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안녕 키스 해링!

"예술은 삶, 삶은 곧 예술이다."
글 입력 2019.01.0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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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tility.JPG

(무제, 1983, 종이에 실크스크린)
 



#1 익숙한 그림체, 눈이 즐거운 전시



글쎄, 이 그림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만화 같기도 하고 하나의 아이콘 같은 느낌도 드는 이 그림은 작가 '키스 해링'의 작품이다. 망설임 없이 슥슥 자유롭게 그려나간 듯한 두꺼운 선, 선명한 색채. 졸라맨 같은 사람 형상에, '두둠칫' 하는 것 같은 역동적인 모습. 정말이지 그림이라곤 내 과제 전시회 밖에 보러 오지 않는 공대 친구도 어디서 본 적이 있다는 이 그림!


그렇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3년간 순수예술을 전공하면서 밀도 높고, 빽빽하고 뭔가 멋있어 보이는, 심오한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에 적응하다 보니, 단순하고 대중적인 작품은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머리를 식혀줄 그림을 찾곤 한다. 리히텐슈타인이나, 워홀의 그림처럼, 그림을 해석하는 데 있어 두뇌 풀가동! 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림들. (물론 이 작가들의 미술사조는 훌륭하다.) 팝아트라고 하지만, 좀 더 다르게 말해보자. 일명 '눈이 즐거운 전시' 가 되겠다.



Untitled.jpg
(쳉퀑치(1950-1990), 무제, 1987, 디지털 C-프린트)
내가 이상한 걸 수도 있는데
왠지 모르게 이 사진은 조금 무섭다ㅎㅎ;;



#2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



키스 해링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뱅크시(얼굴 없는 거리예술가다. 정확히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영화감독이다.)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이들이 예술을 즐기도록, 그리고 흔히 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몸짓을 이어나가는. 예술가.


자신이 소위 '지하철 만화, 낙서'라고 불릴 것을 각오하면서,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예술을 지양한다. 어린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독자적인 그림 스타일로, 포스터, 음악 앨범의 커버 등을 디자인하면서 대중들로 하여금 더욱 쉽게 자신의 예술을 접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해링의 바람대로 '대중을 위한 예술',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이라는 이상은 점차 실현되는 중인 것 같다.



IMG_7457.JPG

전시장 전경 중 일부

휘어진 복도가 인상적인 DDP




#3 공대생 친구를 한 명 데리고 가볼까 한다.



해링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언젠가는 거리의 아이들도 예술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들이 미술관에 갔을 때 어색하지 않고 친숙한 느낌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출처: 키스 해링, 존 그루언이 쓴 공인된 전기) 나는 이 글을 읽고 해링의 바람을 좀 더 빠르게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생각 끝에 나는 앞서 말했던 미술에 있어 절대 무지! 한 공대생 친구를 한 명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잠깐 소개를 하자면 이 친구는 살면서 미술관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친구(...)이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줘도 자긴 '그림 보는 눈'이 없다며 항상 평을 거절했던. 그런 친구다.


이런 친구를 키스 해링 전시에 데리고 가면 분명 해링도 분명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에디터에 지원하게 된 이유도 문화예술 전공자의 시각에서 비전공자에게 더 멋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촉진제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에디터 활동의 목표 중 하나인 '문화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문화 선물해 주기!'를 어머니에 이어 공대생 친구에게까지 실행해보려 한다. 리뷰에서는 공대생 친구가 전시에 대해 느낀 점도 추가될 예정이다.



3.JPG

전시장 전경 사진 중 일부




#4 예술적인 삶



순수회화를 전공한 나로서는 자의든 타의든 '예술'이란 단어를 내 삶에서 빼놓을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미술을 항상 접해왔고, 그것이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내가 보아왔던 미술가들은 항상 작품뿐만 아니라, 일생도 예술적이었다. 자신의 가치관, 이상을 펼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헤쳐나가는 그런 전형적인 예술가들.


해링에게 장애물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 속의 에이즈였을 것이고, 펼치고자 하는 이상은 모두를 위한 예술이었을 것이다. 나도 해링처럼 내 꿈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들을 헤쳐나가고 삶의 한계가 느껴지는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할 수 있을까.



"예술은 삶, 삶은 곧 예술이다."

"Art is Life, Life is Art"



나도 이렇게 외치기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Crack Down!.jpg

(단속하라!, 1986, 두꺼운 종이에 검은색, 밝은 파란색, 주황색, 노란색 오프셋 석판 인쇄)




##



키스 해링 전은 11월 24일부터 2019년 3월 17일까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배움터 지하 2층 디자인 전시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키스 해링의 초기 작품부터 에이즈 진단을 받고 타계하기 전까지 작업했던 175개에 이르는 작품들을 8개의 섹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


여담으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DDP는 전시를 준비하는 데 있어 참 예술성 있으면서도 그것을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잘 포장하는 것 같다. 아시아프, 간송미술관과의 협업, 그리고 키스 해링 전까지. 진정성 있게 그리고 대중성 있게 문화를 추구해 나가는 것 같다.



키스해링 포스터_빛나는아기.jpg
 


전예연.jpg


[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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