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5] FEATURE. 음악 소.나.기 ② - '특이한 제목의 그 곡'

음악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기억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특이한 제목'을 가진 곡들을 추천해드립니다.
글 입력 2018.08.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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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5] FEATURE.
음악 소.나.기 - '특이한 제목의 그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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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제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우스갯소리를 하나 하자면, 고등학교 때 나이가 지긋하셨던 기가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기가’라는 과목이 가진 특유의 부들부들함과 어울리는 인자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던 분이었는데, 당시 선생님은 머리에 약간의 공백(!)이 있으셨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언젠가부터, 그 틈이 조금씩 메워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다. 열 일곱이면 분명 소소한 일들이 큰 즐거움이 되던 시기 아니던가. 선생님의 헤어스타일은 아이들 사이에 듬성듬성한 소문을 만들어냈고, 급기야 한 철부지 남자애가 수업 도중에 진위(?)를 묻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아이들이 박장대소하길 바라며 뱉었던 그 애의 말은 박장대소와 (지금의 말로) ‘갑분싸’ 그 중간 어디쯤이었다. 이미 뱉어진 말, ‘쟤 왜 저래’ 하고 그 애를 흘기던 여자애도 실없는 소리에 대한 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이없어하시던 선생님은 이내 노장의 유쾌함으로 ‘머리를 심었다’고 화통하게 이야기하셨다. 구체적인 액수도 이야기하시면서. 자신감 덕분인지 꽤 즐거워하신 것 같기도 하다. 머리라는 민감한 부위를 건드리고, 그 과정에서 수 백 만원의 금액이 소요되는 만큼 까다로울 것 같은 선생님의 안목을 통과하기는 분명 어려웠을 터. 하지만 의외로 선생님은 모발 이식을 알아보시다가 병원의 이름과 간단한 후기만 보고 곧장 결정했다고 덧붙이셨다. 애매했던 농담의 분위기는 선생님의 끝마디로 곧장 뒤집어졌다. 선생님이 머리를 심으셨던 병원의 이름은 ‘털털 피부과’였다.

몇 년이 지나도 기가 선생님의 이름과 그 날의 분위기는 선연하다. 뜬금없는 비유일 수 있겠지만, 내 이름도 ‘모발’과 ‘털털 피부과’ 사이의 빈틈없는 공백처럼 누군가에게 찰떡처럼 읽혀져서 쉽게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면 조금 더 특이하거나. 다른 예로 중학교 때 같은 학교에 ‘난새’라는 이름을 가진 선배가 있었다. 싸이월드에서 조건을 달지 않고 사람찾기를 해도 유일무이한 이름이었다. 작은 가게든, 사람이든, 글이든, 각자의 분위기는 그가 소유한 글자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물며 병원의 이름조차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각인이 되지 않나.

노래도 마찬가지다. 음악의 제목은 듣는 이에게 건네는 첫 마디와도 같다. 습관처럼 신곡 목록을 살피다가도 아티스트 명이나 곡의 제목이 눈에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재생해보게 된다. 95년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이름 중 하나인 ‘예진’으로 24년을 살고 있는 나는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글자들이 참 부럽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특이한 제목’을 가진 곡들은 어쩌면 내가 살면서 내내 부러워할 동경의 대상들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곡명을 들었을 때는 갸우뚱, 하다가 두 번째로 곱씹어본다면 아마 그 뒤로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1. 불독맨션 -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2000년에 첫 앨범을 내고 지금껏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감사한 밴드, 불독맨션의 앨범 [Re-Building]의 수록곡이다. (리-빌딩은 2004년 [Salon De Musica]를 끝으로 잠정적 해체를 맞았던 그들이 9년만에 발표한 신보였기에, 많은 팬들에게 감사한 앨범이기도 하다.)

이한철의 대표곡을 꼽아보자면 2005년 한 음료 CF의 음악으로 쓰여 인기를 누렸던 ‘슈퍼스타’가 아닐까.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위로에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도 MP3로 그 음악을 매일같이 듣고 다녔다. ‘슈퍼스타’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의 음악은 유쾌하고 희망적인 노래가 참 많다. 기분 좋고, 달달하고, 듣다 보면 덩달아 사랑에 빠질 것 같고, 그런.

