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하이데거와 들뢰즈

하이데거와 들뢰즈로 경험하는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글 입력 2018.09.0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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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음력 기준으로 달의 마지막 날을 그믐이라 한다. 달이 사라지는 의미로서 그믐은 예부터 많은 의미가 부여되었고 술과 밤 축제가 연관된 디오니소스는 그를 기리기 위해 고대 그리스에서 연극의 원형이 시작되었다. 이런 연관성은 일부러 붙인 것이지만 디오니소스적 도취와 광기, 그리고 시를 특히 다룬 하이데거의 시간관, 감각으로 분화되기 전 언어 ‘리듬’을 말한 들뢰즈를 통해 이번 연극을 바라볼 수 있다. 연극 속 남자는 그믐날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온 ‘우주 알’을 받아들여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게 되고 극단 동은 ‘신체행동연기’라는 극단의 메소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간에 관하여 - 하이데거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이야기 속에서 ‘기억’, ‘시간’, ‘속죄’, ‘고통’의 문제를 다루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간을 뒤집는다. 남자 주인공은 감옥에서 소설 ‘우주 알 이야기’를 작성하고 이 소설 속 주인공이 시간의 형식을 무너트리는 것처럼 연극도 통시적인 시간 서술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들은 액자 속 구성인 소설과 연극의 주인공 모두 한 남자의 이야기임을 눈치채며 이야기의 구성을 완성한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그의 전기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현존재로 그리고 현존재의 존재 의미를 시간성에서 찾는다. 현존재는 인간 각자를 가리키는 술어이며 Dasein, 즉 지금 ”여기에 나타나 있음”이라는 의미이다. 각각의 존재자들의 드러나 있는 존재를 이해하며 인간 근본에 있어 자기의 Da(거기에)를 이해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현존재는 “자신의 밝혀져 있음”이며 자기 본래 존재에 대해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자신과 관계하고 있기에 “존재가능”이다. 즉 자신의 고유한 시간과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지금 거기에 의미와 존재가 나타나 있음”이라는 것이고 그 현존재의 성격으로 실존이 있다. 실존주의라는 말에서 자주 들었던 것으로 실존은 현존재의 기본 특성이며 “현존재는 존재함에 있어 그 존재함 자체가 문제됨을 이해하는 존재 가능으로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하이데거의 시간성은 초월적으로 존재하는 시간성이 아니라 현사실성이라 불려지는, 우리의 현존재가 “그때그때의 순간마다 각각 특유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칭한다. 현존재는 각자 나름대로 이미 그가 내던져져 있는 그 안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고 현사실성은 객관적 현실에서 사실이라고 해야 할 사태를 현존재의 경우에 사용한 표현이다. 각자는 항상 어떠한 기분에 젖어있다는 하이데거의 표현처럼 신과 동물과 달리 생명의 끝으로서가 아니라 죽음을 알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가사(可死)의 존재는 죽음을 향해 있으며 그가 뽑은 근본 기분은 불안이다. 불안은 통해 현존재는 변화하게 되며 자신의 고유한 가능성인 본래적 실존이 된다. 세계-내-존재라는 현존재의 특성상 타인들의 비교 의식에 사로잡혀 비본래적 실존이 일반적이나 그것을 극복하여 존재의 본질적 의미가 탈은폐하여 드러난다. 연극의 주인공처럼 시간을 돌이켜볼 수 있다는 존재로서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해 볼 수 있으며 연극이 이 시간관과 의미를 어떻게 정립하는지 하이데거의 도움을 받아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연극에 관하여 – 들뢰즈

순진하게도 이 세계는 똑똑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인줄 알았으나 조금 성장해보니 이 세상은 돈이 많은 사람이 움직인다. 하지만 결국에 세상은 꾸준한 사람이 움직인다는 점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네이버 금요일 웹툰 ‘진눈깨비 소년’에 나온 대사이다.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때가 있었으나 그런 확신은 2016년 새해 첫날에 관람한 연극 ‘터미널’에 의해 산산히 부셔졌다. 사회적 감수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연극이 보여주는 감각의 현시는 모든 이성의 판단은 감각 위에 세워졌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들뢰즈는 그의 저서 ‘감각의 논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감각은 주체로 향한 면이 있고, 대상으로 향한 면도 있다. 차라리 감각은 전혀 어느 쪽도 아니거나 불가분하게 둘 다이다. 감각은 현상학자들이 말하듯이 세상에 있음이다. 나는 감각 속에서 되어지고 동시에 무엇인가가 감각 속에서 일어난다. 하나가 다른 것에 의하여, 하나가 다른 것 속에서 일어난다. 결국은 동일한 신체가 감각을 주고 다시 그 감각을 받는다. 이 신체는 동시에 대상이고 주체이다”. 그에게 있어 감각은 주관에 판단하에 감관으로 받아들인 인식론적 정보가 아니라 몸으로 받아들이는 존재론적 사건이다. 들뢰즈는 그의 감각감각 말할 때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을 가져온다. “회화는 히스테리다”라는 명제로 재현에서 해방된 색과 선, 얼굴이라는 유기체가 지워진 형태, 동물 되기, 만지는 눈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하는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가시화 한다. 연극은 꾸준히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배우와 눈을 맞추며 숨소리마저 절제하게 한다. 종국에는 같은 호흡과 감정으로 그리고 그 시간과 공간 속에 침잠하게 만들며 우리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경험을 하게 한다. 재현을 지운 이 곳에서 들뢰즈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리듬” 즉 여러 감각 기관으로 분화되기 전 어떤 미분화된 원초적 감각(리듬)이며 베이컨의 그림은 이 “감각의 원초적 통일성을 보게 해주고 복수 감각을 가진 형상을 시각적으로 나타나게” 해준다. 연극은 그 상황과 서사 그리고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 속에서 이와 같은 공감각을 느끼게 한다.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회화적 사실, 그것의 변용으로서 연극적 사실이 공간을 휘감으며 우리는 눈으로서 그 원초적 힘을 만지게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마치 회화에서 음악을 듣고 음악에서 색채를 느끼는 것과 같은 것으로 기관없는 신체로서 회화에서 대중의 신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들뢰즈는 보았다면 나는 연극에서 우리의 신체를 변화시키는 가능성을 본다. 그리고 유기체가 지워진 곳에서 우리는 탈영토화라는 ‘근대 주체성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우리는 비합리적인 것, 파국의 도래, 우연의 도래로 정치의 영역에서도 기존의 것을 전복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며 자유롭게 영위하는 미래의 유목적 주체를 볼 수 있다.

다시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시간과 연극이라는 두 개의 코드로 읽어낼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연극만이 줄 수 있는 감각의 현시와 시간 속에서 자유로운 서사를 읽어낼 수 있다. 제 20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장강명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비평가이며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정진새가 각색을 맡았고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을 수상한 강량원이 연출을 맡았기에 극의 완성도를 담보한다. 무엇보다도 몸의 언어에 집중하는 극단 동의 무대언어에 힘입어 기대하게 한다. 아래에서는 이 연극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일자 : 2018.09.04(화) ~ 09.16(일)

시간
평일 7시 반
주말 3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재)서울문화재단, 극단 동

제작
남산예술센터, 극단 동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20분




문의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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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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