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말랑말랑한 디자인, CA#242 디자인 매거진

CA#242 디자인 매거진
글 입력 2019.01.2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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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워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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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털어놓자면 나는 책 읽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국어에 흥미가 없기도 했고, 빼곡한 줄글보다는 큰 화면에서 뭐가 막 움직이는 컴퓨터가 좋았으니까. 그래서 아마 몇 달 전에도 CA 디자인 매거진 문화 초대가 있었지만, 단순하게 책이 싫어서 신청을 안 했던 기억이 난다. (반성하자)


근데 이번에도 또 한 번 문화 초대가 날아왔다. ‘아 진짜 이래도 안 볼 거야?’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의류학을 공부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언니에게도 소개해줄 겸, 나도 말로만 디자인, 디자인하지 말고 좀 알아보자는 생각에 신청했다.




#2 디자인이라는 학문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순수예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디자인, 상업 예술에는 관심이 많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순수예술을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순수회화·그림·작품과 더불어 작가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게 되는데 나는 전업작가야말로 진정한 예술 학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전공하고 있는 동양화과의 교수님들은 특히나 전통, 회화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으셔서, 취업을 하기보다는 ‘돈이 없어도 계속 그림을 그린다.‘라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형성된다. (물론 졸업전시를 할 때 즈음이면 학생들은 그런 생각이 많이들 없어지는 것 같다)


그 때문에, 혼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갤러리나 아트페어에 출품하고, 운이 좋으면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을 만나 금전적인 수입을 챙기는 것이 미술학도가 걷는 루트라고 생각해왔다. 조금 더 나아가면 큐레이터 정도.


그런데 고학년이 돼가면서, 미대를 나와서 모든 사람이 작가 혹은 큐레이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평생 그림만 그려도 행복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 느껴졌다.)


순수예술이 스타트를 끊을 수는 있어도,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훌륭하고 멋있는 그림이 있어도,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전시를 구성하는 데에는 엄청난 심미적 요소가 필요하고, 브로슈어를 만드는데도 가독성 있으면서 감각적인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 아트샵 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미술에 있어서 디자인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디자인이라는 것이 철학, 예술, 사람 등이 집대성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디자인은 상업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3 지금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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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예연, 지금은 VUCA 시대다.



경영학과 수업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은 VUCA(Volatility 변동적이고, Complexity 복잡하며, Uncertainty 불확실하고, Ambiguity 모호한 사회환경) 시대이며, 그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여야 뒤처지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기업이 이익을 내는 데에만 있어 국한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리고, 꼭 저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VUCA의 특성에 어울리는 것은 디자인이었다. 유행을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개선해야 할 점을 새로운 디자인에 대입해 또 다른 유행을 이끌어내야 한다. 브랜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복고가 되기도 하고, 촌스러움의 극치가 될 수도 있다.


생각보다 디자인은 예술적 감각 이외에도 정말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우선 트렌드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나 무작정 유행을 따르지 않는 자신만의 철학, 배짱도 있어야 하고, 그에 맞는 실력도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따라가는 기업의 움직임과 거의 맞먹는다.


디자이너들이 왜 유독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4 출신 대학을 밝히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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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면 글씨 색깔이 특이하다.



순수예술 분야에서는 작가의 스펙을 쉽게 알 수 있다. 네오룩이나 아트허브와 같은 아트플랫폼에만 들어가도, 아카이브란에 빼곡히 나열되어있는 작가들을 하나하나 눌러보면 스크롤 마지막엔 항상 OO 대학교 OO 학과 졸업이 빠지지 않는다. 한술 더 떠서 현재는 어디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지, 또는 어디서 강의를 하고 있는지 등도 나온다.


즉, 안물안궁이어도(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 알게 된다. 출신 대학을 알게 되기 때문에,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대학의 작가는 그림도 좀 더 호감이 가는 경우도 있다. 잘 모르는 대학 출신의 작가이면 나도 모르게 대충 보게 되기도 한다. (나쁜 버릇이다.)


그런데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좀 다른 것 같다. 뭐 이쪽 분야는 익히 프로젝트 중심의 개인 포트폴리오로 승부를 본다고는 들었지만, 좀 놀라웠다. 매거진에 나온 사람들 중 ‘반짝이는 샛별들’ 파트를 제외하고는 작가의 출신 대학을 한눈에 알아보도록 기재한 경우가 거의 없었고, OO 대표, OO 디자이너라는 직책만이 붙을 뿐이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덕분에 마음에 드는 작업물을 발견하면 작가를 검색하기 보다는 찬찬히 웹사이트를 방문해보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등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며 잡지를 읽었다. 그래서인지 다 읽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5 말랑말랑한 책



이 책은 정말 말랑말랑하다. 디자인이 언제든지 형태를 바꾸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멋대로 구부러질 수 있는 액체 괴물 같은 존재임을 말해준다. 미술비평같이 수식어가 남발하는 문장도 없다. 정말 술술 읽힌다.


이 시대의 디자인 트렌드를 확인해보고 싶다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 책을 출간하면서도 미세한 트렌드는 바뀌었을 것이며, 읽는 순간에도 디자인은 형태를 바꾸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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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맨 처음에서도 말했듯이 언니에게도 이 책을 소개해주었다. 책을 제공해줌에 고마움의 표시로 언니가 짧은 리뷰를 남겨주었다. 나와 의견이 비슷한 것 같다.


1. 작가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기재해 놓은 점이 좋았다. 작업과 관련해 가장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었고, 마냥 결과물로서 받아들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바로바로 검색하고 연관 검색어로 확장시킬 수 있어 서핑하는 재미가 있었다.


2.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에디터 선에서 가능한 디자인적, 전문적인 분석이 이루어져 있어 정보를 얻음과 동시에 비전공자도 디자인적 안목 또한 높일 수 있었다.


3. 잡지 내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인터뷰 수준이 꽤 괜찮아 보여서 참여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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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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