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CU의 간판이 바뀌는 이유, 리브랜딩의 예술 [도서]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드가 변화하는 과정 속 고뇌를 담다
글 입력 2018.11.28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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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나의 디자인에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신청한 브랜드, 리브랜딩의 예술> 리뉴얼했다는 잡지에 설명에 맞게 광고가 아예 없는 잡지라 무척 신선했다. 이전까지 보던 건축 관련 잡지나, 다른 책에 대한 잡지 등도 광고를 너무 많이 봐서 '도대체 언제쯤이면 본편이 시작되는 건가 페이지를 넘기며 아까워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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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에 꾹꾹 눌러 담은 디자인

도쿄 도립 미술관에서 열린 <벤또전> 전시회에 대한 소개다. 도시락을 의미하는 일본어 <벤또>인데, 디자인과 도시락이라니 언뜻 보면 정말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싱크패드'라는 일본 노트북은 리처드 사퍼가 일본 도시락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으며, 플로리스트 제인 패커는 도시락에 선인장을 꽂아 '벤또 박스'라는 꽃꽂이를 개발해냈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일본 문화는 좁은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섬나라 특성이라고 한다. 축소 지향의 본능적인 욕구와 시각적인 귀여움, 순수한 감성을 동시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시 체험 코너에서는 주제와 도시락을 받을 대상을 배정받는 게 있다. 저자는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자연'을 주제로 하는 도시락을 디자인하라는 미션을 받았다고 했다.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떤 조리법을 거쳐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가 고민하는 일은 하나의 디자인 작품을 구상하는 일과 닮아있다.

이 글을 보고, 나의 대학 저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우리 소모임에서는 벚꽃이 필 때쯤 도시락을 싸서 소풍을 떠났다. 강요는 아니어서 오는 길에 김밥을 사 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엄마가 도시락을 싸다 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직접 도시락을 싸서 컨테스트를 벌였다. 1등 하는 사람들은 요리를 더 열심히 하라고 향신료를 선물로 받았다.

그때의 나는 음식에 돈 들어가는 것을 제일 싫어해서 고시원에 있던 밥과 버섯, 양파, 마늘로 도시락을 싸서 갔었는데 후배들이 참기름 밥이라고 놀렸던 기억이 있다. 만약 지금 그 동기들과 후배들과 선배들, 그 소중했던 사람들과 소풍을 간다면 나는 누구보다 맛있는 도시락을 쌀 수 있을 텐데. 이제는 다시 그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 그 시절이 너무 그립고, 아쉽다. 만약에 다시 돌아간다면, <벤또전>의 체험 부스에서처럼, 누가 더 도시락을 맛있게 싸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어떤 컨셉에 맞는 도시락 싸오기와 같은 특이한 도시락 콘테스트를 할 수도 있을 텐데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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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의 리브랜딩에 관한 소식도 있다. 원래 '쉼표'를 의미하는 CU의 로고가 말풍선과 헷갈려서 다시 디자인했다고. 붉은 이미지를 없애고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끝이 둥근 조형적인 서체 등 조형성을 반영한 디자인이었다.


'사람들이 로고에만 집중하는 걸 이해할 수 있어요. 다른 요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인지도 향상을 증명할 거에요.'



나는 로고에서 색깔의 조합을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이디야의 파란 간판, 탐앤탐스의 검은색, 빽다방의 노란색과 파란색의 장난스러운 조합, 스타벅스의 정통적인 초록색, 커피나무의 초코케이크를 연상시키는 갈색의 다정한 간판 색깔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 카페에 들렀던 기억과 거기서 먹었던 디저트들과 함께 색깔이 머릿속에 남아있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환영받을 방법으로 현대화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때까지 과거의 기록을 깊이 파보며 잊힌 시간을 이해하고 환생시키는 것이다.감성을 바탕으로 부활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좋은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던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고객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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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가 국제규격에 맞는 새로운 글자체를 업데이트했다는 것,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전시회 소식 등 이외에도 비건 빵집 "빵어니스타", "펠트 커피", "다과 상사" 등 요즘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 대한 소식도 담고 있었다.

브랜딩이라는 것은, 본질을 포함하는 변화다. 과거의 기업의 아이덴티티는 눈에 띄기 위한 것이었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란 브랜드가 상징하는 것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새로운 변화에는 브랜드에 '사람'이 들어간다. 사람을 감동을 줄 수 있는 브랜드와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많은 빵집 중에서 '빵어니스타'가 성공해서 3호점까지 낼 수 있었던 요인은 건강이라는 추세다. NO 밀가루, NO 트랜스지방, NO 유제품, NO 달걀, NO 설탕을 표어로 내어, 디저트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하다는 인식을 준다. 빵순이인 나도 당연히 빵어니스타의 스콘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름 대신에 코코넛 오일이라는 몸에 좋다고 알려진 지방을 사용하여, 밀가루와 설탕으로 맛을 낸 스콘보다는 촉촉하지는 못했지만 바스러지는 식감을 거의 따라잡아서 대체식품으로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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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 변화

이미 커피전문점이 과포화되어있는 중에 '넌 지금 커피가 땡긴다 캐치프레이즈의 원조인 '하바나 익스프레스' 인지도는 4,049위에서 4,028계단을 거쳐 2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컵 중앙에 로고를 박는 판에 박힌 브랜딩 대신에, 새로운 패키지를 내세웠다.

