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글 입력 2018.06.2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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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람.jpg
 

잘게 부스러진 돌 부스러기가
물기 가득 머금은 손바닥 위를
이리저리 오가더니
어느새 제법 그럴싸한 모래성이 솟아났다.
재잘대는 무리 속에서 아이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고 있다.
 
바짝 마른 걸까 바람이 불었을까 비가 왔을까
아이가 안 본 사이 구멍 난 모래성이
견디지 못한 채 조금씩 무너졌다.
 
아이 혼자 다시 쌓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어쩌면 차라리 쌓지 않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성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
소중한 사람만 들여보낼 수 있는 크기의 성이 충분하다.
 
아이는 주저앉아 무너진 모래성을 바라보며 말한다.
“지금 당장 쌓아 올릴 필요는 없어. 까짓것 될 대로 돼 버려라.
겉만 번지르르한 모래성은 당장 필요하지 않아.”
 
쉽게 허물어질 것을 아는 모래성도
차곡차곡 다시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손보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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