반면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는 그와는 또 다른 강렬함을 준다. ‘오토바이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본 동명의 소설이 존재한다는 점으로 짐작해보건대 이 노래의 속도감 역시 그 작품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저만치 시선을 두고 망설임 없이 액셀을 밟아 끝없이 악몽처럼 술렁이는 밤의 궤도로 달린다’, ‘뜨거운 밤 그보다 무더운 마음, 달궈진 엔진의 무례한 굉음의 밤’등의 가사를 귀에 새기다 보면, 절로 까만 어둠을 홀로 가로지르는 요란한 오토바이가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곡의 온스테이지 라이브는 소리를 조금 높여 듣는 것을 추천한다. 무더운 날 시원한 사이다를 단숨에 들이켠 듯 목구멍을 찌르는 짜릿함을 5분 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쏜애플 - 매미는 비가 와도 운다



사실 쏜애플은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몽환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의 곡 제목이 많은 아티스트다. 오렌지의 시간, 물가의 라이온, 살아있는 너의 밤… (심지어 단순한 하나의 어절로 이뤄진 제목들도 ‘플랑크톤’, ‘아가미’, ‘도롱뇽’처럼 일상적이고 흔한 단어가 아니다.) ‘매미는 비가 와도 운다'는 쏜애플 1집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의 타이틀곡이다. (멤버들이 입대를 하기 전 발매한 데뷔 앨범으로, 신인 밴드로서는 ‘완판’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끌어낸 앨범이기도 하다.)

팀의 리더이자 보컬 윤성현이 ‘20세가 넘어서도 끝나지 않는 사춘기의 노래’라고 표현한 그들의 음악에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소통과 부재, 그리고 끝내 놓기 힘든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그들의 1집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 역시 여러 가지 빛을 띠는 다채로운 음악의 색깔과 그러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진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하나의 결과물을 긴밀하게 완성해놓고 있다.

필자는 쏜애플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이지만, 사실 그 낱말 속에 지닌 의미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다. 추상적이고 희미한 가사가 때로는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고 고민하는 데서 쏜애플 음악만의 재미가 나오는 것 같다. 밝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청량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매미는 비가 와도 운다’ 역시 독특한 노랫말과 절로 따라하게 되는 후렴구의 멜로디가 귓가를 맴돈다. 여름 내내 귀가 뜨겁도록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곡. 아티스트 특유의 분위기에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누구도 그들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하지는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3. 잔나비 –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


 

먼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이야기해야 할 노래 제목이다. 이렇게 긴긴 노래제목의 주인공은, 2014년 슈퍼루키로 등장하여 각종 페스티벌과 OST에 참여하며 보석 같은 음악들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잔나비’다. 잔나비의 특징을 꼽아보자면 보컬 최정훈의 간드러지는 음색, 에두르지 않은 솔직한 노랫말 아닐까. 잔나비는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별의 허망함을 이렇게나 특이하게 노래한다.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경험이다. 함께 했던 기나긴 시간이 지나, 혹은 길지는 않았어도 영원처럼 느껴졌을 행복한 순간들이 지나 이토록 허망한 이별이라니. ‘너, 나한테 왜 그랬어? 진짜 날 좋아하긴 했니?’ 구차하고 찌질하긴 해도, 솔직히 한번은 물어보고 싶었을 질문들. 개인적으로 이 곡을 듣다 보면 술잔에 기대어 정작 상관도 없는 이에게 넋두리를 반복하고 있을 누군가의 새벽이 떠오른다.

더불어 잔나비의 첫 정규앨범 [MONKEY HOTEL]과 작년 9월에 발매된 싱글 [She]도 강력히 추천한다. 가사를 더듬어보는 재미는 물론 그들의 희로애락에 함께 동요하게 될 것이다.

 
4. 전자양 – 아스피린 소년

 


음악을 듣다 보면 이따금씩 내가 보잘 것 없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너무도 짧은 내가 따라가기에 아티스트가 걸어온 자취가 너무 긴 경우다. ‘아스피린 소년’은 무려 15개의 트랙이 수록된 전자양의 첫 정규앨범 [Denci Hinji – Day is Far Too long]의 타이틀로, 2001년에 발매된 곡이다. 온스테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데뷔 앨범을 듣고 중성적인 음색과 섬세한 감성에 당시 사람들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라고 쉬이 오해했다고 한다.

2015년에 발매된 전자양의 싱글 ‘소음의 왕’은, 조금은 정신 없고 약간은 장난스러운, 관객들의 호응을 쉼없이 끌어내는 느낌이다. 색깔로 그려보자면 쉽게 눈에 띄고 열정적인 빨간색에 빗댈 수 있을까. 반면 2001년의 이 밴드는 무던한 회색의 느낌이다. 비가 쏟아지는 날,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처럼 몽롱하고 나른한 분위기의 곡들. 둥둥 울리는 목소리로 한없이 아스피린을 찾는 ‘아스피린 소년’은 노랫말 너머의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 때문인지 불독맨션의 이한철은 이 곡을 오싹한 음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가사와 몽상적인 분위기와 음색이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한 편안함을 남긴다. (감기몸살로 겨우 선잠에 들었다가 눈을 떴을 때 휴대폰에서 이 곡이 나오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고온에 지끈하게 울리는 머릿속에서 이 곡이 어찌나 편안하게 떠다니던지.)

온스테이지에서는 전자양을 수수께끼 별에서 온 음악왕, 무정형 무국적 록 밴드라고 소개했다. 그를 어떻게 이보다 더 잘 표현할까. 이하동문이다.


ⓒ온스테이지
ⓒ해피로봇레코드
ⓒ전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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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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