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미리 보는 <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 [도서]

글 입력 2018.08.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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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수식하는 말들. 컬러 사진의 선구자, 슈타이들이 우연히 발견한 거장, 영화 <캐롤>의 시작점, 뉴욕이 낳은 전설. 헉, 선구자? 우연히 발견한 거장? 천재 포토그래퍼? 게다가 뉴욕이 낳은 전설이라고요? 세상에, 영화 <캐롤>이요?

누군가는 이런 호들갑에 어이없어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일상 속 절묘한 순간에 우연함이 있을 때, 그 상황에 대해 전해 들을 때를 좋아한다. 괜히 신기하고 또 신이 나기 때문이다. 그 당사자에게는 무던히 흘러가던 일상 속에서 (굳이 기분 나쁠 것은 없는) 변주가 일어난 것이니까. 철저히 주변인으로서 지켜보기에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들 중 하나가 이런 ‘우연히 발견한 보석’이 세상에 훤히 드러나는 때가 아닐까 싶다.

사울 레이터는 60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사진의 거장이다. 그를 발견하고 세상에 소개한 사람은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그는 책을 독일의 명성 있는 출판사의 대표로, 2005년에 업무차 방문한 뉴욕에서 사울 레이터의 작품을 만난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한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은 시간을 보내고자 하워드 그린버그 갤러리에 방문한다. 그곳에서 슈타이들은 한 사진가의 몽환적이고, 대담하며, 시적인 사진들을 발견한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어떤 사진가. 그의 작품들이 인상 깊었던 슈타이들은 곧 행동을 취한다. 그 사진가의 작품들을 엄선하여 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한 것이다.

당연히, 그 사진가는 사울 레이터. 자유분방한 분위기, 예술적인 영감을 주는 뉴욕의 일상 속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 슈타이들이 발견해낸 그의 작품들은 뒤늦게 평론가들과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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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기 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 마련이다. 구체적이든 대략적이든 풀고 싶은 궁금증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무래도 ‘사울 레이터’라는 사진가 그 사람 자체였다.


“나에게 철학은 없다.
다만 카메라가 있을 뿐.”

“나는 염두에 둔 목적 없이,
그저 세상을 바라본다.”

"인생 대부분을
드러나지 않은 채 지냈기에 아주 만족했다.
드러나지 않는 것은 커다란 특권이다.“


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실제로 이런 명언을 하는 사진가가 작품에 자신의 시선을 담는다면 어떻게 담았을까. 그 사진의 거장은 어떤 사진을 주로 찍고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그리고 이런 것들을 보게 된 나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그는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졌을까. 그렇다면 그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은 서로 깊은 연관이 있을까.

사울 레이터에 대해서 불쑥 튀어 올랐던 강력한 호기심은 점점 구체적인 궁금증으로 가지를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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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는 1923년 독실한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랍비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다. 레이터는 이미 10대 후반에 예술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저명한 탈무드 학자였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유대교 율법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는 결국 율법 학교를 중퇴한다. 일찍이 예술에 뜻을 가지고 있던 그는 결국 화가가 되기 위해 23세에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에서 만난 친구이자 화가인 푸세트 다트의 영향으로 그는 사진에 입문한다. <하퍼스 바자>, <에스콰이어>, <엘르>, 영국 <보그> 등과 같은 패션 잡지에서도 활동한 것은 물론 <라이프>같은 시사 잡지에도 그의 작품을 꾸준히 실었다.

그가 패션 잡지, 시사 잡지에 작품을 실어 왔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가 주로 화려하거나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사진들을 찍어왔을 거라 예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울 레이터는 금방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을, 즉 일상 속의 평범하고도 짧은 순간을 사진으로 담길 원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소소한 아름다움이 드러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세상에 어떤 의미를 피력하고, 목적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일상의 순수한 관찰자로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바라본 일상의 장면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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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염두에 둔 목적 없이, 그저 세상을 바라본다." 때로 목적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다른 장면들은 대부분 놓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다양한 장면을 포착하길 바란다면 세상을 그저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저 세상을 바라본다 말하는 사진가 사울 레이터. 그가 바라본 그대로의 세상을 담아낸 사진들. 염두에 둔 목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그이기에, 그의 사진에는 우리의 몫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생각의 여백을 남겨둔 사진들, 우리의 몫이 될 여백. 향유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느끼고 스스로 채워갈 수 있도록 마련된 여유.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을 읽을 때, 나는 처음 느꼈던 호기심과 설렘만을 남겨두기로 했다. 궁금한 것은 많지만, 궁금한 것을 기필코 해결하겠다거나 사울 레이터와 사진에 대해 열심히 알아가겠다는, 지나치게 세세한 목적을 미리 만들어 두지 않기로 했다.

꼭 하나의 목적을 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면, 이번만큼은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바라보는 것을 목적으로 삼겠다. 사울 레이터를 따라가며, 내게서 자연히 피어오르는 일상적인 감상을 있는 그대로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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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 All about Saul Leiter -


원제 : All about Saul Leiter

지은이 : 사울 레이터
옮긴이 : 조동섭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사진집
사진 에세이

규격
148*210

쪽 수
312쪽

발행일
2018년 7월 31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5581-149-8 (03660)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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