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글 입력 2018.09.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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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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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런 생각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내가 자는 동안 세상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자는 동안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내가 모르는 시간에 어떤 모르는 일들이 벌어지는지 종종 궁금하곤 한다. 물론, 생각보다 특별한 별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잠든 그 시간, 특별한 일이 일어났던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 바로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이다. 이 뮤지컬은 대략적으로 이런 얘기를 다루고 있다.



눈이 엄청 쌓인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가톨릭 재단의 무료병원에서 반신불수 환자 ‘최병호’가 사라졌다.


연말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부금을 받는데 일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띈 그가 사라지자 병원장 베드로는 당혹해 한다. 내일이면 방송국에서 찾아올 텐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베드로는 최병호의 행방을 찾기 위해 병원 내 주변 인물들을 만나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들이 가진 사연과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밖에는 눈이 엄청 쌓여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반신불수 환자가 하루 밤새 사라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이라고 하면 약간 추리극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뮤지컬은 그들의 각자의 ‘사연’, 인간 사이의 ‘관계’, ‘따뜻한 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상처가 서로를 통해 서로 치유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약간의 반전 아닌 반전을 가미하여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스토리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좋게 말하면 편안히 볼 수 있는 힐링 뮤지컬이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 흔한 내용이었다. 전형적인 한국 신파극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스토리 전개와 초반엔 코미디였다가 마지막에 반전과 감동을 몰아서 주는 방식이라고 느껴져서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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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무대를 다양하게 활용했던 것과 배우들의 실력이 돋보였었기 때문이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무대를 봤을 때 조금은 휑한 느낌이 들었다. 특별히 세트가 꾸며져 있지 않았고, 그저 크리스마스 트리만 조명에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무대가 크게 활용되지 않는 공연이겠다고 라고 생각을 했었다.


이 생각은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병원에 맞게 이동식 침대가 들어오며 내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아, 저렇게 해서 무대를 보다 넓게 쓰려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그 이후 더 다양하게 무대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저 고정된 무대 세트라고 생각했던 벽을 움직여가며 공간에 변화를 주었다. 벽의 앞, 뒷면을 모두 세트로 만들어 필요한 상황에 따라 움직여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공간에 변화를 주니 주인공들만의 개인 사정이 나올 때 더욱 몰입이 잘 될 수 있었고, 이해가 될 수 있었다. 보는 재미와 함께 스토리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가 무대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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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무대 세트의 다양한 활용으로 풍성하게 해줬지만, 역시 배우들의 역량만큼 극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걸 바로 이 뮤지컬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수많은 대학로 연극들 사이에서 13년 동안 이어져왔던 비결이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내가 봤었을 때의 라인업은 최병호 역에 조훈 배우님, 베드로 역에 추연성 배우님, 닥터리 역에 박강람 배우님, 이길례 역에 최엄지 배우님, 정숙자 역에 신나리 배우님, 김정역 역에 임예진 배우님, 최민의 역에 김예린 배우님이었다.)


이 공연이 연극이 아닌 뮤지컬인 만큼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공연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아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대학로 뮤지컬을 보면서 생각보다 모든 출연진들이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느꼈었다. 간혹 극에 방해를 준다고 느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모든 배우들이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탄탄한 노래 실력이 기본으로 갖춰지고 음향이 받쳐주니 공연 내내 노래를 편안하게,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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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배우님들이 정말 잘해주셨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었다. 먼저, 정숙자 역의 신나리 배우님이었다. 극 중에서 사투리를 쓰는 역할로 나온다. 사실 사투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사투리를 억지로 쓸 때 오는 어색함과 듣기 불편함이 존재한다. 특히, 그런 것은 본 지역의 사람들이 더 잘 느낄 것이다. 이 날은 엄마와 함께 공연을 봤는데, 경상도 분이라 나보다 더 예민하게 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는 동안 너무 사투리를 잘한다고 생각을 해서 엄마에게 물어보니, 엄마 역시도 전혀 불편함 없이 잘 들었다는 것을 듣고 정말 잘 소화해내셨구나 했다. 아니면 진짜 경상도 분이신가? 아무튼, 사투리 소화하는 실력에 놀랐던 것 같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분은 병원장 베드로 역의 ‘추연성’ 배우님이었다. 사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집에 가는 동안 그 배우님에 대해 계속 얘기했었다. 제일 처음 노래를 부르며 등장할 때 짧았지만, 낮은 목소리가 귀에 확 꽂혔었다. 그러다가 베드로가 혼자 방에서 고민하는 장면이 나왔었을 때 확 빠져들었다. 신부님이 가져야 할 덕목과 병원을 운영해야 하는 병원장 사이에서 오는 갈등과 고민을 잘 보여줬다. 특히, 중간중간 가미된 코미디까지 잘 소화를 해내며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이 배우를 보면서 역시 배우들한테는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매력과 끼가 있어야 되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글을 마무리하려고 보니 배우님들에 대한 칭찬이 주를 이루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만큼 배우들이 마음에 들었었다. 물론, 무대의 활용도나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보여줬던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가볍게,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이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특히, 배경이 크리스마스인 만큼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는 연말에 대비해 한 번 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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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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