장된다. 마지막 인격체가 어쩌면 '비스트'라는 사실은 단어 그대로(Beast) 그러한 다각도적인 기존의 굴레를 파괴하고 자신만의 기준을 찾아낸 존재로 거듭났기 때문은 아닐까.마치 자신의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아브락사스처럼 말이다.




영화 예고편







원종환.jpg


[원종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