리브랜딩의 핵심은 과거의 영광과 이별하는 것이라 말하고, 그러나 또 최신의 경향을 담는 것이 늘 새로운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디자이너들은 거대하고 분명하며 근본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 전체적인 것을 생각하면서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지, 단지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는 것이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중요한 것, 브랜드의 본질은 가져가면서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서 5가지의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1. 모양보다 기능이 우선
- 브랜드의 가치와 명성을 훼손시키지 않고 특정한 기능적 문제를 해결할 것.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
2. 디지털 친화적인 브랜드 만들기
- 무언가를 변경하고자 한다면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3. 변경된 요소를 눈에 띄게 한다
4. 강점을 파악한다.
5. 쓸데없이 힘쓰지 말 것.
- 조금 개선하기만 한다면 고객의 과거 아이덴티티는 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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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C '전채리'의 브랜딩 작업 과정에 대한 인터뷰도 흥미로웠다. 생리대나 와이어 속옷 등의 여성 일상용품 비브비브라는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하고,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건설, 전자 등 다양한 업계와 협업해 타성에 빠지지 않고 일을 진행한다고 했다. 작업할 때 '브랜드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브랜드가 나아감에 따라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등을 분석한다.

Q. 큰 기업들의 경우 내부에 디자이너가 있을 텐데 외부 스튜디오에 맡기는 이유가 궁금해요.
이 질문에, '우리의 브랜드를 외부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검증하기 위함'이 아닐까 추측한다. 설계사무소에서도 마찬가지로, 렌더링이나 포토샵 작업은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모든 일을 내부에서 처리하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더욱 잘 담아내지 않을까 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외의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의 큰 그림을 설계하는 일은 당연히 기업 내부의 역할이겠지만, 그 핵심을 실행에 옮기며 실체화시키는 일은 브랜딩이라는 분야에 오래 종사해 온 전문 디자이너가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지요.' 그러나 그 뒤에 따라온 말을 읽어보면 효율성이라는 장점과 별로 다를 바는 없는 듯하다.

중간중간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는 "우리가 왜 이것을 하고 있지?", "우리가 처음에 설정했던 브랜드의 본질은 무엇이지?"라고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현재에만 집중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것들을 초심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찾아내는 경우가 있다고.

또, 브랜드의 맥락을 놓치지 않되 새로운 시도를 녹여낸다고 했다. 그런 아이디어들은 통과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클라이언트에게 자신들의 시도를 호소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그것은 디자이너로서의 욕심이다. 끝까지 살아남는 디자인은 팔린 디자인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새로운 생각을 최대한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제안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했다.

나도 어렸을 때는 건축가가 된다면 내가 원하는 집을 지어서 살고, 엄마에게, 아빠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엄청나게 큰 집을 지어서 살게 해줘야지 하는 어린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서, 건축에는 상당히 큰 비용이 들어가며, 건축가가 되더라도 내가 원하는 집만을 지으면서 살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디에나 클라이언트라는 존재가 있으며 우리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는 집, 상가, 건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들의 요구조건을 꽤 까다로워서 아마 내가 고집하는 대로의 건축은 하지 못할 것이다. 교수님은, 네가 짓고 싶은 대로 짓는다면 그건 제대로 된 건축이 아니라고들 말씀하신다.

건축이란 목적에 맞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고, 목적에 맞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을 빙자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도 마케팅과, 상품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저 예술인 척하는 돈, 부동산이었을 뿐. 안도 다다오, 자하 하디드 등 예술을 땅 위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명성이 필요했다.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방을 적당한 구획으로 나누고, 계단실과 화장실을 설계하는 그런 작업들.

그러나 사회가 만들어진 원리를 다시 떠올려보면 마냥 불평만을 할 수는 없다. 개인이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의식주를 모두 생산해낼 수는 없으니까 역할 분담이 생겼고, 각자의 적성에 맞게 일을 하고, 돈을 받고, 자기가 하지 못하는 일에는 돈을 지급하고 원하는 것을 얻으며 살아간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려면 어디 무인도에 가서 혼자 의식주를 생산해내는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일해서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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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감수


"실험적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의 가장 큰 어려움이자, 동시에 기회는 최종 결과물이 어떨 것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서움녀서도 동시에 자유로울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성장하게 해주었던 안전한 영역으로부터 떠나는 일 말이다. 실험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이고, 위험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없으면 새로운 창조도 없다."



글자체 디자인인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내용도 꽤 많이 있다. 잘 모르는 분야라 어떻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디자인이라는 것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미 있는 것을 공부하고 답습하기는 쉬우나,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잘 팔려야 한다. 디자이너는 그렇기에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은 일을 언제까지고 한다. 자기에게 마음에 들고, 소비자에게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정해진 업무와는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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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연계해 에릭 슈퍼커만의 '어떻게 활자 디자인을 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 에프에스 샐리 트리에스티나 활자에 대한 것 등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다양한 소식들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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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속 숨어있는 디자인

잡지 속 내용뿐만 아니라 잡지에 구석구석 숨겨진 글자체, 숫자들 모두 디자인이다. 쪽수에 적힌 7에는 세븐일레븐을 의미하는 로고가 그려져 있어서 너무 귀여웠다. 7 이외에 다른 숫자에도 이런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적용되어있으니 찾아보는 재미로 잡지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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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CA #241
- 2018년 11-12월호 -


발행 : CABOOKS

분야
미술/디자인
그래픽

규격
220 * 300mm
무선제본

쪽 수 : 160쪽

발행일
2018년 10월 26일

정가 : 16,000원

ISBN
977-23-841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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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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